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앗이칼럼 · 2017.10.11

농촌별곡

참 인간다운 삶은 무엇일까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7.10.11 09:57 조회 5,480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참 인간다운 삶은 무엇일까 길게는 열흘이나 되는 ‘ 황금 ’ 추석연휴 마지막 날이다 . 듣자 하니 사상최대의 해외여행 인파로 국제공황이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 국내에 남은 이들은 시댁으로 , 처가로 , 눈여겨 뒀던 여행지로 느긋하게 돌았을 법하다 . 참으로 오랜만에 누리는 여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

그런데 서비스업을 하는 동네 친구는 ‘ 명절대목 ’ 을 그냥 보낼 수 없다며 연휴기간 내내 가게 문을 열었다고 신세타령을 늘어놓는 거다 . 참 안 됐다 싶어지는 순간 , 정반대의 푸념도 들려온다 . “ 연휴가 길어도 너무 길다 ” 는 얘기였는데 , 솔직히 좀 어이가 없다 .

‘ 복에 겨운 ’ 얘기는 아닐 거다 . 모처럼 맞은 황금연휴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가 이어지는 ‘ 의무방어전 ’ 에 실망도 하고 , 짜증도 났을 법하다 . 그게 아니라면 다들 만족스런 직장에서 즐겁게 일하면서 ‘ 자기를 실현하는 ’ 보람찬 나날을 보내고 있던가 .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열흘도 안 돼 일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나고 , 연휴가 지겨울까 이 말이다 . 단언컨대 현실과는 멀고 먼 얘기다 . 내 경우 연휴기간에 < 우리의 노동은 왜 우울한가 >( 스베냐 플라스푈러 , 로도스 ) 와 < 일하지 않을 권리 >( 데이비드 프레인 , 동녘 ) 를 손에 잡았다 .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책들이다 . 웬 뜬금없는 얘기냐 싶겠지만 다 이유가 있다 . 더러 알고 있겠지만 나는 반평생을 노동자 편에서 일을 해왔고 , 10 년 전 여러 사정으로 그 일을 그만 두었다 . 시골로 내려와 농사짓고 산지도 어느덧 7 년이 다 돼 간다 .

그런데 지금도 이따금 “ 노동인권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라 ” 는 ‘ 눈 먼 ’ 강의요청이며 ,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다 . 지금의 처지를 들어 웬만하면 정중히 거절하는 편인데 , 몇 해 전에 출간한 <10 대와 통하는 노동인권 이야기 >( 철수와영희 ) 관련된 요청은 뿌리치기가 어렵다 .

책은 어쨌거나 내가 쌓은 업이고 , 여전히 그럭저럭 팔려나가고 있으니 마다 할 명분이 없는 탓이다 . 그래 , 강의를 며 칠 앞두고 얘깃거리를 찾을 요량으로 손에 잡은 책이 바로 이 두 권이다 .

요컨대 오늘날 노동자들은 강박적으로 일에 매달려 자신의 욕망을 소진하는 ‘ 일중독 ’ 에 쉽게 빠지는데 , 그 일을 끔찍이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본의 전략에 길들여진 탓이란 얘기다 . 뛰어난 자만이 , 이윤을 올리는 자만이 , 주말에도 일하는 사람이 자리를 보장받는 시대 .

자율성과 기력을 소진시켜 필요이상의 소비를 부추기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 그러니 사람들은 휴가 기간에도 언제 , 어디서나 자기업무에 ‘ 온라인 ’ 상태다 . 이런 강박이 연휴의 즐거움을 뒤흔들고 , 그런 심리가 ‘ 지겨움 ’ 으로 왜곡된 건 아닐는지 .

내일 아침 , 참으로 오랜만에 직장에 출근하는 이들의 발걸음은 가볍지 않을 것이다 . 마음은 또 얼마나 무거울지 . 열흘 아니라 달포 전부터 ‘ 작은 농한기 ’ 를 지나고 있는 나로서는 황금연휴라는 게 별 것도 없다 . 내일도 논을 둘러보는 것 말고 크게 힘 쓸 일을 없을 것이다 .

수확이 시작되는 이 달 하순까지는 쭉 그럴 것이다 . 염장을 지르자는 게 아니다 .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힘겹지 않을 일이 어디 있겠나 . 나 또한 고단한 날이 많았고 , 부아가 치민 적도 숱하다 . 지금 여유를 부리는 만큼 ‘ 저소득 ’ 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

세상이 그리 쉬운 건 아니니까 . 나는 다만 이 참에 우리가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일에 사로잡혀 사는지 , 참으로 인간다운 삶이란 어떤 것인지 돌아보았으면 싶은 것이다 . /차남호(비봉 염암마을에 사는 귀농인)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