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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8.01.08

완주공동체이야기

곤충의 겨울나기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8.01.08 17:07 조회 5,3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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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겨울나기 올해는 유난히 추위가 일찍 온 듯 싶다 . 눈도 자주 오고 , 바람도 거세게 부는 날이 많다 . 거기에 경상도 쪽에서 들려오는 지진소식까지 . 사회도 따듯한 소식보다는 안쓰러운 내용의 뉴스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 곤충들은 어떻게 이 겨울을 이겨내고 있을까 ?

대부분은 두꺼운 고치를 만들어 애벌레로 겨울을 나고 있을 것이다 . 겨울잠 ? 을 자는 성충도 있다 . 몸을 웅크리고 매서운 추위를 어디에선가 이겨내고 있을 것이다 . 대개 성충들은 나무껍질 아래 , 혹은 돌 틈 사이 , 낙엽 밑에서 조용히 체력 소모를 최소로 하며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

공동체 main
공동체 main

얼마 전 우리 동네에서는 마을회관에 모여 동짓날 팥죽을 같이 먹고 , 며칠 전에는 1 년을 결산하는 저녁모임을 하였다 . 한 해를 정리하고 내년을 맞이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

옛날을 되돌아보면 , 나에게는 아득하고 가물거리는 잔상으로 남아 있지만 , 우리 집 사랑방에는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동네사람들이 매일 저녁 모였다 . 마치 소설의 한 장면처럼 말이다 .

모여서 그냥 술추렴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한 해 농사의 잘잘못을 짚어보는 시간이고 다음 해 어떤 농사를 지어 맞이할 것인가 , 품종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 더 나아가 이웃의 어려움을 보듬는 자리였다 . 지금은 그런 전경을 기대하기엔 너무 노령화되어 있어서 모이는 것조차 버거워한다 .

마을 회의나 하니 얼굴을 비치는 것이다 . 센터에서도 누리살이 한마당으로 1 년 동안 공동체들이 활동을 한 것을 되돌아보면서 다양한 명칭으로 된 상을 나누었다 . 상을 받으면 물론 기쁨이 두배이겠지만 딱히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 .

상을 받든 안 받든 누가 , 어느 공동체가 , 마을이 상을 받는지 축하하는 자리이다 .

마을 사업 없던 시절에는 마을 어른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마을의 미래를 같이 나누는 자리가 만들어 졌다면 이제는 어떤 형식으로든 결산을 해야 하고 , 사업보고와 계획을 문서로 만들어 나누어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풍경이 바뀌었다 .

자연스럽게 모여 말로 하던 일들이 이제는 문서라는 종이쪼가리가 있어야 한다 . 옛날에는 잘잘못을 마을 가장 웃어른 정리를 해 주셨다 . 그러나 지금은 약간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면서 투명성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 다른 모습이다 .

그러나 한 해를 정리하고 몸을 다시 추스르고 다음해를 준비하는 것은 곤충들이 성충으로든 애벌레로 나든 지나가고 이겨내야 할 과정이다 . 다만 이 엄동설한에 어떤 자세로 마음으로 준비하면서 이겨낼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공동체의 단결력을 만들어 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

곤충들의 겨울나기는 우리 인간들이 겨울나기보다 버거운 시간일 것이다 . 환경변화로 기후변화가 있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 곤충도 잘 이겨내는 겨울을 , 우리 공동체들도 추위와 강풍을 이겨내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그냥 시간이 되어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발전의 모습을 그리는 귀중한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이근석은 귀촌해서 고산 성재리 화전마을에 살고 있다. 전북의제21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완주공동체지원센터장으로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현장 사진

곤충의 겨울나기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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