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할지도 모르는 ) 나의 작은 가게 광고 13- 감언정식(甘言定食) 오늘은 한낱의 햇볕이 너무나 따사로워서 집안에 있는 게 아까웠어요 . 할 일을 제쳐두고 만경강 따라 이리저리 걸었습니다 .
겨울엔 강물이 꽁꽁 얼어 오리들이 물을 찾아 요리조리 다니더니 이제 너른 강물 속을 아주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 조금만 지나면 꽃들도 활짝 피어날 테지요 . 봄볕은 가만히 머리끝에서 얼굴 , 온몸을 어루만져주니 잘 마른 빨래처럼 뽀송뽀송한 기분이 듭니다 .
걱정거리 때문에 가슴이 답답한 날 볕을 쬐고만 있어도 마음이 풀리잖아요 . 평범한 대화가 그런 햇볕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 오늘 뭐 먹었어 ? 오늘 뭐했어 ? 어제 꿈에 누가 나왔는지 알아 ? 오는 길에 꽃이 피었더라 . 강아지 한 마리가 따라와서 한참을 같이 놀았어 .
오늘 기분 나쁜 전화를 받았지 뭐야 . 일을 너무 많이 했더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 매일매일 해가 뜨면 당연히 볕이 드는 것처럼 특별하지 않은 말을 듣고 아무말이나 하면 그 온기로 마음이 녹고 말랑말랑해집니다 .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밥상머리에서 대화를 하고 , 각종 인터넷 SNS 활동에 , 다양하게 작은 마음들을 나누고 알아서 잘 살고 계시리라 믿지만 그래도 가끔은 들을 준비가 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거나 따뜻한 축복의 말만 편파적으로 해줄 내 편이 필요한 날이 있습니다 .
혼자 지내는 조금 쓸쓸한 1 인 가구 친구들 , 고리타분한 말은 듣기 싫은 소녀들 , 쓸데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들어 괴로운 생활인 ,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지내도 마음 저 구석은 끝내 볕이 들지 않는 외로운 영혼들을 위한 감언정식 . 달콤한 말을 풀코스로 제공합니다 .
듣기에 거슬리지만 도움이 되는 고언은 훌륭한 분들께 가서 들으시고 듣기에 좋고 기분도 유쾌해지는 무해한 소리들을 실컷 떠듭시다 .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 푸념을 들어주는 가게 ’ 이기도 합니다 .
그런데 주인장이 말하기를 워낙 좋아해서 입을 다물고 듣기만 하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실컷 말을 많이 할 수 있는 가게로 바꿨습니다 . 저는 상담자도 아니고 선생님도 점쟁이도 아니니까 그냥 듣기 좋은 아무말이나 할 겁니다 .
쓸모 없는 것의 아름다움 , 쓸 데 없는 일의 즐거움 , 의미 없는 아무말을 하면서 낄낄거리는 기쁨을 만나보세요 . 정식코스가 어떤 구성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단품구성은 어렵고 가격정책도 제 마음입니다 . 감언정식은 어쨌든 비쌉니다 . 지금까지 아무말이었습니다 .
/ 바닥 (badac) 이보현 ( 귀촌인 .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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