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앗이칼럼 · 2017.09.07

완주행보

경과보고 經過報告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7.09.07 11:07 조회 5,392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19. 경과보고 經過報告 임대아파 트 에는 어떻게 들어가나요? 2015 년 9 월에 지금 사는 집에 들어왔다 . 생애 최초로 월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면서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 내 한 몸 스스로 먹여 살릴 경제력을 가져야 하고 , 해도해도 티 안나는 살림을 꾸려야 했다 .

청소하고 정리하고 빨래하고 , 뭐 먹을지 생각하고 요리하고 설거지하고 . 매 끼니 , 매일 , 매주 할 일은 쌓여있다 . 벌어먹기 싫으면 빌어먹고 , 직접 하기 싫으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면되지만 어쨌든 알아서 방법을 찾아야 살아진다 . 그렇게 생활인이 되어간다 . 나는 매일 일기장에 일기를 쓴다 .

201709
201709

요즘은 며칠 밀려서 한꺼번에 쓰는 날도 많다 . 컨디션이 좋을 때는 아침 일찍 일어나 차를 마시며 명상하듯 어제를 복기하고 오늘을 기대했다 . 자기 전에 평화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정리하기도 했다 . 컨디션이 좋을 때 그랬다는 말이다 .

무기력하고 우울했던 지난 몇 달 동안은 숙제처럼 하루하루 일어난 일을 그저 나열하는 일기를 썼다 . 괴로워서 가만히 누워서 하루를 보내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더라도 배는 고팠으므로 먹을 걸 챙겨야 했다 . 그런 마음으로 일기도 썼다 . 가계부도 매일 썼다 .

형편없이 망가지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이자 놓으려고 해도 놓을 수 없는 나의 본성일 터 . 안정적이진 않지만 경제적으로 큰 문제는 없고 , 집안꼴도 아주 엉망은 아니다 . 이제 붙잡아야 하는 건 마음의 영역 .

한 사람의 건강한 개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 앞가림을 알아서 잘 해야하는데 겨우 일상을 무너지지 않게 살림을 꾸린다 . 외로워도 괴로워도 매일의 식사와 청소 , 빨래를 챙기면 마음을 붙잡기 쉬울텐데 어디 그게 쉬울까 . 9 월부터는 조금 더 힘을 내보련다 . 일기도 밀리지 않고 깊고 길게 써야지 .

9 월 중순에는 주공아파트에 입주한다 . 독립하고 나니 뭐든 처음 해보는 것 투성인데 이제 곧 처음으로 이사도 경험할 예정이다 . 지금 사는 집을 구하고 계약하고 확정일자를 받은 것도 , 단독세대주 세입자로 사는 것도 처음이었다 . 임대아파트 입주자 모집공고를 찾아보고 신청하는 것도 처음 해봤다 .

완주에는 삼례와 봉동에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의 임대아파트가 있는데 1 년에 한 번 정도 예비입주자 신청을 받는다 . 1 인 가구는 제일 작은 크기 ( 전용면적 40 ㎡ 이하 ) 만 신청할 수 있고 청약통장 납입회차나 거주 기간 등을 가산점으로 계산한다 .

당시 청약저축이 없어서 점수가 높지 않았는데 신청자가 많지 않았던지 다행히 끄트머리에라도 예비입주자로 선정되었다 . 1 년여를 기다려 순번이 돌아왔다 . 언니랑 같이 살 때 딱 한 번 이사했었는데 언니가 알아서 업체 알아보고 견적 받고 날짜 잡고 나는 그냥 출근했다가 이사간 집으로 퇴근했었다 .

이집에 들어올 때는 맨몸으로 내려온 거나 다름없어서 이삿짐이랄 게 없었다 . 이년이 흐르는 동안 냉장고 , 세탁기 , 직접 만든 책상과 책장이 생겼다 .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람살이가 꽤 된다 .

나는야 트럭을 빌리거나 직접 몰 수도 있고 , 흔쾌히 이사를 도와준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고민 끝에 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 내일 용기를 내어 이삿짐센터에 전화해봐야겠다 . /바닥(badac) 이보현(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현장 사진

경과보고 經過報告 사진 1

첨부자료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