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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5.07.30

김영혜의 영화산책

인간의 삶이 어떻게 종착역에 이르게 되는가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5.07.30 15:14 조회 2,06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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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 어떻게 종착역에 이르게 되는가 (6) 아무르 ( A mour) 유기체인 이상 , 모든 인간은 죽는다 . 사고 , 재난 , 전쟁 , 질병 등은 인간에게 예기지 않은 죽음을 가져다준다 .

이 모든 것들을 ‘ 운좋게 ’ 피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종국에는 어김없이 ,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노화가 찾아온다 . 어느날 갑자기 생명활동이 정지해서 깔끔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 있다 .

아무르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장 루이 트랭티냥 주연, 프랑스, 2012)
아무르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장 루이 트랭티냥 주연, 프랑스, 2012)

미세한 균열이 시작되고 , 이 균열은 점점 커지면서 마침내 터진 둑처럼 우리 삶을 파괴한 후에야 끝을 보게 된다 . 음악가 출신인 노부부의 평범한 아침 식탁에서 이 균열은 시작된다 . 남편은 다정다감하고 아내는 살짝 무뚝뚝하다 . 두 사람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먹는다 .

갑자기 아내가 말이 없어진다 . 이상하게 생각한 남편이 아내를 쳐다보자 , 아내는 표정도 , 움직임도 멎은 채 멍하게 앞을 응시하고 있다 . 놀란 남편이 수건에 물을 적셔 아내 얼굴에 갖다대보지만 아내는 미동이 없다 .

당황한 남편은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집을 나가려는데 , 아내의 정신이 돌아온다 . 아내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 그러나 두 사람은 깨닫는다 . 노인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 — 삶의 균열이 시작되었다는 것 .

뇌졸중 수술 끝에 몸의 오른편이 마비된 채로 집에 돌아온 아내에게 남편은 진심을 담아 말한다 . “ 당신이 집에 돌아와서 너무 좋아 .” 아니었다 . 느릿느릿하지만 각자 자기 역할을 해나가던 일상은 완전히 무너진다 .

남편은 아내를 씻기고 , 옮겨주고 , 음식을 해서 떠먹여주고 , 장을 보고 , 음악을 틀어주고 , 지극정성으로 아내를 돌본다 . 그러나 아내는 점점 악화된다 . 언어를 잃고 , 기억을 잃고 , 마침내 대소변을 못가리게 된다 . 두 사람의 단정하고 온화했던 모습은 이제 간 데가 없다 .

아내는 병마에 시달리며 참혹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 간병에 지친 남편은 봉두난발이 되어 있다 ... 이 영화를 요즘 한국사회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 간병살인 ’ 을 다룬 예로만 거론하기에는 감독이 너무 뛰어난 거장이다 .

미카엘 하네케는 당대 프랑스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감정을 싣지않고 담담하게 정면돌파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큰 울림을 준다 . 그것은 아마도 감독이 우리 인간들의 삶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과 더불어 연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듯 .

주연을 맡은 장 루이 트랭티냥은 저 유명한 로맨스 영화 < 남과여 > 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 그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중년남녀가 결혼을 해서 삼사십년 지난 후의 모습을 이 영화에서 보는 듯하다 .

< 남과여 > 가 달콤하고 설레었다면 , < 아무르 > 는 ‘ 사랑 ’ 이라는 영화제목과는 달리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삶이 어떻게 종착역에 이르게 되는가를 참으로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무거운 마음 한 켠에 이런 생각이 든다 — 모두의 종착역이 똑같이 ‘ 죽음 ’ 이라면 , 결국 ‘ 어떻게 사느냐 ’ 가 인간 각자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 / 김영혜 는 부산에서 태어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전주에 이십 년 넘게 정착해 살았다 .

얼마 전 은퇴해서 완주에 작은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

현장 사진

인간의 삶이 어떻게 종착역에 이르게 되는가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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