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共同育我 곁에서 함께 나를 길러주는 친구들에게 꽃이 피고 잎이 돋고 그 모든 것들을 축복하는 고운 볕이 내리쬐는 봄이다 . 사실 나는 한 달 째 무기력한 상태다 . ‘ 봄 우울증 ’ 을 검색해보니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우울증이 심해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
내친김에 여름 우울 , 가을 우울 , 겨울 우울을 모조리 검색창에 넣어봤다 . ‘ 겨울 우울증이 있다고요 ?’ ‘ 가을 우울증 어떻게 극복하나 ?’ ‘ 여름 우울증의 원인은 ?’ 등 계절성 우울에 관한 기사는 차고 넘쳤다 . 말만 붙이면 다 우울증이래 .
피식 웃음이 났다가 조금 진지한 태도로 나의 과거를 돌이켜봤다 . 생각해보니 작년에도 봄부터 여름까지 꽤 괴로웠고 , 제작년에도 비슷한 시기에 , 그 전 해에는 봄부터 가을이 다 될 때까지도 그랬던 것 같다 . 봄이 되면 나는 자주 우울한 기분에 시달리곤 하나보다 .
햇볕을 쬐고 사람을 만나고 몸을 움직이라는 극복방법도 소용이 없다 . 우울한 사람에게는 그럴 기력조차 없다 . 빨리 벗어나 기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해봤자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된 뒤로는 그저 그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
그렇다고 괴로움이 덜한 건 아니니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 괴로워 ’ 를 읇는다 . 상담소를 찾아가고 , 일기장에도 쓰고 트위터에도 쓰고 심지어는 이렇게 긴 글로 지면에 또 쓴다 .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친구들을 붙들고 하소연을 하고 친구들 옆에 어쩌다 같이 서 있던 친구의 친구에게도 , 아직은 그렇게까지 친하지 않은 친구들에게도 , 멀리 있는 친구에게는 전화와 문자로 , 일 얘기를 하는 회의자리에서도 틈만 나면 괴로움을 호소한다 .
너무 부끄럽지만 앞으로도 아마 또 그럴 것이다 . 조만간 외국에 있는 친구에게 국제우편이나 영상통화로도 하게 될지 모른다 . ( 친구들 , 미리 미안 .
그렇지만 활력 넘치는 날에 꼭 보답할게 ) 어제 오후부터 오늘 밤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열 명도 넘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괴로움을 토로했다 . 갑자기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난다 . 부끄럽고 고마워서 .
공동육아 共同育兒 공동체에서 엄마아빠와 함께 다른 집 이모삼촌들이 모두의 아이를 돌보듯 나는 주변의 사람들을 총동원해서 나를 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너무나 자주 삶을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내 곁에는 고맙게도 이야기를 들어주고 , 걱정해주고 , 시간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다 .
함께 나를 길러준다 . 지금은 붙들고 울기밖에 못하지만 이 마음을 잘 기억해서 나도 언젠가는 당신을 길러주겠노라고 다짐한다 . /바닥(badac) 이보현(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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