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 12-일인교통( 一人交通) 완주로 이사 오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완주행보를 읽었다는 동네 친구를 두 명 ( 실로 엄청난 숫자 ) 이나 만났다 . 아이고 , 완주 얘기 별로 없는데 미안해라 .
완주행보는 독립생활자로 자취 생활 처음 하는 , 도시가 아닌 곳에서 , 여성가구라 더 특별한 , 하지만 어디서나 그럼직한 나의 사는 이야기일뿐 완주라서 특별한 건 별로 없다 . 그렇지만 제목을 그리 달아놨으니 책임감을 느끼고 이번엔 완주살이에 도움되는 얘기를 적어야겠다 .
얼마 전 중고 자동차를 샀다 . 직장생활로 모아놓은 돈은 이로써 탕진 . 완주에서 살기 시작할 때부터 가족과 친구들에게 차 없이는 살기 불편할 거라는 많이 들었지만 차를 사고 유지할 돈도 , 차를 타고 가고 싶은 곳도 없었다 . 불편하게 살아보지 뭐 .
자연과 벗 삼으며 살고자 도시를 떠나오는데 굳이 석유 태워가며 차를 갖고 싶지 않았다 . 집과 회사만 오가며 느릿느릿 사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으니까 . 주변을 보면 성인 두 명 이상이 사는 집은 빠짐없이 자동차가 있다 .
되려 한 대 만으로 부족해서 자동차와 오토바이 조합으로 1 인 교통 시스템을 개별적으로 갖췄다 . 내 1 인 교통수단은 자전거였다 . 출퇴근하는 데는 별 불편이 없었고 이토록 고요하고 평화로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너무 좋아서 밖에 나가지도 않던 적응기 6 개월 동안은 정말 아무 불편이 없었다 .
차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심심하지 않냐고 도시 친구들이 물어도 전혀 , 라고 대답할 정도로 . 그러다 슬슬 답답해졌다 .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르니까 . 집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는 하루에 열 번쯤 오는 버스가 두 대 선다 .
10 분 정도 걸어나가 큰 길을 건너면 읍내 번화가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여기보다 사정은 낫지만 아무 때고 그냥 나가면 버스든 지하철이든 타던 시절에 비하면 확실히 불편하다 . 게다가 해만 지면 아무리 읍내여도 깜깜해지는데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혼자 걸어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
겨울이 되면서부터는 자전거도 탈 수 없고 해도 빨리 지니까 어디를 다닐 수가 없었다 . 걸어가서 만날 만한 거리에 사는 친구도 없고 , 적막하고 긴 밤을 혼자 지내다보니 나도 차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드디어 하게되었다 .
겨울잠 자는 동물처럼 긴긴밤 잠만 잘 수도 없고 , 아무리 자연이 좋아도 나는 몇 십 년 넘게 도시에서 향락과 유흥생활에 찌든 몸 . 좋은 음식 아무리 먹어도 라면이 그리운 것처럼 가끔은 매연도 마시고 도시 음식도 먹고 도시 불빛도 봐야한다 . 그래서 차를 샀다 .
동네는 도로에 차도 별로 없고 다들 ‘ 자유롭게 ’ 운전을 해서 부담이 덜한데 전주라도 나갈라치면 바짝 긴장을 한다 . 요즘은 전주 신시가지 체육관에 운동하러 다니는데 용진이나 봉동읍내 버스정류장까지 내 차를 타고 가서 주차해놓고 버스타고 나가곤 했다 . 그럴려면 차를 왜 샀냐고 ?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오는 그 캄캄한 길이 무서우니까 . 그래도 요즘은 용기를 내어 전구간 차를 몰고 다닌다 . 나는 지금 도시에서 살 때보다 행복하지만 도시적인 모든 것들을 거부하고자 지역으로 온 게 아니다 . 도시와 다른 면들이 다 좋지도 않다 .
다만 내가 살고 싶은 모습 , 맺고 싶은 관계 , 보고 싶은 풍경들을 찾고 만들면서 차곡차곡 삶을 꾸릴 뿐이다 . 완주에서 그렇게 뚜벅뚜벅 걷는다 . 그래서 완주행보 . ( 이제 부릉부릉 달리기도 하는구나 ) 이번 이야기도 완주이야기는 아니네 .
이런 불편은 대중교통 편리한 도시에서 지역으로 옮겨온 사람들이 어디서나 겪게 될 어려움이니까 . 그래도 도움되셨죠 ? 자가용이 없으면 불편하긴해도 못 살 정도는 아니에요 . 저도 1 년 넘게 살았잖아요 . 지금도 차 없이 잘 사는 친구들도 있고요 .
버스 시간을 맞춰 움직이고 어지간한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면 되니까요 . 시간과 품이 훨씬 많이 들지만 지금까지와 다른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일테니까요 . ( 하지만 당신은 결국 자동차를 사게 될 것입니다 ) / 바닥 (badac) 이보현( 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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