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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4.07.15

더불어숲

완주에도 다운타운을…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4.07.15 20:27 조회 5,29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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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고산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던 딸이 집에 와서 짜증을 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고 싶은데 고산면에는 노래방이 없고 전주까지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봉동읍에서 노래방 간판을 본 기억을 떠올려 봉동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는 나의 말에 딸은 봉동읍의 노래방은 어른들이 가는 노래방이라는 짜증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농촌지역의 인구가 줄면 농민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 있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10만명이 살던 인구가 5만명이 되면 병원도 10개에서 5개가 되고 철물점도 8개에서 3개가 된다. 뭐 하나 사려고 해도 살만한 것도 없고 동네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불편하기만 하다.

게다가 인근 도시까지 도로가 좋아져서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 동네 상가를 지나쳐 인근 도시에 나가 소비를 한다. 그러다 보니 그나마 있던 동네 상점들도 문을 닫는다. 그렇게 농촌지역은 인구감소, 지역침체, 인구감소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유럽이나 호주의 농촌지역에 가보면 인구나 지역경제의 규모에 따라 크고 작은 규모의 잘 갖추어진 다운타운을 만날 수 있다. 지역주민의 교육, 문화, 복지 시설이 밀집되어 있고 식당, 생필품 상점, 공방 등 다양한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상가들이 모여 있다.

또한 지역을 찾는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들이 어우러져 있다. 이러한 다운타운의 어메니티가 꽤 높은 수준이어서 상점들과 가깝게 연결되는 주차장이 있어 길옆에 주차한 차들로 차가 막히거나 도보로 거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상점의 주인들도 가게의 주변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하고 더 나아가 가게 앞에는 팔고 있는 물건들은 내놓는 것이 아니라 예쁜 화분과 꽃들을 내놓아 거리에 활력을 준다. 완주군의 지리적 특성상 전주를 둘러싸고 있어 일정부분의 소비생활을 전주에서 하게 된다.

우리 가족도 어쩔 수 없이 옷, 가전제품, 학용품 등을 사기 위해 전주로 나가게 된다. 매번 전주에 나갈 수도 없기 때문에 주말에 큰마음을 먹고 나가지만 여유 있게 쇼핑을 하기 보다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는 일에 바쁘다. 집에 돌아오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있고 쇼핑에 지쳐버리고 만다.

돈 쓰는 일이 즐거운 일이 아니라 힘든 노동이 되고 만다. 슬리퍼를 끌고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도서관에 딸아이의 손을 잡고 갔다가 맘껏 책을 읽다가 따분해지면 조금만 걸으면 갈 수 있는 노래방에 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수 있는 그런 곳이 가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집으로 오는 길에 아는 친구라도 만나면 딸아이를 보내고 근처 술집에서 그 친구와 막걸리나 맥주 한잔 기울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인구가 줄고 지역경제가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이런 상점이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영국의 농촌문제를 지속가능한 공동체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일을 돕는 플런켓재단(Plunkett Foundation)은 농촌 지역주민의 생필품을 공급하는 마을상점과 농촌 지역주민의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작은 술집인 펍(Pub)을 주민 스스로 협동조합으로 만드는 일을 지원하여 농촌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고 한다.

우리 센터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지역에서 이러한 일이 많이 생겨난다면 내 바람도 실현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꿈을 꾸어본다. /완주 커뮤니티 비즈니스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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