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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8.02.06

완주행보

최애사찰 最愛寺刹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8.02.06 10:22 조회 5,5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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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최애사찰 最 愛寺刹 내가 사랑하는 완주의 절 요즘 ‘ 최애 最 愛 ’ 라는 말이 자주 들리길래 젊은이들이 새롭게 쓰는 말인줄 알았더니 사전에도 올라있는 말이었다 . ‘ 가장 사랑함 ’ 이라는 뜻이다 .

드라마나 영화 같은 극중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 최애캐 ’( 최애 캐릭터의 준말 ) 이고 음식이든 , 사람이든 , 물건이든 좋아하는 것을 ‘ 최애 ’ 라고 하더라 . 그래서 나도 오늘은 최애 사찰 이야기를 하겠다 .

완주행보 이미지 201802
완주행보 이미지 201802

얼마 전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린 날 동네분들이 경천 화암사에 다녀오셨던데 나도 화암사를 참 좋아한다 . 주차장에서 절 입구까지 제법 등산 기분을 내며 올라야 한다 . 가끔 절에 사는 검둥개가 내려와 방문객들을 안내하기도 한다 .

물이 흐르는 개울도 건너고 우거진 수풀도 지나고 마지막에는 꽤 단이 높은 철계단도 좀 올라야 한다 . 숲길을 한참 걸어 절에 닿으면 소박하지만 기품 있는 화암사를 만나게 된다 . 고산 안수사는 본격 등산을 할 각오를 하고 올라야 하는 작은 절이다 .

깊은 산 속에 있는 거 아니니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겠지 하고 나섰다가 처음부터 너무 가파른 산세에 깜짝 놀라 5 분도 못 가 돌아온 적도 있다 . 이 길이 아닐 거야 , 신도들이 매주 올라간다는데 이렇게 험할 리가 없지 . 내가 길을 잘못 들었나보다 싶었다 .

나중에 안수사 신도들과 함께 올라보니 험한 대신 총 길이는 짧았다 . 체력이 좋은 사람은 10 분 , 보통 체력은 15 분이면 절에 닿는다 . 절 마당에서 고산면이 한눈에 들어온다 . 사실 최애사찰 이야기는 위봉사 자랑을 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했다 .

완주에 산 지 2 년이 넘어가도록 절이라고는 연꽃 피는 송광사와 어느 시인이 좋아했다는 화암사 밖에 몰랐다 . 위봉사에 가보라는 지인의 추천을 받아 지난 가을 처음 갔었다 . 절 입구까지 찻길이 나 있어서 구불구불 산길을 운전해서 갔다 . 때마침 나무마다 단풍이 들어 참말 고왔다 .

조금 더 멀리 , 조금 더 깊이 오면 훨씬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구나 다음부터 더 자주 와야지 생각했더랬다 . 그리고 차에서 내려 일주문을 지나는 순간 , 뭐가 다른지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이렇게 절이 정갈하고 단정하지 ?

나는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절을 본 적이 없는데 하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 마당 가운데는 나무 한그루가 , 부처를 모신 보광명전 앞엔 꽃나무 화분이 놓여 있었다 . 다른 절들도 신비롭고 귀한 느낌을 주지만 위봉사는 오랫동안 시간과 정성을 들여 조심스럽게 돌본 절이었다 .

그 뒤로 친구들이 오면 언제나 위봉사에 간다 . 곱디 고운 자태 . ( 비구니 사찰이어서 그런 걸까 ? 세상의 큰 일 , 중요한 일은 역시 여자가 다 한다는 평소 내 지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 위봉사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더니 절을 추천해준 지인은 안심사에도 가보라고 하셨다 . 그래서 가봤다 .

와 , 여기도 아름답다 . 절을 안고 있는 산세가 , 산과 어울려 다정하게 자리한 절이 빛난다 . 그날따라 둘레에 아무도 없었고 사그락사그락 땅을 밟으며 이리저리 걸었다 .

그러다 하늘과 산과 절을 바라보니 고요하고 평화롭고 너무 아름다워서 , 이렇게 좋은 기운으로 가득한 순간을 마주하게 된 게 감격스러워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 절을 한 바퀴 빙 돌고나서 조용히 앉아있으면 고단한 마음이 눈물과 같이 녹아내리기도 하더라 .

겨울은 겨울대로 , 봄이 오면 봄대로 고마운 산에 아름다운 것들을 보러 가자 . 나는 신성하고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과 종교 의식을 좋아한다 . 천주교 신자도 아니면서 서울에 갈 때마다 명동성당 새벽미사에 갈 정도다 . 고산성당 , 삼례성당도 좋아한다 . 신부님 말씀을 듣다보면 또 눈물이 또르르 .

주위 사람들과 평화를 나누며 인사하는 의식도 좋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약속의 말을 꺼내는 것도 좋다 . 형식이 내용을 결정하기도 하는 법이다 . 그런데 저 이러는 거 해당 종교를 믿는 분들께는 실례인가요 ? 사실은 고상성당 일요일 미사에도 , 안수사 법회에도 갔었는데 ...

/바닥(badac) 이보현(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현장 사진

최애사찰 最愛寺刹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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