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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3.12.23

살다보니

열쇠가 어디있지?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3.12.23 22:16 조회 5,3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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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준비에 분주하면서도 번뜩 생각난 것이 있었다. 차 키가 어디 있더라? 지난 주말 3일간 현정이네 김장을 도와주느라 내 차를 탈 기회가 없었다. 월요일이 되어 나가려고 하니 열쇠가 생각났다. 그게 어디 있더라? 찾아 봤는데 안보이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봉근씨, 혹시 모닝키 어딨는지 알아요?” “모닝키? 나야 모르지.” “아니 내 차 키가 5개라며.” “아니 정확히 말하면 4개야.” “그래? 그럼 열쇠가 하나는 차에 꽂혀 있을 거고 하나는 내 가방에 있는데 그 가방이 차 안에 있어요. 그럼 나머지 두 개는 어디 있는 거지?

그냥 궁금해서요...ㅎㅎ” “뭐야! 헐...” 봉근씨는 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ㅋㅋ “자기는 정확히 안가지고 있다는 거죠? 아~ 걱정하지마세요. 내 옷에 있나보다. 찾아볼게.” 한 소리 들을까봐 난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옷장을 뒤졌다.

다행히 열쇠 하나가 발견되었다.^^ 휴~ 난 전화를 걸어 열쇠를 찾았노라 당당하게 말했다. 작년부터 내가 차 열쇠를 꽂아놓고 잘 내려서 어느 날 남편이 선물(?)로 열쇠를 복사해 나 모르게 여기 저기 넣어 주었다. 작년은 이 증상이 심했다. 연초에 열쇠 때문에 벌써 무료서비스를 다 써버렸다.

너무 자주 부르니 젊은 애니카 아저씨가 오해하게 생겼다. “아저씨 죄송한데요, 열쇠를 차 안에 두고 내렸어요.” “아저씨, 죄송한데요, 열쇠가 차 안에 있어요.” “아저씨, 이번에도...” “사모님 저 자주 보고 싶으신가 봐요.ㅎㅎ” “네 그러게요.^^; 이런 일로 자꾸 불러서 죄송해요.

저 같은 사람 별로 없죠?” 아저씨는 내가 너무 미안해하니깐 “아뇨 의외로 많아요. 그리고 미안해하지 마세요. 사모님 같은 분이 계셔야 저희들이 먹고 살죠.” 그러신다. 아저씨에게도 미안하지만 더 눈치 보이는 사람은 남편이었다.

차주가 남편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남편한테 전화하면 남편이 서비스에 접수를 하고 서비스차가 나에게 온다. 처음엔 서비스 신고를 해 달라하니 사고라도 난 줄 알고 놀랐지만 자주 그러니 의례 열쇠거니 생각하고 ‘에고’ 하면서 서비스 접수를 해 주었다. 난 너무 미안했지만 태연하게 말은 그렇게 한다.

처음엔 “사고가 아니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점점 횟수가 거듭될수록 “요즘 애니카 아저씨 안 만난 지 오래 됐지?” 한 번은 며칠 사이로 또 그런 일이 연거푸 생겼다. 그 때는 도저히 전화걸기가 미안했다. 그래서 전에 받아 둔 명함을 보고 핸드폰으로 전화해 아저씨를 부른 적이 있었다.

물론 아저씨에게는 접수는 하지 말아 달라하고... 아저씨는 웃으면서 와서 문도 열어주고 돈도 깎아주었다. 단골고객이라며. 다음번에는 부담 갖지 말고 직접 전화하라고…. 이런 상황이 되니 남편은 열쇠를 선물로 준 것이다. 그 때는 정말 심각해 내 자신이 너무 미웠다. ‘난 도대체 왜 이러지?

머리가 있는 거야?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곰곰 생각해 보았다. 내 차는 옛날 모델이라 자동키도 없다. 요즘 차처럼 몸에 지니고 있다고 열려 있거나 차 안에 키가 있으면 닫히지 않거나 그러지 못한다. 나름 고민을 한 결과 내 습관을 생각하게 되었다.

난 키를 꽂아놓고 내리면서 창문에 잠금 버튼을 누르고 내리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니 꽂혀 있어도 모르고 나온다. 그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꼭 키를 밖에 나와서 꽂아서 잠그기로. 그러면 안가지고 내리는 일은 없다. 이렇게 하니 정말 서비스 아저씨 만날 일이 없어졌다.

약간의 행동을 바꾸니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 올 해는 당당하게 한 번도 애니카를 부르지 않았다. 물론 가끔이긴 하지만 그 사이에도 열쇠는 차 안에 두고 내린다. 하지만 나에겐 행운의 열쇠가 두 개나 더 있다.^^ /장윤정 고산향 교육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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