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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6.03.16

농촌별곡

꽃망울 대신 터진 건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6.03.16 10:29 조회 4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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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 대신 터진 건 여느 해 같으면 꽃잎을 열었어야 할 뜰앞의 매화가 아직 저 모양이다 . 망울이 좀 부풀긴 했지만 며칠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그러는 사이 터지라는 꽃망울은 안 터지고 난데없는 포탄이 마구 터지고 있어 걱정이다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두고 하는 얘기다 .

미국의 기만적인 기습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 무엇보다 끔찍한 건 초등학교를 미사일로 폭격해 2 백명 가까운 아이들이 애꿎은 목숨을 잃은 사태다 .

날이면 날마다 ‘ 국제깡패 팔뚝자랑 ’ 에 여념이 없는 트럼프가 이를 이란의 자작극으로 몰아가려다가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 양아치 ’ 같은 면모를 드러냈다 . 미국만 문제냐고 ?

미국의 실제목표가 중국견제니 , 석유확보니 , 국내정치용이니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공습 자체가 명분이 없어 보인다 . ‘ 핵개발 저지 ’ 를 내세우지만 그 근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나아가 ‘ 이란 민주화와 정권교체 ’ 를 들먹이지만 대체 미국이 무슨 자격으로 ?

세계 주류사회가 플라톤과 함께 최고의 철학자로 떠받드는 칸트는 2 백년도 더 전에 “ 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의 헌정체제와 통치에 폭력적으로 간섭해선 안된다 ” 고 언명한 바 있다 .(1795 년 , < 영구평화론 >) 신권통치와 최근의 인권탄압 등 이란의 정치체제가 후진적인 건 분명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란인 스스로 풀어야 할 몫이다 .

유명한 프랑스 정치사상가 토크빌 ( 실제로는 메스트르라고 한다 ) 도 그랬다지 않은가 . “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 고 . 어디 이란뿐이겠나 . 트럼프에게 정권을 넘긴 미국도 그렇고 , 우리 또한 지금 남의 나라 얘기하고 있을 처지는 아니지 싶다 .

어쨌거나 이번 전쟁의 피해는 이란과 중동권에만 그치지 않고 전세계로 파급돼 우리에게도 그 불똥이 튄 상황이다 .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산업과 서민생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 당장 농사철을 코앞에 둔 농촌에도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

요즘 농사 농기계 없이 돌아갈 수 없으니 기름값이 오르면 고스란히 생산비로 옮아가게 돼 있다 . ‘ 관행농 ’ 의 경우 비료는 필수재인데 질소비료 제조공정의 주원료가 바로 천연가스다 . 그 천연가스가 이번 전쟁 여파로 ‘ 공급쇼크 ’ 를 일으켜 가격이 65% 급등하는 양상까지 보였다고 한다 .

이 또한 비료값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 하지만 국내 쌀값이며 농산물 가격은 이런 생산비 증가를 반영하는 구조가 못 된다 .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적자경작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얘기다 . 그러니 이 노릇을 어찌할 것인가 . 단언컨대 세상에 ‘ 정의로운 전쟁 ’ 따위는 없다 .

하여 오늘 당장 이 전쟁이 끝난다 해도 이미 때늦은 일이 되는 것이다 . 나아가 하나의 전쟁이 아니라 모든 전쟁을 영원히 끝내야 한다 . 칸트는 이런 맥락에서 ‘ 평화조약 ’ 이 아닌 ‘ 평화연맹 ’ 이라는 조직적 대안을 제시했다 .

칸트는 애초 모든 민족을 아우르는 국제국가로서 세계공화국을 상정했지만 현실성 면에서 국제연맹을 제시했고 이것이 오늘의 국제연합 (UN) 으로 이어졌음은 알려진 대로다 . 그러나 그 유엔은 평화구현과 멀기만 하다 . 미국의 몽니 앞에 허물어져 제구실을 못 하는 게 현실 아닌가 .

그러니 한낱 변방의 농사꾼인 나로서는 평화연맹보다 차라리 존 레논이 처연하게 부른 < 이매진 > 에 실린 그 세계가 훨씬 절절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 “ 꿈꾸어보자 . 신의나라도 지옥도 하늘도 국가도 죽음도 종교도 가진자도 탐욕도 배고픔도 없는 세상을 . 그리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

함께 꾸면 꿈은 이루어지리라 .” /비봉 염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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