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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4.02.02

농촌별곡

여럿이 모이면 농사도 놀이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4.02.02 16:15 조회 4,1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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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모이면 농사도 놀이 지난 1 월 13 일 고산권벼농사두레 2024 년 정기총회가 열렸다 . 정기총회는 한 해 활동을 갈무리하고 새로운 활동계획을 세우는 연례행사라 할 수 있다 . 그런데 올해 벼두레 정기총회는 여느 해와 달리 무척 뜻깊은 마당을 이루었다 . 무엇보다 새로운 집행부가 탄생했다 .

지난 6 년 동안 3 연임으로 대표를 맡아온 내가 회원의 한 사람으로 물러선 것을 비롯해 집행체계가 새롭게 물갈이 되었다 . 나름으로는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가 열린 셈이다 . 돌이켜보면 벼두레의 태동은 9 년 전 , 2014 년 12 월 23 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

당시 ‘ 포트모 시스템 ’ 으로 유기농 벼농사를 짓고 있거나 뜻을 품고 있던 예닐곱이 모였더랬다 . 게 중에는 나처럼 생계를 위해 농사를 짓는 이와 시골 사는 맛을 더하려 농사를 짓는 이 ( 우스개 삼아 ‘ 레저농 ’ 이라 불렀다 ) 가 섞여 있었다 .

요컨대 기왕 농사를 지을 거라면 주먹구구로 하지 말고 기술도 나누고 정보교류와 토론도 해보자는 것이었다 . 그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

첫 공부 모임이 있던 날 , 이 소문을 전해 들은 열 명 가까운 이들이 가타부타 묻지도 않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벼농사를 지을 생각이니 자기들도 모임에 끼워달라는 것이었다 . 그런데 다들 워낙 초보자들이라 공부는 토론식이 아닌 기초부터 배우는 강의식으로 바뀌었다 .

나중에는 ‘ 농한기강좌 ’ 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다채로운 내용을 다루게 되었다 . 그렇게 공부한 내용을 실천에 옮기는 ‘ 레저농 ’ 이 조금씩 늘어났고 볍씨담그기부터 모판나르기에 이르는 못자리 농사는 두레 ( 협동작업 ) 로 함께 어울렸다 .

여럿이 모이면 어려운 농사일도 신명이 나고 ‘ 놀이 ’ 가 되는 법이다 . 그 가운데서 정도 두터워지니 굳이 농번기가 아니라도 벼농사를 핑계로 함께 어울리게 되었다 .

그래서 ‘ 양력백중놀이 ’ ‘ 논둑길 산책 ’ ‘ 황금들녘 풍년잔치 ’ ‘ 햅쌀밥잔치 ’ ‘ 회원 워크숍 ’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꼬리를 물게 되었다 , 뿐만 아니라 < 농한기영화제 > 공동주최 , 단오잔치 손모내기 체험 주관 , 농업인의 날 가래떡 나눔 같이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활동도 펼쳐왔다 .

그런데 공식명칭도 없이 그저 ‘ 벼농사모임 ’ 정도로 불렀고 , 조직체계도 갖추지 않은 상태로 3 년이 지나다 보니 갈수록 덩치는 커지는데 이끌어갈 주체도 , 책임소재도 뚜렷하지 않은 한계에 부딪히게 됐고 , 결국 반 년 넘게 활동이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

2018 년 5 월이 되어 상황을 수습하고 회칙을 마련하고 집행부도 뽑아 조직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 그 사이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3 년 가까이 활동이 주춤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활동내용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위기를 잘 버텨내고 이제 출범 10 년째를 맞게 된 것이다 .

사실 이번 임원선거를 앞두고 처음엔 후보로 나서는 이가 별로 없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 다행히 벼두레를 훌륭히 이끌어갈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이들로 제 4 기 ‘ 양나경 집행부 ’ 가 꾸려졌다 . 이제 새롭게 도약할 일만 남았다 .

한편 대표의 짐을 내려놓은 나로서는 몸이 한결 가벼워지게 되었다 . 때마침 비봉 돼지농장 문제도 잘 해결돼 ‘ 이지반사 ’ 집행위원장 직무에서도 벗어났으니 그야말로 ‘ 자연인 ’ 이 된 셈이다 . 참 홀가분하다 . / 차남호 (비봉 염암마을에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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