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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4.02.02

유송이의 술과 함께 열두 달 25

소망을 담아 올해도 축배를!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4.02.02 16:23 조회 4,16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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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을 담아 올해도 축배를! 202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 차전에서 LG 트윈스가 KT 위즈를 4-1 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 1994 년 우승 이후 29 년 만의 통합우승이었다 .

전체 열 팀 중 상위 다섯 팀이 우승을 두고 진검승부를 벌이는 가을 포스트시즌에 LG 트윈스가 오를 때마다 술렁술렁 세간에 회자되는 것이 있었다 . 바로 아와모리 소주다 . 과연 올해에는 딸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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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엘지 故 구본무 회장이 1994 년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캠프를 방문했다가 선수들과 오키나와의 지역주인 아와모리 소주를 마시고 , 우승하면 아와모리 소주로 다시 축배를 들자고 했다 한다 .

그해 LG 는 거짓말처럼 우승했고 , 구 회장은 내년에도 우승하면 이 소주로 축배를 들자며 아와모리 소주 세 단지를 사다 두었다고 한다 . 그리고 무려 29 년 만에 소주의 봉인이 풀린 것이다 .

29 년이라는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 동안 LG 팬들은 소주가 다 날아가 빈 통이더라 , 식초가 되었더라는 등의 소문부터 포스트시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우승이 좌절될 때마다 소주의 저주 때문이라는 등 엘지의 실패는 애꿎은 소주로 향해지곤 했다 .

엘지가 우승하고 미디어의 모든 관심은 아와모리 소주와 구본무 회장이 최고수훈선수에게 주라 했다던 당시 시가 8 천만원 짜리 로렉스 시계에 쏠렸다 . 엘지의 팬은 아니지만 , 소주 단지를 개봉해 축배를 드는 선수들의 모습을 뉴스로 보면서 나는 감회가 벅찼다 .

한 대기업 회장의 호쾌한 이벤트가 만들어낸 아와모리 소주의 드라마틱한 운명의 순간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니 .

세상의 수많은 술 중 하나일 뿐인 아와모리 소주가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 그것도 생뚱맞은 프로야구장에서 이렇게 멋진 스토리텔링으로 태어나고 완성되는가를 지켜보면서 만든 이의 손에서 떠나 스스로 살아 움직인 술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 29 년의 염원이 농축된 술맛은 어땠을까 .

실제 엄격하지 않았을 긴 보관 과정에서 술맛이 어떻게 변했을지는 알 수 없으나 축배의 술은 달콤했을 것이고 , 술은 소망을 담아내기 좋은 도구임을 여실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

우리 조상들은 집안의 애경사가 급히 닥치거나 빚어둔 술이 갑자기 변질되거나 떨어진 상황이 생기면 저장시설이 없어서 빨리 빚어 마셔야 하는 술을 빚기도 했다 . ‘ 계명주 ( 鷄鳴酒 )’ 는 술을 빚은 다음 날 새벽닭이 울면 마시는 술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이외에도 ‘ 일일주 ’, ‘ 일야주 ’, ‘ 삼일주 ’, ‘ 급주 ’ 등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시급히 빚어 마셔야 했던 술인지 알 수 있다 . 그러나 요즘은 청주 , 탁주와 같은 발효주도 와인처럼 오랜 숙성을 거친다 .

알코올 도수가 높은 소주와 같은 증류주는 오래 숙성될수록 맛이 부드러워지기 때문에 긴 숙성과정을 거친다 . 문배주 , 이강주 , 송화백일주 , 계룡백일주 등 장기숙성을 강조하는 술의 명성만 들어도 시간의 가치가 술에 얼마나 녹아있는지 알 수 있다 .

좋은 술을 얻으려는 양조업자의 기다림의 시간에는 자신의 술이 마시는 이의 행복한 순간과 함께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 새해를 앞두고 크고 작은 소망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술을 빚었다 . 간절한 만큼 더욱 정한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 올해도 기쁨이 찾아드는 모든 순간에 축배를 들리라 .

그러니 반갑게 오라 , 2024 년이여 ! < 술과 함께 열두 달 > 이 어느덧 3 년째 이어진다 . 우리술을 빚는 재료와 방법 , 역사와 문화 , 술빚는 일의 즐거움 , 우리 술이 지닌 맛과 멋을 전해 드리려 갖은 애를 쓰느라 서둘러 늙어버렸다 .

올해도 우리술에 관한 열두 가지의 이야기를 찾아 고통스럽지만 행복하게 늙어가겠다 . 서툰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과 완두콩에 항상 감사드린다 . / 유송이 는 전통주를 빚고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가양주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현장 사진

소망을 담아 올해도 축배를!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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