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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8.12.04

바닥의 걸어서

일 잘 하고 싶은 사람, 일 하기 싫은 사람,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의 지도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8.12.04 12:48 조회 5,38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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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 하고 싶은 사람 , 일 하기 싫은 사람 ,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의 지도 < 일하는 마음 > 제현주 지음 저는 11 월부터 새 일터로 출근합니다 .

배차 시간 20 분 , 완주군내에서 아마도 가장 자주 오는 버스인 535 번을 타고 30 정거장을 지나야 닿을 수 있는 전주 시내 한복판입니다 .

[업로드] 바닥이미지
[업로드] 바닥이미지

당연히 앉아 갈 수 있겠거니 싶었는데 며칠 지나보니 우리 아파트에서 전주로 출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내가 나가는 그 시간에 , 그 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면 많게는 열 다섯 명까지 우르르 줄을 섭니다 . 그래서 저는 지난주부터 한 정거장을 거슬러 올라가 버스를 탑니다 .

그리고 최대한 깊숙이 맨 뒤쪽으로 가서 앉습니다 . 버스가 전주로 들어서고 나서도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면 도시 출근길의 익숙한 모습을 만납니다 . 앞문은 닫히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빡빡히 들어차고 뒤쪽은 조금 헐렁한 , 그렇지만 결코 적지 않은 사람이 겨우 실려다니는 그런 .

완주로 오기 전 서울에서 아침마다 너무 많은 사람이 타는 지하철에서 , 너무 많은 사람이 달리는 환승역에서 , 너무 많은 사람이 서로를 밀치는 거리에서 느꼈던 그런 기분을 느끼고야 맙니다 .

몇 달 전 다음 책을 집중해서 쓰겠다며 카페 일을 그만두고선 생계비를 해결할 뚜렷한 방도가 없어서 조만간 일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

글을 쓰고 강연을 다니면서 돈을 벌어도 충분치 않았고 한국어교육과 성폭력예방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어도 전문 강사로 활동하기엔 배짱도 실력도 열정도 그만그만했습니다 . 돈을 버는 다른 방법을 모르니 다시 회사에 들어가는 수밖에요 . 운 좋게도 일하고 싶은 곳을 만나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다녔던 여섯 번째 직장을 2 년 전에 그만두면서 여전히 나는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 일하기 싫은 자 먹지로 말라는 말을 붙들고 , 일을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면 일하기 싫으니 돈을 쓰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노력했습니다 .

어느 정도 휘둘리는 가짜 욕망을 제거하면 지금까지보다는 덜 쓰며 살 수 있습니다 . 그렇다해도 완벽하게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이 아니라면 그냥 살기만 하는 데도 돈이 꽤 들기 때문에 전혀 돈을 벌지 않고 살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

게다가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하는 일 말고 재미로 친구들과 벌인 일에서 ‘ 일하는 재미 ’ 를 알게 되고나선 내가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 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

어떻게 , 누구와 ,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즐겁게 일하고 보람을 느끼며 더 잘하고 싶어합니다 .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일의 조건을 맞추지 못해 괴롭게 일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 나에게 맞는 조건을 아는 것도 , 그 조건에 맞는 일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요 .

돈이 필요해서 일을 하기는 하지만 , 일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활동이기도 합니다 . 인간은 때론 기필코 무언가를 하는 존재니까요 . 그래서 저는 다시 직장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어떤 종류의 일이어야 , 누구와 함께하는 일이어야 하는지를 따졌습니다 .

해보고 싶은 일 , 세상에 필요한 일 ,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내가 필요한 만큼의 보수를 주는 곳이었습니다 . 힘들 게 뻔하고요 . 고민 끝에 이런 다짐을 했습니다 .

너무 잘하려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 것 , 조급한 마음에 나와 같지 않다며 동료를 원망하지 말 것 , 균형을 잃지 않고 천천히 갈 것 . 그러고도 부족해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 제현주 작가의 < 일하는 마음 > 입니다 .

저자는 ‘ 남들이 좋다고 하는 일 ’ 을 10 여년 간 하면서 경력을 쌓고 직장 밖에서 ‘ 내가 좋아하는 일 ’, ‘ 가슴을 뛰게 하는 일 ’ 을 6 년 정도 경험한 뒤 , 본인에게 중요한 조건을 파악하고 직장 안이냐 밖이냐를 따지지 않게 된 때 , 다시 직장 안에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나 는 저자처럼 ‘ 아직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지 못하는 일 ’ 에 몸을 던지길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며 일을 잘하고 싶기는 합니다 .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저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는데요 , 일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태도에 공감하면서 조금은 울컥한 마음으로 빠르게 한 번 , 두 번째에는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옮겨 적었습니다 .

어려움에 대한 불안 , 일의 괴로움 , 일의 의미 , 일하는 방식 , 리듬과 속도 , 좋은 일과 나쁜 일 , ‘ 열심히 ’ 와 ‘ 잘 ’ 과 ‘ 꾸준히 ’, 일이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등 일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마주하는 마음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책을 읽다보면 내 안에 ‘ 어떤 ’ 마음이 들겠지요 . 바로 그 마음으로 우리는 일하고 있으니까요 . /바닥(bacac) 이보현은 귀촌인이자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글 쓰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읍내 아파트에 삽니다.

현장 사진

일 잘 하고 싶은 사람, 일 하기 싫은 사람,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의 지도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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