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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5.08.12

농촌별곡

농업, 생명가치 먼저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5.08.12 08:58 조회 5,43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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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지나가자 벌써 일주일 째 찜통 같은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 아침나절이고 한낮이고 가릴 것 없이 푹푹 쪄대니 당최 견디기가 힘들다 . 밤에는 열대야가 극성이다 . 더위에 지친 심신을 가눌 틈도 없이 잠을 설치니 곤죽이 되고 만다 . 누군들 다르랴만 농사꾼에게는 힘든 시절이 아닐 수 없다 .

그나마 이 더위에 김매기에 시달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요행이라 여기고 있다 . 그러나 나라꼴을 생각하면 다시 입맛이 써진다 . 다름 아닌 ‘ 밥쌀 수입 ’ 얘기다 .

정부가 며칠 전 저율할당관세 (TRQ) 의무수입 물량 ( 총 40 만 8 천톤 ) 가운데 밥쌀 3 만 톤 등 4 만 1 천 톤을 수입한다며 ‘ 느닷없이 ’ 입찰공고를 낸 것이다 . 잘 알다시피 쌀수입 전면개방 ( 관세화 ) 조치로 밥쌀 수입의무는 사라졌다 .

그런데 이제 와서 ‘ 관세율 513% 지탱 ’ 을 이유로 “ 밥쌀 수입은 자제하겠다 ” 던 공언을 뒤집은 것이다 . 수입물량까지 더하면 쌀 공급량은 이미 차고 넘치는 실정이다 . 여기에 밥쌀까지 들여오면 국내쌀값은 폭락할 수밖에 없다 . 실제로 시중쌀값은 이미 20 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

결국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 그리 되면 식량주권에도 빨간불이 들어온다 . 식량주권은 결국 소비자의 생존권이니 식량위기의 희생자 또한 소비자일 수밖에 없다 . 쌀값 떨어진다고 마냥 반가워 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

오늘 , ‘ 넋 빠진 농업정책 ’ 에 분노한 농민들이 서울로 모여 항의집회를 열었다고 한다 . 비록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 심정은 다르지 않다 . 쌀값은 떨어졌는데 우리동네 논갈이 ( 로터리 ) 비용은 올해 20% 나 올랐고 , 농자재를 비롯해 내린 건 하나도 없다 .

‘ 폭폭헌 노릇 ’ 이 아닐 수 없다 . 그래도 벼농사를 놓지 않는 건 식량주권과 생태가치를 끈으로 한 ‘ 농민 - 소비자 연대 ’ 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 나아가 이런 흐름이 넓게 퍼져나가길 바란다 .

얼마 전 우리 친환경 벼농사모임이 치러낸 ‘ 양력 백중놀이 ’ 는 이 점에서 눈여겨 볼 만 하다 . 백중놀이는 원래 세 벌 김매기가 끝나는 음력 7 월 15 일 즈음에 푸짐한 술과 음식으로 일꾼들을 위로하는 잔치다 .

그런데 올해는 지난 호 칼럼에서 밝혔듯이 논풀이 거의 올라오지 않아 일찌감치 김매기가 끝났다 . 그래서 양력 7 월 15 일 즈음으로 당겨 잔치판을 벌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 기획팀을 꾸려 준비에 들어가게 됐다 . 프로그램은 크게 ‘ 논배미 투어 ’ 와 ‘ 여름밤 잔치 ’ 로 짜였다 .

낮에는 벼농사모임 회원들이 짓고 있는 2 만평 논배미를 돌면서 작황을 살피며 여러 궁금증을 풀고 ( 논배미 투어 ), 밤에는 모깃불 피워놓고 술과 음식을 나누며 생태농사의 가치를 나누자 ( 여름밤 잔치 ) 는 것이었다 . 그런데 일이 좀 커지게 됐다 .

내부행사로 그치기엔 프로그램이 아깝다는 것이고 , 이번 기회에 친환경 벼농사의 가치를 널리 공유해보자는 것이었다 . 어차피 준비하는 거 , 숟가락만 조금 더 얹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 뜻밖에 많은 이가 관심을 보였고 , 행사가 열린 날에는 온 동네가 들썩거렸다 .

여벌로 얹은 숟가락이 더 많았을 만큼 . 달포 전에는 국정 최고책임자라는 분이 “ 농업은 대박산업 ” 이라는 헛소리로 가뜩이나 고달픈 농사꾼들 염장을 질렀다 . 단언컨대 ‘ 도박산업 ’ 은 결코 살 길이 아니다 . 생태가치를 중심에 놓고 , 농사짓는 즐거움과 보람을 새롭게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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