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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6.04.05

더불어숲

화폐적이 아닌 진짜 경제적인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6.04.05 14:04 조회 5,39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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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와 달리 논산에는 큰 도심지가 있고 그 안에 전통시장이 있다 . 중앙시장 , 공설시장으로 나뉘어 불렀다고 하는데 지금은 동네 이름을 따서 화지시장이라고 부른다 .

예전에는 논산평야의 물산이 모여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형성되었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상인들이 모여든 꽤 번성했던 시장이었지만 다른 전통시장과 비슷하게 쇠퇴하여 현재의 논산의 인구규모에는 벅차게 크고 중간 중간 빈 점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상인회장으로부터 뜻밖에 이야기를 들었다 . 상인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시장 내 공간에 기업형 슈퍼마켙 (SSM) 을 유치하겠다는 것이었다 .

예전에 이 공간은 채소전이었고 화지시장은 이 채소전이 유명하여 시장이 번성하였으니 지금은 시대에 맞게 기업형 슈퍼마켙을 유치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고 다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

얼마 전에 라디오를 듣다가 울릉도에 사는 포크가수가 친구들이 ‘ 경제적 ’ 이라는 표현을 하면 그건 ‘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화폐적인 거야 ’ 라고 정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기업형 슈퍼마켙은 그 가수의 말대로 ‘ 화폐적 ’ 일 뿐이다 . 실제로는 경제적이지 않다 .

내가 선택한 행위와 방법의 전후에 오고 간 돈만을 비교하는 것은 ‘ 화폐적 ’ 인 것이다 . 우린 그걸 ‘ 경제적 ’ 인 것이라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

진짜 경제적인 것은 그 선택이 영향을 미치는 돈으로 환산되는 않는 부분까지 , 그것도 바로 당장이 아닌 장기적이고 미래의 영향까지 고려하여 더 낫다고 판단될 때 ‘ 경제적 ’ 이라 해야 한다 . 대형마트는 지역경제에 두 가지 영향을 미친다 . 첫 번째는 지역의 소규모 자영업을 어렵게 만든다 .

연구 자료에 의하면 대형마트 1 개가 동네 수퍼 300 개를 망하게 한다고 한다 . 구미시의 경우는 대형마트가 생겨 소형소매점 뿐 아니라 구미시 농산물 도매시장의 거래량이 금액 대비 15% 가 감소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 두 번째는 지역에서 번 돈을 외부로 유출시킨다 .

대형마트가 지역에서 돈을 벌지만 그 돈이 지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 전주시의 경우 전주시민의 소비활동으로 대형마트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전체 매출액 대비 지방세 납부액은 평균 1% 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 더구나 지역상품 구매비율 또한 매출액 대비 10% 를 넘지 않는다 .

즉 대형마트에 의해 빨려 들어간 지역의 돈은 지역에서 순환되지 않는다 . 이런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는 작은 상권까지 장악하고자 대기업이 만들고 있는 것이 바로 기업형 슈퍼마켙이고 대형마트와 똑같이 지역경제에 돌이길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친다 .

예전에 춘천에 살 때 우리 집사람이 회사 직원들의 점심식사를 준비했다 . 우리 집사람은 점심 식재료를 집에서 가까운 전통시장에서 구입했다 . 그 시장에서 우리 집사람은 매일 장보는 양이 많아서 중요한 고객이었던 모양이다 . 시장에서 가면 상인들의 친절한 인사를 받곤 했다 .

어느 날 채소가게에서 잔돈이 없어 다음 날 받기로 했던 모양이다 . 여느 때와 같이 장을 보고 어제 주지 않은 잔돈 500 원을 달라는 말에 채소장사 아줌마는 이렇게 말했단다 .

‘ 그렇게는 못하지 !’ ( 흠짓 놀래는 우리 집사람 모습이 상상이 간다 ) ‘ 대신 1,000 원짜리 배추 2 개 더 줄게 ’ 이게 사는 맛이다 . 우리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 보이지 않는 손 」 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면 그건 사는 게 아니다 .

우리 모두가 그렇게 살았다면 아마도 이 세상은 벌써 망했을 것이다 . 이제 ‘ 화폐적 ’ 인 것과 진짜 ‘ 경제적 ’ 인 것을 구별해보자 . 그런데 요즘 세상에 진짜 경제적인 것이 있냐고 ? 바로 우리 지역의 자랑거리인 로컬푸드이다 . 구별하기 어렵다면 무조건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장을 보자 .

그럼 우리 지역경제에도 봄이 올 것이다 . 날씨는 봄인데 말이다 . / 임경수( 귀촌인, 논산희망마을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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