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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3.10.18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40

먹기명상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3.10.18 14:53 조회 4,2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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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명상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 자급을 하기 위해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데도 먹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 그냥 입으로 들어가면 먹는 것일까 ? 맛있어야 먹는 것일까 ?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먹어야하지 ?

어느날 평생 먹어온 행위에 대해 내가 진짜로 알맞게 먹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 건강한 식재료와 조리법을 넘어 본능적으로 먹어왔던 습관에서 벗어나 먹는방법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 올해 나는 서울에서 사찰음식을 배우고 있는데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먼저 사유한다 .

KakaoTalk 20231015 22292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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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식을 먹는 이유가 욕심을 내어 살아가기 위함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몸을 지탱하는 약으로 삼아 세상에 존재하며 살아가려는 것이다 . 생각해보면 나의 식습관에는 온갖 마음이 먹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

예를 들면 맛있는 것을 더 많이 먹다가 배탈이 나기도 하고 , 음식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하며 생각으로 음식을 먹기도 했다 . 올해 명상을 하면서 나의 모든 행위가 대부분 생각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알게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는 분명 먹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 그것조차 생각이었던 것이다 . 하루는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고 먹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위해 명상을 먹는 것에도 적용해보았다 . 식탁에 앉아 밥과 밑반찬 몇개를 놓고 수저를 떠서 먹기 시작했다 .

처음엔 맛있는 음식도 보이고 밥 한번 반찬 한번 번갈아가며 먹을 수 있었다 . 그런데 몇초 안가서 나는 금방 음식은 몇 번 씹지도 않은채 목으로 넘기며 스마트폰을 보고있었다 . 내가 지금 먹는 것인지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

후에야 ‘ 아 , 이러면 안되지 !’ 하고 다시 먹는 것에 집중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 이번에는 어떠한 생각에 빠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 지나고 보면 기억도 안나는 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먹는 것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 이 와중에도 음식을 씹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

밥을 다 먹은 후에 나는 스스로에게 약간의 민망함과 어색함이 느껴졌다 . ‘ 내가 밥을 먹으며 이토록 산란했다니 ..!’ 그렇지만 가능한 자신을 나무라지 않고싶었다 .

지금이야 먹기명상에 대한 의도를 내어 먹었기 때문에 느낀바가 있는 것이지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 밥 잘 먹었다 ’ 하고 식사를 마쳤을 것이다 . 앞에 놓인 음식을 온전히 먹을 수 있다면 그 음식을 먹고 살찌운 몸과 마음이 세상을 더욱 사랑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

깨어있는 정신으로 매일의 소중한 음식을 마주하고 싶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 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현장 사진

먹기명상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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