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 나무 그리고 물 - 산골의 세 가지 요소에 대한 보고서 경작과 주거가 쉬운 평야는 이미 부자와 기계의 손에 대부분 넘어가고 있다 . 남은 땅은 골짜기뿐이니 산골에서 살 방도를 찾지 않으면 남은 것은 빈털터리 유랑민이 되는 것뿐이다 .
너멍굴이라는 골짜기에서 산 지 어언 1 년 , 그곳의 식생과 기후가 골짜기 경륜에 도움이 되는 바 , 1 년간의 관찰을 토대로 짧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 골짜기 경륜에 제 1 요소는 물이다 . 산골은 물이 귀하다 .
물은 식수와 농수로 이용하기에 아주 중요한데 평지처럼 물이 많지 않으니 이 얼마 안 되는 물을 잘 다스리는 치수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 . 너멍굴의 경우 물은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얻어진다 . 첫째는 산골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이다 .
이 물이 농수로 활용되는데 , 올해 극심한 봄 가뭄으로 논에 물을 대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한 바 , 작은 연못과 몇 개의 보를 만들어 물을 저장해야 한다 . 보는 연못을 판 흙을 망에 담아 주위의 돌과 낙엽과 함께 쌓으면 무너지거나 쓸려 내려가지 않는다 . 둘째는 안개 , 빗물과 같은 하늘의 물이다 .
고산과 같이 산이 높고 제법 큰 강을 가진 골짜기는 강의 습기와 산의 찬 공기가 만나 안개가 쉬이 형성된다 . 특히 너멍굴과 같이 강 방향으로 골짜기가 향해 있다면 , 밤에는 안개와 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 이 습기를 잘 다스려야 쾌적한 생활이 보장된다 .
또한 가뭄이 빈번하고 비는 폭풍처럼 쏟아지는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시점에서 안개는 잘 활용해 볼 가치가 있는 현상이다 . 산골생활의 제 2 요소는 나무이다 . 이 나무란 것들은 우리가 시멘트와 철근을 주된 건설자재로 사용하며 그저 농작물에 그늘을 드리우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
하지만 골짜기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 산에 있는 나무의 가지를 잘 관리하면 장작이나 농기구의 중요한 재료를 얻을 수 있다 . 또한 나무를 산 뿐 아니라 농지에도 적절히 심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 이는 나무가 갑자기 햇빛이나 산골의 찬바람을 중화시켜 미기후를 형성해주기 때문이다 .
또한 밤이면 안개의 수분을 잡아 땅으로 내려줄 수 있으니 가뭄에 해법으로 고려해 봄직하다 . 아울러 농지 주변에 심는 나무를 과실수로 한다면 , 해가 지나 과실이 익으면 새로운 농산물이 생산되니 일거양득이라 하겠다 . 골짜기에서 농사와 주거를 행하며 마주하는 마지막 난관은 풀이다 .
아스팔트 위에서 아주 작은 녹지와 몇 그루의 가로수를 보는 것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골짜기의 풀들은 씨앗이 어디서 날아오는 지도 알 수 없다 . 혹자는 풀과 더불어 살자고 제안하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 자연은 생각보다 거대하고 위험하다 . 풀이 주는 위험은 농작물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
집 근처에 풀이 있으면 풀 속에 사는 벌레와 개구리 , 뱀들이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 풀에 대한 해법은 적절히 구역을 나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는 것이다 . 동네 할머니들의 행동을 관찰한 바 , 그들은 구역을 나눠 매년 풀과의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
우선 그들은 자신의 거주지 근처에는 풀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 단 한포기의 풀도 정해진 구역이 아니면 용납하지 않는 이 구역은 거주지와 거주지로 침입 가능한 반경이다 . 두 번째 구역은 농지인데 그곳에서는 풀과 어느 정도 협상을 하고 있다 .
풀이 작물보다는 크지 않게 관리하지만 모두 죽이지는 않았다 . 골짜기에 1 년을 살았지만 골짜기는 별로 바뀌지 않았다 . 그러나 너멍굴 지리조사가 얼추 완료되고 이제 이를 토대로 산골의 변화를 시도하니 , 골짜기가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 /진남현(2016년 완주로 귀농한 청년.
고산에서 여섯 마지기 벼농사를 지으며 글도 쓰고 닥치 는대로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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