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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4.12.27

이종민의 다스림의 음악

멀리 떠나는 길 위에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4.12.27 16:31 조회 3,69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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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떠나는 길 위에 - 안수련의 [먼길 떠나는 사람은 뒤돌아 본다] 2007 년 국립창극단 국가브랜드로 만들어진 ‘ 우리시대의 창극 ’ [ 청 ] 에 삽입된 곡입니다 . 이 공연에는 ‘ 동초 탄신 100 주년 기념공연 ’ ‘ 청소년공연예술제 개막공연 ’ 등의 거창한 타이틀이 붙어 있습니다 .

그 거창함만큼이나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 화려한 무대와 역동적인 연출을 통해 창극의 가능성과 판소리의 현대화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 수작이라 하겠습니다 . 특히 1 막과 2 막 마지막 부분을 해금연주로 마무리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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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창극이라면 좀 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봉사 눈뜨는 대목 뒤에 이어지는 황성잔치의 떠들썩함으로 끝맺음을 할 수도 있을 텐데 그 절정을 피하고 차분한 에필로그를 부록처럼 제시하며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 눈을 뜬 심봉사와 심청이 함께 길을 걸어가는 모습으로 .

그 배경음악으로 이 곡이 흐릅니다 . 1 막 마지막에서도 인당수에 빠지는 격정적 장면으로 끝나지 않고 하늘에서 내리는 꽃비를 맞으며 심청이 어딘가로 향해 가는 모습으로 마무리됩니다 . 이 대목에서도 이 곡이 연주 형태를 달리하여 배경음악으로 등장합니다 .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매우 전략적인 연출로 여겨집니다 . 관객들로 하여금 심봉사나 심청 삶의 우여곡절을 통해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게 해주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 의도가 무엇이든 이 두 마지막 장면은 특히 해금의 가슴 저린 연주 덕에 더욱 우리들 마음에 또렷이 남을 것입니다 .

1 막 마지막 부분은 [ 저 멀리 흰 구름 자욱한 곳 ], 2 막은 [ 먼 길 떠나는 사람은 뒤돌아본다 ] 로 끝납니다 . 같은 곡인데 1 막에서는 해금을 신디가 감싸주고 2 막에서는 해금이 더블베이스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

두 곡 모두 해금 연주는 안수련이 맡고 있는데 그의 2004 년 앨범 [ 수련 I] 에 실려 있는 첫 번째 곡 [ 삶 , 소유 ] 에서 뒷 부분을 생략하고 앞 부분만을 취해 독립시킨 것입니다 . 창극 [ 청 ] 에는 많은 길이 등장합니다 . 곽씨부인 상여 나가는 길 .

심봉사와 심청이 밥 빌러 가는 길 .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저 세상으로 가는 길 . 맹인들 황성잔치 찾아가는 길 . 심봉사가 눈을 뜨고 딸 심청과 함께 도화동 찾아나서는 길 등 .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인생살이를 나그네 길이라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일까 ?

해금을 맡은 안수련은 해금연구회 악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정수년 , 강은일 , 김애라 등과 더불어 해금의 연주 영역을 한껏 넓혀가고 있는 촉망받는 연주자입니다 .

길은 언제나 없던 문을 만든다 그리움이나 부끄러움은 아무 데서나 정거장의 푯말을 세우고 다시 펴보는 지도 , 지도에는 사람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 가지 않은 길을 잊어버리자 사람이 가지 않는 한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의 속력은 오직 사람의 속력이다 줄지어 가는 길은 여간해서 기쁘지 않다 - 이문재의 [ 길에 관한 독서 ] 부분 길은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문을 향합니다 .

몸 건강을 위해 걷기가 많이 추천되고 많은 이들이 열심이지만 걷는 길은 결국 우리들 마음의 한 지향입니다 . 주어진 현실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몸부림입니다 . 걷기가 마음 치유에도 유용한 것은 낡은 것을 지우고 새로운 전망을 세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

하여 먼 길을 나설 때면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볼 수밖에 없습니다 . 이 곡 들으시며 길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삶 한번 뒤돌아보시기 바랍니다 . 곡 제목에서 그런 것처럼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은 뒤를 돌아보는 법이랍니다 . 우리들 인생만큼이나 먼 길이 또 어디 있겠는지요 .

/ 이종민 은 40여 년간 지켜온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 고향 완주에서 인문학 화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장 사진

멀리 떠나는 길 위에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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