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앗이칼럼 · 2017.04.03

완주행보

도난사건(盜難事件)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7.04.03 17:11 조회 5,288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자전거가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왔다 14- 도난사건 ( 盜難事件 ) 겨우내 자전거를 묶어놓은 보관소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 자가용을 타고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그쪽으로 갈 일도 없었다 . 전주에 버스타고 나가려고 걸어가던 길이었다 .

복잡한 시내에서 운전하는 거나 주차장 찾아 헤매는 거 싫어서 날도 풀린 김에 차를 두고 나서다가 보관소를 보니 자전거가 없다 . 언제 사라졌는지도 알 수 없다 . 자물쇠도 채워놨는데 어떻게 된 걸까 .

완주행보
완주행보

관리사무소에 신고해야 하나 잠깐 생각했지만 말한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어 속상해하면서 갈 길을 가기로 한다 . 서울에서도 두 번이나 도둑맞았는데 완주에서도 또 잃어버리는구나 .

한 대는 회사 주차장에 자물쇠 채워서 세워놓고 주말을 보내고 왔더니 없어졌고 , 골목 안 연립주택 살 때 건물 주출입문 앞에 세워둔 자전거도 사라졌다 . 여기 살면서는 자전거를 도둑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도 없는데 속상하다 .

전에 살던 서울 아파트에는 따로 자전거 보관소도 없었고 여러 번 도둑맞다보니 집까지 끌고 올라와서 좁은 현관문 안쪽에 자전거를 세워뒀었다 . 혼자 살았더라면 계속 그렇게 집안에 보관했을 텐데 같이 사는 사람에게 미안해서 그럴 수는 없었다 .

결국 집밖으로 내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방 창문과 가까워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였다 . 각별한 사연이 있는 자전거라 유난히 챙긴 측면이 있다 . 이번에 잃어버린 건 그 자전거는 아니다 . 완주에 오기 한참 전에 친한 친구에게 줬는데 여기 오니 자전거가 필요해져서 사려던 중 아는 분께 물려받았다 .

애정이 덜한 자전거여서 집으로 끌고 오지 않았던 건 아니다 . 너무도 당연하게 자전거 보관소가 있으니 거기에 묶어두면 된다고 생각했다 . 자물쇠도 채워놓았고 오랫동안 타지 않아 방치된 자전거도 많았지만 그래도 정상적으로 운행되는 보관소였다 .

공개된 장소인 데다가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사람들이 늘 지나다니는데 어느 겁 없는 사람이 자물쇠를 끊어갈까 싶었다 . 그런데 이런 일이 . 그 뒤로 매일매일 보관소를 지날 때마다 혹시나 자전거가 있나 없나 살펴보게 되었다 . 며칠이 지났을까 거짓말처럼 자전거가 돌아왔다 . 정말 내 자전거다 .

게다가 더 놀라운 건 내 자물쇠가 다른 자전거를 묶고 있다 . 돌인지 망치인지로 쳐서 깨뜨리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 며칠 빌려갔던 걸까 . 어쨌든 다행이고 반가워서 얼른 자전거를 끌고 아파트 건물 안으로 들어와 엘리베이터에 태워서 올라왔다 .

가끔 계단으로 오르내릴 때 자전거들이 잔뜩 묶여있는 걸 보고선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었는데 ,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보다 . 사람 사는 곳이 어디나 너무 똑같다 . 지역이라고 생전 못 느껴본 이웃 간의 정을 느끼고 싶다는 기대를 하지 않은 것처럼 조심과 의심도 적당히는 해야했던 건가 .

‘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는다 ’ 는 당연한 약속을 지키기만 한다면 , 남이 가져갈지도 모르니까 자물쇠를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보관소가 있는데도 굳이 집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넘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말이다 . / 바닥 (badac) 이보현 ( 귀촌인 .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

현장 사진

도난사건(盜難事件) 사진 1

첨부자료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