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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8.06.04

바닥의 걸어서

예쁘다고 칭찬하지 마세요. 다른 면을 보세요.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8.06.04 16:00 조회 5,49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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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걸어서]예쁘다고 칭찬하지 마세요 . 다른 면을 보세요 . <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러네이 앵겔른 지음 평범한 아침이었다 .

“ 얼굴이 많이 부었네요 , 어젯밤에 뭐 드시고 주무셨어요 , 술 ?” 까르르 경쾌한 웃음과 함께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이는 내가 일하는 카페에서 주문을 할 때 언제나 공손하고 음료를 받으면 고맙다고 말하던 분이었다 . 아마 나쁜 뜻 없이 친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었을 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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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간 당황해서 “ 어 , 아닌데요 . 술은 원래 못 마십니다 .” 라고 대답했다 . 질문이 불쾌하다거나 무례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순간적으로 ‘ 어 , 오늘 내 얼굴이 이상한가 ?’ 생각했다 . 그 말이 계속 신경 쓰이거나 전전긍긍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돈다 .

아마 화가 조금 났던 것 같다 . 나는 학창시절에 냉동실에 얼려둔 숟가락으로 부어오른 눈두덩이를 가라앉히고 등교하던 아이는 아니었다 . 간밤에 라면을 먹고 자도 얼굴이 붓지 않는 특수한 체질이어서가 아니다 .

얼굴이 부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예쁘지 않은 학생 , 외모 보다 성적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말을 늘 듣던 학생이었을 뿐이다 . 엄마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살을 빼고 예뻐지라고 했지만 다이어트에는 늘 실패했고 옷과 화장품에는 별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

겉모습보다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다는 믿음을 가져서가 아니다 . 철저하게 식사를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하고 부지런히 유행을 좇기엔 내가 너무 게을렀다 . 예쁘다는 말도 들어본 적 없고 못생겼다는 비난을 받은 적도 없어서 외모 때문에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다 .

뚱뚱하고 안 예쁘니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가 . 확실하지 않다 . 어쨌든 나는 다행스럽게도 입을 옷이 없어서 외출을 못할 만큼 ‘ 아름다움 ’ 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 그럼에도 거울 앞의 내 모습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못한다 . 화장을 안 한다고 외모 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도 아니다 .

겨울이 끝나갈 때쯤 기분 전환을 위해 어깨까지 내려오던 긴 머리칼을 아주 짧게 잘랐다 . 예상대로 실연이라도 당했냐는 질문을 받았다 . 이런 질문은 십 수 년 전에나 하던 게 아니었나 , 재미도 의미도 내게 관심도 없는 질문이라 어이가 없을 뿐 기분이 상하지도 않는다 .

더 조심스러운 언급은 ‘ 스타일이 달라져서 멋지다 ’ ‘ 어울린다 ’ 정도일 것이다 .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생기는데 , 내가 변화를 원해서 미용실에 다녀왔음에도 누가 이상하다고 말하면 어쩌지 하면서 걱정하고 있었다 .

혼자 거울을 볼 땐 마음에 드는지 아닌지 확신이 안 생기고 누가 예쁘다고 해줘야 진짜 예쁜 것만 같았다 .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훌륭한 사람이 있기야 하겠지만 외모에 관해서는 남의 시선과 평가에 흔들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 나도 그렇다 .

그래서 당장 <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 라는 책을 사다 읽었다 . 예뻐지고 싶고 , 아름답게 보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자신에 대해 실망하는 견고한 반복이 뭔가 잘못된 건 분명한 거 같으니까 .

어떻게 해야 나와 내 여자 친구들이 , 다음 세대의 여성들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궁금했다 . 책의 주장이 아름다움의 가치를 부정하자는 말은 아닐 것이다 . 꽃이 아름답고 동물이 귀여운 것처럼 인간의 어떤 면모도 분명히 아름답다 .

그렇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 특히 여성에게 아름답다고 말하는 특정한 조건을 생각해보면 몸무게 , 피부 , 키 , 몸매 , 얼굴의 대칭 , 눈의 크기까지 지나치게 신체를 대상화한다 .

우리는 포토샵으로 보정한 비현실적인 모델을 보며 다이어트와 미용 산업을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나와 비교하면서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 . 너무나 오랫동안 대상화되어 왔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대상화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

예쁘다는 말은 듣기 좋지만 외모에 대한 평가를 들으면 그게 칭찬일지라도 신경이 쓰이고 다른 데 써야할 에너지를 예뻐 보이는 데 쓰게 될 수 있다 . 특히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예쁘다는 칭찬을 주의해서 해야할 이유다 . 모두가 다 아름답다는 말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

우리에게는 아름다워야 할 의무가 없다 . 아름다움에 지금처럼 지나치게 큰 의미를 두지 말자 . 좋은 게 좋은 거라고 ? 다른 것들에 앞서 외모를 칭찬하는 것은 다른 면면은 덜 중요하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다 . 더 중요한 것들 뒤에 아름다움을 놓자 .

그러기위해선 가장 먼저 칭찬이든 비난이든 외모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 . 정말 예쁜 여자 아이를 마주쳤다 . ‘ 너 정말 예쁘구나 ’ 라고 말할 뻔했는데 내 옆에 누군가가 먼저 “ 어머 , 넌 엄마보다 더 예쁘구나 .” 라고 말했다 . 그 순간은 정말 화가 났다 .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엇을 발견하기도 전에 , 타고난 외모와 한시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그 어린 아이가 너무 많은 칭찬을 듣는다 . 칭찬을 또 듣고 싶어 분산될 소녀의 에너지가 아깝고 동시에 두 명의 여성을 대상화시키면서 외모 평가를 해대는 무심함이 속상하다 .

앞에서 언급했던 부정적인 외모 이야기를 습관처럼 꺼낸 분에게도 이 때문에 화가 난 것이리라 .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놓치고 있던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될수록 살기는 피곤해지만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계속 공부하고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

‘ 많은 부모가 본능적으로 딸들에게 아름답다고 이야기해줌으로써 기를 세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외모에 대한 칭찬은 소녀와 여성이 자신의 외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 오히려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킬 뿐이다 .

부모는 딸에게 미치는 광범위한 문화적 영향력이 해독제가 될 기회를 가졌다 . 부모에게 주어진 과제는 사람들의 시선 이외의 것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 소녀와 여성을 칭찬하고 싶다면 그녀가 실제로 통제하는 무언가를 칭찬하자 .

열심히 노력하는 것 , 집중하는 것 , 배려하는 것 , 창조적인 것 , 너그러운 것 , 그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하자 .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하자 . 그녀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지 설명하라 .’ /바닥(badac) 이보현(귀촌인.

자급을 지향하는 독립생활자. 무엇이든 만들고 뭐라도 쓰는 사람)

현장 사진

예쁘다고 칭찬하지 마세요. 다른 면을 보세요.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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