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푸릇한 들풀이 대지를 가득히 채우는 반면 인류가 먹고 살기 위해 밭갈이를 하는 때로 자신의 생명을 위해 일하는 시기이다 . 이맘 때 일하지 않으면 열매를 수확할 수 없기에 우리는 이 땅이 주는 양분을 먹으며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 . 대지의 들풀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있다 .
관행농업에서는 잡초로 전락해버린지 오래이지만 소농이나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에게는 귀한 먹거리로써 밥상을 채워주고 있다 . 냉이는 초봄부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들풀로 나물이나 국으로 또는 튀김으로 솔찬히 차려진다 .
냉이처럼 땅바닥에 바짝 엎드려 잎을 펼친 모양이 마치 장미꽃과 닮았다 하여 겨울을 나는 들풀을 로제트 (rosette) 라고 하는데 민들레나 지칭개 , 뽀리뱅이 , 엉겅퀴 , 등이 그 예로 봄나물로써는 안성맞춤이다 .
꽃이 피기전에 뿌리를 캐어다 쓴맛을 빼고 밥상에 올리면 이른봄 우리몸에 쌓여있는 염증의 배출을 도와주고 간기를 원활하게 한다 . 또한 대부분의 봄나물은 기관지염에 효능이 있는데 이는 겨울철에 지친 우리의 호흡기를 보하기 위함이 아닐까 한다 .
철마다 아니 절기마다 달라지는 들풀의 식생과 모양을 통해서도 자연의 흐름을 알 수 있다 . 들풀은 식용부위에 따라 먹는 방법과 효능이 달라지는데 5 월은 대부분의 봄풀이 꽃이나 열매를 맺는 시기로 이제 곧 씨앗을 뿌릴 준비를 하고 있다 .
농업에서는 씨앗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밭을 갈아 작물을 심을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 전통적으로도 소를 이용해 논밭을 가는 소갈이를 해왔고 , 현대에 와서는 트랙터를 이용해 밭을 갈고 있다 . 그렇게 풀을 잡아 그 대신에 작물을 심는다 .
밭을 갈기 전까지 귀한 나물이었던 들풀은 어느새 쓸모없는 잡초가 되어버리고 , 대지는 초원에서 사막화로 그 모습이 달라진다 . 땅에 기대어 살던 여러 생명들 , 미생물은 밭을 가는 동시에 사라져버린다 . 그리고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토양 아래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으로 노출된다 .
토양의 식물은 대기중의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 그리고 흡수한 탄소를 뿌리를 통해 토양 속의 미생물에게 제공한다 . 미생물은 질소와 여러 영양소를 식물에게 공급하는데 그 과정에서 ' 글로말린 ' 이라고 불리는 탄소 접착제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
들풀은 이것을 통해 탄소를 토양 속에 잡아두는 것이다 . ( 다큐 ' 대지에 입맞춤을 (kiss the ground)' 참고 ) 실제로 자연농이나 퍼머컬처에서는 땅을 갈지 않고 들풀과 공생하는 농사를 제시하며 세계의 많은 소농들이 자신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 .
밥상에서는 먹거리로 , 텃밭에서는 토양을 복원하는 고마운 식물 . 탄소는 토양과 더불어 우리몸을 구성하여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 생활 전반에 걸쳐 탄소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는 현실이 되었다 .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보다 쉽고 빠른 방법은 잡초라 불리는 들풀을 활용하는 것이다 . 땅을 갈거나 풀을 메지 않고 , 있는 그대로 두되 작물과 공생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풀을 베어 덮어주는 농사 . 휴경지를 만들거나 그곳에서 약초로써의 풀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
' 내가 먹는 것이 곧 나 ' 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생명은 하루도 빠짐없이 먹으며 산다 . 나는 이 말을 자주 깊이 새기면서도 집에서 밥 한상 차리기가 쉽지 않아 농사를 짓다가도 종종 외식을 하러 나가곤 한다 .
그러면 음식을 정성들여 차려주신 식당 사장님께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내 스스로 나를 위해 밥을 짓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때가 많다 . 간소하더라도 더 자주 농사를 짓고 밥을 지으며 살고 싶다 .
얼마전 자연농을 하시는 선생님께서 'what your food ate( 당신의 음식은 무엇을 먹었는가 )' 라는 책을 추천해주셨다 . 나는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책의 제목을 듣고 적잖이 놀라웠다 . 내가 먹은 음식이 무엇을 먹었는지에 대해 묻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나 .
나는 이 문장을 가슴 깊이 새기게 되었다 . 5 월 , 입하가 들어서며 모종 아주심기가 시작되었다 . 나는 이전보다 풀을 덜 베고 그대로 두는 식의 농사를 짓고 있다 . 땅을 갈지 않더라도 풀이 자라나기도 전에 계속해서 베니 밭의 양분기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
풀을 길러 그대로 덮어주면 풀거름이 된다 . 올해는 풀을 두려워말고 오히려 키워서 땅으로 돌려주는 농사를 지으려한다 . 지금은 좀 작게 먹더라도 몇년 후를 바라보며 때를 기다리려 하는 것이다 . 숲을 닮은 토양이 회복되고 건강해지는 모습을 직접 보게되기를 바래본다 .
/2018년 완주로 귀촌한 신미연 은 작은 텃밭을 일구며 제로웨이스트, 자급자족의 삶을 지향한다.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