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로 달래보는 삶의 애환 (21) 빌리 조엘의 <피아노 맨> “ 노래를 해주게 피아노 맨 / 오늘밤 우리에게 노래를 해주게 / 우리 모두 멜로디에 빠지고 싶다네 / 자네가 우리를 기분 좋게 해 준다네 .” 학창시절 설렘과 낙담 사이를 헤맬 때 자주 귀 기울이던 노래입니다 .
1974 년 서울 입주 아르바이트 집에서 처음 접했던 FM 방송에서 만나 지금까지도 지친 마음을 다래주고 있는 빌리 조엘의 [ 피아노 맨 ]. 이 노래는 단순히 술집의 풍경을 묘사하는 노래가 아닙니다 .
이 곡은 1970 년대 뉴욕의 한 선술집에서 밤을 지새우며 연주하던 젊은 음악가의 체험을 토대로 하면서도 , 어느 순간 모든 이들의 삶을 압축해 보여주는 보편적 우화로 확장됩니다 .
피아노 소리에 묻어나는 쓸쓸한 위안 , 맥주잔에 부딪히는 소리와 담배연기 속에 깃든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은 음악이라는 한 매개를 통해 고독과 치유의 양가적 정서를 동시에 전해줍니다 . 노래의 배경은 특별할 것도 없는 바입니다 .
그러나 그곳은 세상에서 밀려난 사람들 혹은 잠시 짐을 내려놓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작은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 바텐더인 존 , 소설가의 꿈을 접어야 하는 폴 , 사업을 하는 듯하지만 속내는 공허한 이들 , 그리고 사랑을 잃은 외로운 이들까지 .
피아노 옆에 둘러앉은 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술잔을 나누는 동안 잠시 삶의 무게를 나누는 동료가 됩니다 . 술집은 세상살이의 대기실 혹은 휴게실과 같은 공간으로 삶의 옥신각신은 잠시 보류된 채 음악만이 공통의 언어가 됩니다 .
빌리 조엘의 목소리와 함께 흐르는 하모니카와 피아노는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이야기를 이어주는 매개자 역할을 해줍니다 . 건반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진 손님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선율은 잊고 싶지만 잊히지 않는 기억들을 건드립니다 .
피아노는 연주자 개인의 악기가 아니라 그곳에 모인 모든 이의 고백을 대신해주는 치유자이기도 합니다 . 누군가는 그 소리를 듣고 허무를 달래고 또 누군가는 잠시 손 놓았던 희망을 챙기기도 합니다 .
이 곡이 진정으로 울림을 주는 것은 절망과 희망을 단순하게 대비시키지 않고 그 둘을 한 공간에 겹쳐 놓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노래는 즐겁고 위안을 주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슬픔과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이런 이중성을 통해 우리들 인간 존재의 본질까지 건드리고 있습니다 .
삶은 늘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성이 바로 음악을 필요로 합니다 . 음악은 허무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리듬과 선율을 통해 그것을 견딜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줍니다 . 작사 작곡 노래 모두 빌리 조엘이 맡았습니다 .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노래는 그의 첫 히트곡이자 대표곡입니다 .
1973 년에 발매된 동명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2013 년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습니다 . 2015 년에는 그 문화적 , 역사적 ,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미국 의회도서관 국가녹음기록소의 보존 대상으로까지 선정됩니다 . 요즘도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다양한 풍경들이 떠올랐다 사라집니다 .
어떤 날에는 술잔을 기울이며 흐느끼는 낯선 이의 그림자로 다가오고 , 또 어떤 날에는 오래된 친구와 웃으며 부르는 추억의 합창이 되기도 합니다 . 혼자 들어도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됩니다 . 개인의 고독을 함께 나누는 외로움으로 변환시켜 주는 것입니다 . 그것이 음악의 힘이 아닌가 합니다 .
피아노의 건반에서 흘러나온 멜로디가 한밤의 술집을 넘어 세상을 울릴 수 있었던 것도 그것이 단순히 한 연주자의 자전적 경험을 넘어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삶은 어쩔 수 없이 고단하고 외롭습니다 .
하지만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 세상에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사로잡힐 때 , 꿈을 잊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올 때 이 노래 크게 틀어놓고 몸과 마음을 맡겨보시기 바랍니다 .
특히 엘튼 존과 함께 피아노 건반을 부셔버릴 것처럼 두드리며 연주하는 공연실황도 꼭 챙겨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 그렇게 그렇게 폭염 보내고 가을맞이를 해보는 것입니다 ! / 이종민 은 40여 년간 지켜온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 고향 완주에서 인문학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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