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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7.11.07

이승철의 완주이야기 41

와룡리 김순탁(金順卓) 농사법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7.11.07 11:42 조회 5,4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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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리 김순탁(金順卓) 농사법 김순탁 농업인의 농사 비결 제 1 조는 ‘ 밑거름을 몽땅 주기 ’ 이다 .

두엄 , 풀 , 쇠똥 , 닭똥을 충분히 삭혀 놀랄 만큼 땅 깊이 주고 갈아엎어 때를 맞춰서 흙을 골라 씨를 뿌리면 ( 묻으면 ) 떡잎부터 무럭무럭 자라 솎아내야 하는 데 두 식구가 못다 먹고 뽑아내도 자꾸 자라나니 이웃과 친구에게 마구 준다 .

와룡리 가양마을 주변의 개울
와룡리 가양마을 주변의 개울

받는 이마다 고마워 손이 크고 인심이 후하다 칭송하며 ‘ 하늘이 낸 사람 ’ 이라 치하한다 . 어느 장소에서 마늘과 양파를 파는데 외상을 주며 적지를 않는다 . 살짝 물으니 ‘ 믿고 준다 ’ 는 게다 . 뒤에 들으니 한 사람도 빠짐없이 갖다 주더란다 .

가을 추수를 마치면 방아를 찧어 쌀을 싣고 다니면서 친구 친척에게 나눠준다 . 여름철 마늘과 양파도 마찬가지이다 . 사람들이 ‘ 천사 ’ 라 하는 말을 필자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 아들 4 형제를 잘 가르쳐 그 며느리까지 8 인 모두 직장이 있다 .

공부 잘하는 손자는 미국에서 데려다 장학금을 주며 가르친다고 한다 . 평생 집짓기와 농업에만 전념을 하니 손금이 달아 보이지를 않고 손바닥은 구두창처럼 뻣뻣하며 , 손등은 마치 거북 등과 같다 . 비록 수족이야 이렇지만 기분 좋게 일하며 ‘ 헛 ’ 하는 소리는 즐거울 때 나오는 탄성이다 .

뽑은 마늘 밭에 있을 때 비가 내려도 짜증을 내지 않고 ‘ 물에 씻겨져 좋다 ’ 는 품성이다 . 같은 마을 농부 강철문 ( 가명 ) 은 농고를 나와 아는 게 많다 . ‘ 최소 경비 최대 효과 ’ 를 강조한다 . 이 말에 반대할 자 없어 지켜만 본다 .

그런데 김순탁하고는 아주 농사법이 달리 일속에 묻혀만 산다 . 밑거름은 저울에 달아 넣으니 작물은 약하고 드물어 사이에 풀만 자라 쉴 새 없이 매야한다 . 비료 자주 주려니 늘 바쁘고 잔일이 많다 .

종자 비료 값 아끼려 계산기를 두드리지만 소출이 적은데다 농산물 찾는 이가 없어 늘 정부에 욕하며 불만 속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 선거를 통해 한 자리를 하려거든 김순탁 밑거름을 하듯이 미리미리 바닥 표를 생각해 둬야한다 .

투표가 임박해서야 가상의 숫자 주판알만 튕겨 대선 위의 강철문 꼴 흉작을 면하기 어렵다 . 김순탁은 훈장 받아 마땅한 농업인이나 선거 전후 손 한 번 잡아주는 사람이 없단다 . 부인은 허리가 휘었다 . 김순탁씨의 농사경력 70 년 .

‘ 이제 80 살 일을 줄일 수밖에 없다 ’ 는 그의 독백에 눈물이 난다 . 지기 땅 외에 남의 논밭을 붙이고 , 율곡리 종산 , 소양면 사촌 산자락 , 화산면 귀두골을 일궈 생강 , 무 , 배추 , 고추 , 토란 깨를 심어 남에게 퍼주던 그 열성을 알기 때문이다 . 어찌 김순탁 뿐이랴 .

조선왕조에선 나이 80 이 넘으면 수직 ( 壽職 ) 을 내렸다 . 정부가 80 넘은 농업인에게 할 예우가 없는가 ? 아이와 농업인을 ‘ 국보 ( 國寶 )’ 라 부를 시절이 왔는데도 …… /이승철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칼럼니스트

현장 사진

와룡리 김순탁(金順卓) 농사법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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