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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5.05.22

이종민의 다스림의 음악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단순함의 깊이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5.05.22 09:28 조회 2,2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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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단순함의 깊이 – 패르트의 [ 거울 속의 거울 ] 엉뚱한 계엄에 대한 탄핵으로 이제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겠구나 싶었습니다 . 하지만 법기 ( 法妓 ) 들의 말도 안 되는 반란으로 또 다시 오리무중의 혼돈사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

‘ 도구적 이성 ’ 은 권력이나 돈에 굴복한 학자들의 전유물인가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 학기 ( 學妓 ) 들보다 법기들의 견강부회가 훨씬 더 집요하고 치밀합니다 .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 채 뒤흔드는 일인데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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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리버 여행기 ] 에 나오는 야후 (Yahoo) 인간에 대한 혐오증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세월입니다 . 이성적 존재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회의가 이 화사한 봄날을 분탕질하고 있습니다 . 절망의 나락이 저 앞에서 손짓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 죽음에 이르는 병 ’ 에 몸을 내맡길 수는 없습니다 . 희망은 세계의 상태에 대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음의 지향이라 했습니다 . 바깥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마음 안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 복잡한 말들에 휘둘리지 말고 차분하게 본래의 마음속을 살필 일입니다 .

이럴 때 또 음악만한 것이 없습니다 .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 아르보 패르트 (Arvo Pärt) 의 [ 거울 속의 거울 ](“Spiegel im Spiegel”) 만한 것이 없을 듯합니다 . 두 개의 거울을 마주보게 하는 것처럼 단순하지만 그 끝없이 되비치는 상처럼 깊고 심오합니다 .

10 분 남짓한 이 곡은 반복과 침묵 , 여백의 미학을 통해 듣는 이의 내면 깊숙이 다가갑니다 . 그리고 그 여백은 종종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키는 손길이 되어줍니다 . 이 곡은 에스토니아 작곡가 패르트의 대표작으로 1978 년에 발표되었습니다 .

원래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곡으로 만들어졌지만 유명해지면서 첼로 , 비올라 ,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와 함께 연주되고 있습니다 . 이 곡 역시 그가 창안한 ‘ 틴티나불리 ’(tintinnabuli) 라는 독창적인 기법으로 작곡되었습니다 .

틴티나불리는 종소리를 뜻하는데 [ 거울 속의 거울 ] 에서도 맑은 종의 잔향처럼 음이 조용히 되울립니다 . 오른손 피아노는 3 음으로 구성된 단순한 반주를 반복하고 왼손은 아르페지오로 유려하게 흘러갑니다 .

현악기는 느릿한 호흡으로 음표들을 길게 끌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처럼 절제된 멜로디를 천천히 이어갑니다 . 곡의 제목처럼 음악은 무한히 반복되며 듣는 이는 끝없이 반사되는 거울 속을 걷는 듯합니다 . 그러나 그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안정감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

복잡한 감정과 번잡한 현실 속에서 거울 속의 거울은 단순함을 매개로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주며 내면의 숨결을 되찾게 해줍니다 . [ 거울 속의 거울 ] 은 슬픔의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 그것은 오히려 슬픔 혹은 분노를 있는 그대로 가만히 들여다보게 해줍니다 .

이 음악을 듣는 것은 무언가를 잊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 오히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되찾기 위한 자기와의 대화입니다 . 반복되는 멜로디는 마치 “ 괜찮아 , 괜찮아 ” 하는 속삭임처럼 들립니다 . 눈물 많은 하루 끝에 듣는 이 곡은 울음을 멈추게 하지 않습니다 .

오히려 잘 울게 하여 조용한 평화에 깃들 수 있게 해줍니다 . 불안하거나 지친 순간에도 이 음악은 멈춤의 시간으로 이끌어 줍니다 . 번잡한 일상 속에서 호흡을 놓친 우리로 하여금 다시 천천히 숨 쉬게 하는 힘을 느끼게 해줍니다 .

그래서 이 곡은 단순한 명상 음악이 아니라 하나의 영적 체험이라 할 만합니다 . 아르보 패르트는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 “ 내 음악은 백색광에 비교할 수 있다 . 백색광은 모든 색을 다 품은 빛이지만 그 색들을 분리해서 눈이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프리즘의 몫이다 .

음악을 듣는 이의 마음이 곧 내 음악의 프리즘이 될 수 있다 .” 음악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듣는 이의 마음이요 정신입니다 .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어야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습니다 . 좋은 음악을 자주 잘 들어야 마음을 제대로 다스릴 수 있습니다 .

자연의 연둣빛 부활에 대비되는 인간의 황무지와 같은 상황 , 이를 절절하게 느끼게 해주는 사월이 지나 진한 생명의 계절 오월입니다 . 점점 짙어지는 푸름에 힘입어 우리 민주주의의 부활도 꿈꾸어야겠습니다 . 그러기 위해 지치지 않아야 합니다 .

[ 거울 속의 거울 ] 이 조용하지만 질긴 응원가가 되어줄 것입니다 . 그래서 우리는 다시 희망입니다 ! / 이종민 은 40여 년간 지켜온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 고향 완주에서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 사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단순함의 깊이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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