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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3.05.15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34

청명(淸明)에는 씨를 뿌려야해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3.05.15 15:40 조회 4,28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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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淸明)에는 씨를 뿌려야해 시대가 흘러도 농촌에서는 여전히 절기력으로 살아간다 . 물론 일상에서는 달력을 보고 생활하지만 때에 맞춰 씨를 뿌리고 작물을 기르고 수확까지 모든 절기에 발맞추어 농부는 허리를 숙인다 .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 ( 淸明 ) 에는 벚꽃이 한창이라 꽃단장을 하고 벚꽃구경을 하기 바쁜 계절이기도 하다 . 봄바람이 불고 꽃샘추위가 오면 그 많던 꽃잎도 눈보라치듯 떨어지기 때문에 찰나의 계절을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 그러나 농촌의 풍경은 좀 다르다 .

4월호 그림
4월호 그림

벚꽃구경은 가로수길이 아닌 마을에서 바라본 산벚을 풍경으로 몸을 낮추어 일하기 시작한다 . 시대가 좋아져도 절기라는게 있기 때문에 이맘 때에는 씨를 부지런히 뿌려놓아야 가을에 수확할 것이 있을 것이다 .

나는 농사를 업으로 살고있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풍요로운 날씨가 펼쳐지면 호미를 내려놓고 놀러가기 바쁘지만 대체로 지금 우리마을의 풍경을 보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씨를 뿌리는 농부님들을 만날 수 있다 .

이렇게 자연의 흐름에 따라 농사짓는 분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 나는 올해 사찰음식을 배우고 있는데 음식을 만들기 전 ‘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 에 대해 감사함을 표하고 요리를 시작한다 .

농사를 지을 때면 여러 유통망이나 가공을 거치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기른 건강한 농산물을 요리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지구적인 것이라 여기며 먹을 만큼 지어오고 있는데 , 요리학원에서 배우는 음식을 만드는 이의 마음 또한 그러하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

제철채소와 국산먹거리와 같은 신토불이 사상을 가지고 만드는 것도 좋았다 . 요즘에는 외국음식의 입맛에 길들여져서 몇일만 지나도 다른나라 향신료와 식재료가 땡기는데 음식을 직접 만들면서 그러한 욕구는 줄어들고 지금 가지고 있는 기본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기도 하다 .

아무튼 요즘에는 음식을 만들 때나 먹을 때나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보면 씨앗과 씨앗을 뿌린 농부 , 햇살과 바람과 비와 땅과 지렁이 , 미생물 , 등 다양한 농장의 풍경을 거쳐 채소를 수확하여 신선하게 포장하고 , 또 그것을 운반하고 , 판매하는 사람들까지 떠올랐다 .

뿐만아니라 그 과정을 위해 운영되는 농장과 유통을 위한 공장 , 여러기계나 부품까지도 다 이어져있다는 것을 알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먹고 살기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과 자연이 도와주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 매 순간 살아있기 위해 세상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

바야흐로 청명 ( 淸明 ) 은 씨앗을 뿌리는 계절이다 . 절기책에서 보니 이 시기에는 무슨 씨를 뿌려도 좋다고 한다 . 단연 먹는 씨앗만이 아니다 . 씨앗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말씨 , 마음씨 , 몸씨 , 등 무엇을 나누어도 좋은 시기가 청명이라고 한다 .

그래서 절기에 맑을 청 ( 淸 ) 자가 들어가나 보다 . 나는 무엇을 뿌려볼까나 . 오늘은 만나는 이마다 고운 말씨와 친절한 마음 , 사랑의 몸짓을 건네봐야지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 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현장 사진

청명(淸明)에는 씨를 뿌려야해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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