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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4.04.18

농촌별곡

벼두레와 더불어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4.04.18 14:13 조회 4,09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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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두레와 더불어 봄인가 했더니 벌써 꽃잔치가 끝나가고 있다 . 매화는 진작에 지어 손톱 만한 열매가 맺었고 , 개나리를 지나 벚꽃과 배꽃 잎이 허공중에 꽃비로 흩날린다 . 지난 며칠 화사한 빛으로 간드러지게 피어났던 복사꽃도 조금씩 제빛을 잃어간다 . 봄날은 이렇듯 허망하게 흘러가는 겐가 .

눈부신 꽃잎을 떨군 들녘은 이제 연두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 고개를 들면 꽃잎 무리가 솜사탕처럼 , 뭉게구름처럼 점점이 박혀 있던 산자락도 차츰 푸른 기운이 짙어간다 . 좀 서글프고 야속도 한 시절이 흐른다 . 그도 잠시 , 아련한 춘심을 추스르고 보면 이게 다 농사철이 되었다는 표식임을 깨닫는다 .

농한기 ,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갔다 . 농사철이 다가오면 먼저 마음을 다잡고 , 슬슬 몸도 풀어준다 . 걱정이 앞서다가도 막상 농사에 접어든다 싶으면 맘이 설레게 마련이다 . 그런데 올해는 좀 다르다 . 그야말로 농사철이 코앞인데 여전히 근심만 한가득이고 일의 진행은 어수선하다 .

뭐가 크게 달라져서가 아니다 . 벼농사만 짓는 쌀전업농 처지 그대로고 , 고산권벼농사두레의 일원으로 두렛일 ( 협동작업 ) 을 함께 하는 구조 또한 바뀌지 않았다 . 그런데 어인 까닭인지 농사 준비에 집중을 못하고 일이 꼬이기도 한다 . 아직도 찰벼 볍씨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

여느 해 같으면 종자원에서 보내준 볍씨 포대가 이미 창고에 놓여 있어야 할 참인데 , 신청이 늦어 차례가 밀리고 말았다 .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지만 끝내 못 구하면 어쩌나 걱정이다 . 게다가 함께 농사를 지을 벼두레 경작회원도 여태 구성을 마치지 못한 상태다 .

올해는 농사를 그만두거나 쉬어가는 이가 제법 되어 인원을 보강해야 하는데 진척이 느린 탓이다 . 새 집행부가 여러모로 애쓰고 있어 조만간 진용을 갖출 수야 있겠지만 조바심이 앞서는 걸 숨길 수 없다 . 그런 가운데서도 시간이 농부의 처지를 헤라려 줄 리 만무하니 농사일정을 짜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

여러 의논 끝에 올해는 협동작업 일정을 며칠 당기기로 했다 . 지금까지는 협동작업 , 게 중에서도 인력이 집중되는 못자리 조성작업을 5 월 5 일 ( 어린이날 ) 에 맞추고 역산하여 나머지 일정을 잡아왔다 .

그런데 이번엔 어린이날을 챙겨야 하는 회원들을 배려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강해 작업날짜를 5 월 1 일 ( 노동절 ) 로 앞당긴 것이다 . 결국 올해는 4 월 24 일 볍씨 담그기를 시작으로 27 일은 볍씨를 파종하는 협동작업 일정이 마련됐다 .

다행히 임대기계를 나눠 쓰는 다른 농가들과도 일정이 겹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 벌써부터 마음과 머리가 바빠진다 . 찰벼 볍씨를 어떻게 구할지 , 볍씨 담글 때 쓸 열탕소독기와 발아기는 어찌 옮길지 , 파종작업 대책과 상토문제 , 못자리 조성작업 인력은 또 어떻게 모을지 ...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다 . 그러고 보니 농사라는 건 때가 되면 어찌 되었든 꾸역꾸역 해내게 돼 있는 모양이다 .

더욱이 생태농업의 가치에 공감하면서 , 일과 놀이가 하나되는 노동의 경지를 몸으로 느끼며 , 그렇게 빚어낸 건강한 쌀을 거두는 기쁨을 나누는 ‘ 농사도반 ’ 들이 함께 하니 어려울 게 무엇이겠나 . 이제껏 밀려드는 걱정과 조바심일랑 함께 헤쳐나가다 보면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으리라 .

어느새 벼두레가 마련한 인문학강좌 ( 지구를 살리는 농사이야기 , 황대권 작가 ) 와 벼농사 설명회에 나갈 시간이 되었다 . 좀 더 많은 이가 벼두레와 더불어 짓는 유기농 벼농사 대열에 함께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가득이다 . / 차남호 (비봉 염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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