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별곡] 농부의 가슴이 뛴다 그야말로 봄기운이 넘실댄다 . ‘ 극강 한파 ’ 에 눈물짓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매화는 이미 시들어가고 어느새 벚꽃 망울이 터졌다 . 한낮엔 벌써 초여름과 진배없는 날씨다 . 온누리에 생명력이 넘쳐 난다 .
지난가을 , 고대하던 산행도 마다하고 홀로 사흘을 낑낑대며 심어놓은 앞마당 잔디는 새순이 돋아 제법 파릇파릇하다 . 그 앞마당에 어떤 나무를 심을지 , 왼쪽 텃밭은 또 자리를 어찌 나눌지 이런저런 그림을 그려온 지 오래다 . 오늘은 이웃과 함께 소양 나무시장을 찾아 묘목을 잔뜩 사왔다 .
대부분 꽃나무들 . 어찌 된 영문인지 이 골짝엔 봄이 되었어도 꽃을 구경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 아직 옮겨심기도 전인데 머릿속에는 이미 눈부신 꽃대궐이 들어앉아 있다 . 꽃도 꽃이지만 농사철도 코앞이다 . 밭농사가 시작된 지는 이미 오래지만 내 전업인 벼농사는 아직도 달포는 지나야 한다 .
엊그제는 농협에서 마련한 벼농사 중심의 연례 친환경 영농교육을 받고 왔다 . 내용도 뻔하고 지루한 시간이지만 빠지기 않고 참석한다 . 농사철을 앞두고 처음 모이는 자리니 만큼 몸과 마음을 다잡기엔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 달포가 남았다고는 하지만 마음만은 이미 벼농사에 접어들었다 .
더구나 여느 해와 달리 지난겨울은 < 농한기강좌 > 같은 ‘ 예열 ’ 도 없었으니 준비작업이 더 빨라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 때로는 이런 조바심이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 지난 주말 , 우리 벼농사모임은 전체회의를 열어 체계를 갖춰 새롭게 출발하기로 뜻을 모았다 .
회칙을 마련하고 조직운영과 재정체계도 분명히 하기로 한 것이다 . 물론 ‘ 조바심 ’ 때문만은 아니다 . 2014 년 겨울 첫발을 내디딘 벼농사모임은 지난 3 년 동안 ‘ 포트모 시스템 ’ 을 바탕으로 유기농 벼농사를 함께 지어왔다 .
손수 농사를 짓는 회원 뿐 아니라 ‘ 건강 먹거리 , 식량주권 , 생태적 삶 ’ 이라는 가치에 공감하는 훨씬 더 많은 비농가가 함께 해왔다 . 두레 정신에 따른 협동농사와 공조가 기본이었지만 백중놀이 , 풍년잔치 , 대보름놀이 같은 생태적 삶을 나누는 일도 꾸려왔더랬다 .
하지만 그 정체성은 무척 모호했던 게 사실이다 . 언젠가 다른 글에서도 얘기했듯 조직은 실상 ‘ 무정형 ’ 이었다 . 규약도 , 의사결정체계도 , 사업집행단위도 , 재정시스템도 갖추지 않았고 심지어는 이름조차 ‘ 벼농사모임 ’ 이라는 보통명사로 통용됐던 것이다 .
그런 가운데서도 회원들의 뜨거운 열기에 힘입어 모임은 고산 일원에서 제법 의미 있는 존재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 문제는 한 두 번일지라도 회원들의 열정이 수그러들었을 때다 . 그 위기국면을 수습할 책임을 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지난여름 백중놀이를 볼품없이 치른 뒤부터 모임이 ‘ 혼수상태 ’ 에 빠진 것도 이런 한계 때문이다 . 벼농사모임의 이번 ‘ 체계정비 ’ 는 반년이 넘는 성찰과 모색의 결과다 .
‘ 고산권 벼농사두레 ’ 라는 이름도 짓고 ,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나눠 출자금과 연회비에 차등을 두었으며 , 임원진을 구성해 사업집행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기로 한 게 핵심이다 . 이 새로운 흐름 때문일까 ? 벼농사모임의 전체 경작면적은 지난해보다 늘었고 , 농가회원 ( 정회원 ) 도 늘어났다 .
뭐 , 그 흐름 때문이 아니라도 좋다 . 새 순을 힘차게 밀어 올리는 봄기운만으로도 농부의 가슴은 벅차오르니까 . /차남호(비봉 염암마을에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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