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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5.08.28

농촌별곡

한여름 예초작업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5.08.28 16:39 조회 1,70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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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예초작업 요 며칠 더위가 한풀 꺾였다 . 한 달 넘게 푹푹 쪄대던 극한 폭염을 생각하면 선선한 느낌마저 드는 게 벌써 가을로 접어든 기분이다 . 물론 한낮으로는 꽤 더운 편이지만 여름이 늘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진다 . 뒤꼍을 울리는 매미 소리가 평화롭기만 하다 .

어제부터 논둑 우거진 풀을 예초기로 베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 짓는 논배미가 꽤 되는지라 며칠 걸리는 작업이다 . 한여름 예초는 몇 년만에 처음이다 . 작업이 워낙 힘겨워 어느 해부턴가 아예 포기했더랬다 . 적어도 한해 세 번은 논둑을 쳐줘야 한다 .

모내기를 앞두고 기계작업이 수월토록 하고 , 한여름에는 한껏 우거진 수풀을 치우며 , 가을걷이를 알두고는 수확기 ( 콤바인 ) 가 잘 움직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 그런데 한여름 뙤약볕 아래 예초기를 돌리기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

10 분도 지나지 않아 땀으로 목욕을 하고 탈진 상태에 빠지니 그야말로 극한작업이라 하겠다 . 생각 끝에 몇 해 전부터 한여름 예초작업을 건너뛰어 왔던 것 . 그 경우 논둑 바로 옆 벼포기가 수풀에 치여 자라지 못하는 손실이 생긴다 .

그래도 며칠에 걸친 극한의 고역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그리 나쁠 건 아닌 셈이다 . 문제는 그 다음이다 . 한여름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쑥쑥 자라 풀들이 그야말로 정글을 이룬다 . 그렇게 가을로 이어지면 수풀은 빽빽이 우거질뿐더러 쇠심줄처럼 질겨진다 .

그 상태에서 수확을 앞둔 예초작업은 극심한 노역이 된다 . 예초기 날이 잘 먹히지 않는데다 질긴 풀줄기에 자꾸만 얽혀 작업이 끊기기 일쑤다 . 그러니 들이는 품과 작업시간이 두세 곱절 넘게 든다 . 결국 손해보는 장사인 셈이다 . 하긴 세상일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

그래 올해부터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한여름 예초작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 문제는 극한 폭염 속 한낮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 술을 줄여서 그나마 덜 더운 새벽녘에 일찍 일어나 한두 시간이라도 예초기를 돌리겠노라 . 여러 사람 앞ㅇ서 공언을 해둔 터다 .

그런데 때마침 더위가 한풀 꺾였으니 이야말로 천우신조 아닌가 . 논둑예초 얘기가 길어졌다 . 요컨대 기후위기로 여름 더위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 지금이야 선선한 기운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만 최고기온이 섭씨 37 도를 찍었던 게 불과 일주일 전이다 . 그 속에서 네댓새 김매기를 했다 .

35 도를 웃도는 고온이 한 달 넘게 이어지니 봉실산 아래 논배미에 여뀌바늘이 올라와 쑥쑥 자라났다 . 마침 중간물떼기 기간이라 논바닥이 굳는 바람에 잘 뽑히질 않아 낫으로 베어내야 했다 . 물론 낮에는 엄두도 못 내고 이른 아침 한두 시간 .

8 시만 넘어도 대지가 후끈 달아오르니 도망치듯 물러서야 했다 . 그리고 늦은 밤까지 더위와 씨름하느라 기진맥진 . 이따금 탈출구가 없지 않았다 . 완주미디어센터가 마련한 ‘ 피서영화관 ’ 에서 두어 시간 더위를 식히는 날도 있고 , 생각지도 못한 횡재를 하기도 했다 .

“ 에어컨 없이 더위와 싸우는 ‘ 독거노인 ' 을 위해 시원한 맥주집에서 ’ 대작 보시 ‘ 해주실 분 !” “ 기후변화로 무더위가 심각하긴 하네요 . 이 더위에 바다낚시 간 남편이 문어를 꽤 낚은 모양이에요 .

맥주집 대신 저희집에서 문어파티 ~ 어때요 ?” 그런데 장기 일기예보는 극한 폭염이 다시 찾아와 9 월까지 이어질 거란 우울한 전망이다 . 엊그제 볏대를 뽑아 해부해보니 이삭을 배고 있다 . 폭염 속에 이삭이 패면 소출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 그보다 사람이 견디기 힘든 더 문제지 .

이래저래 심란한 여름이다 . / 비봉 염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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