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영혼의 울림 – 호페의 [ 기다림 ]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정호승님의 [ 또 기다리는 편지 ] 일부입니다 . 기다림에는 눈이나 비가 동반되어야 하는가 봅니다 .
허기는 맨 하늘 뙤약볕에서의 기다림은 따분할 것 같기도 합니다 . 무료하고 지루해서 가슴속에 허허로운 먼지만 풀풀 날릴 것이고요 . 세상이 온통 흰 눈으로 뒤덮이거나 비라도 내려야 기다리는 데에는 어울릴 듯합니다 .
눈이나 빗줄기를 통해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 기다리는 마음 ' 이 더욱 절절해질 것입니다 . 이런 기다림의 절절한 마음 , 그 미묘한 상태를 감성적으로 그려주고 있는 곡이 있습니다 . 호페 (Michael Hoppe) 의 < 기다림 >("The Waiting") 이라는 곡입니다 .
오늘처럼 비가 내려 괜히 울적해질 때 ,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차분하게 안으로 가라앉을 때 , 듣기에 안성맞춤인 곡이 아닌가 합니다 . 깊은 영혼을 뒤흔드는 첼로 소리와 불현듯 들려오는 빗소리와 천둥소리 , 그리고 이를 감싸주는 키보드의 독특한 음이 빚어내는 감성적 화음이 일품입니다 .
뉴에이지 음악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곡 또한 편안한 서정성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다가 슬픔은 어느덧 사라지고 감미로운 서정만 그윽이 남아 기다림에 지친 우리들의 고독한 영혼을 어루만져 줍니다 .
누구의 표현대로 , " 뼈에 사무치는 낭만적 " 정서를 맘껏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곡입니다 . 기다림은 홀로 하는 일입니다 . 기다리는 대상과의 순일한 만남 , 그 혼연의 하나됨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 이를 방해하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신중하면서도 진지한 자기 성찰과 정화의 고독한 여정입니다 .
기다림은 과정입니다 . 희망과 믿음만이 그 지속성을 보장해 줄 수 있습니다 . 삶의 원동력인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 결과가 효용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과정은 미적 판단의 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그것은 성취의 결과와 무관하게 아름답고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우리들 삶 자체가 그러한 것처럼 말입니다 . 기다림이 없다는 것은 꿈과 희망이 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 죽음에 이르는 병 , 절망에 빠졌다는 뜻입니다 . 오아시스 없는 인생 나그네 , 그 힘겨운 사막을 아무런 기약도 없이 홀로 터덕터덕 걸어가는 꼴이 되는 것입니다 .
그 팍팍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다릴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 이때 중요한 것은 그 기다릴 거리를 스스로 마련해 둔다는 점입니다 . 자신의 의지나 노력과 관계없는 것을 막연하게 기다릴 것이 아니라 . 막연한 기다림은 ‘ 고도 ’ 를 기다리는 것처럼 허허로울 수 있습니다 .
부조리한 일이 되기 십상입니다 . 로또와 같은 횡재를 기다리는 것은 덧없는 일입니다 . 설사 만난다 하더라도 그 헛헛함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 횡재 ( 橫財 ) 가 횡재 ( 橫災 ) 가 되어 그 이후의 삶을 더욱 먼지 나게 할 것입니다 .
스스로 마련하기가 어렵다면 자연스럽게 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하나의 비책 ( 祕策 ) 일 수 있습니다 . 봄 되면 꽃피길 기다리고 여름 되면 비 오길 기다리고 . 매실나무 심어놓고 꽃피고 열매 여물기를 기다리고 매실주 담가놓고 익어가길 기다리고 . 그 술 함께 나눌 벗을 또 기다리고 .
나름으로 기다릴 거리를 마련해둔 사람은 여유로울 수 있습니다 . 초초해하며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됩니다 . 조급하게 굴다가 스스로의 성정을 강퍅하게 해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 안빈낙도 ( 安貧樂道 ), 바로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는 것입니다 . “ 기다림은 인간만이 지닌 최고의 미덕이다 .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이야말로 바로 기다림인 것이다 .” 공자님 말씀을 주문처럼 되새기며 이런 음악에 자주 귀 기울여보시기 바랍니다 ! / 이종민 은 40여 년간 지켜온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 고향 완주에서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