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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2.02.03

신미연의 시골생활 이야기 18

씨앗부터 김장까지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2.02.03 13:54 조회 4,51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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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부터 김장까지 지난 여름의 끝자락에 ‘씨앗받는 농부’에서 나눔 받은 조선무 씨앗과 모종으로 구입한 구억배추를 심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토종배추로 김장을 하고 그 매력에 빠져 올해 들어 두 번째 김장을 준비했다.

평생 엄마 김치를 아기새처럼 받아 먹다 무와 배추의 수확부터 김장까지 손수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나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리 부부와 양가 부모님까지 총 세 가족이 먹을 양으로 씨앗을 뿌렸다.

신미연 그림
신미연 그림

짝꿍은 매일같이 새벽마다 배추벌레를 손으로 잡았고, 아낌없이 돌보기를 3개월쯤 되었을 때,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했다. 우리집 배추는 100포기가 넘었으나 벌레에게 넉넉히 먹혀가고, 여름에 찾아온 무름병 덕에 일반 배추 기준으로 대략 30포기 정도 나왔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세 가족이 모두 먹기엔 어림없겠다 싶어 배추를 구하던 중에 ‘씨앗받는농부’ 채종포팀이 수확한 배추를 얻을 수 있었다. 나는 결구된 토종배추와 일반 배추를 섞어서 가져왔는데 가까운 곳에서 믿을만한 농산물을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과도 같았다.

게다가 비싸지도 않은 가격에 덤으로 몇 포기를 더 얻었으니 이번 김장은 배추부터 성공적이었다. 김장은 나눔의 문화라고 하는데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정이 쌓이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장을 시작하는 이른 아침 짝꿍은 새벽부터 배추를 씻고 절였다.

그 사이 양가 부모님이 도착하셨고 우리 여섯 사람은 다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한나절 작업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고, 차 라이트 아래서 절여진 배추를 씻어내며 김장이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었다.

부모님이 멀리까지 오셔서 고생만 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김장이라는 좋은 구실로 작은 구슬땀 함께 흘릴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 갖은 재료로 육수를 푹 삶아내고 김치소로 농사지은 생강과 마늘을 넣으니 그 맛의 풍미가 더해졌다.

다음날도 김장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났으나 김치를 다 담그고 나니 어느덧 오후가 되어있었다. 이렇게 무와 배추 씨앗을 받아 준비한 봄부터 지금까지 사계절이 온전히 담긴 김치를 맞이할 수 있어 한겨울 나기가 든든하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현장 사진

씨앗부터 김장까지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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