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별곡 201905> 올해 벼농사가 첫발을 내디뎠다 . 바로 어제 , 첫 공정인 볍씨를 담근 것이다 . 한 시간도 안 걸리는 시시한 작업이지만 분위기는 진지하면서도 활기가 넘쳤더랬다 . 나름 ‘ 뜨거운 한해 ’ 가 될 거라는 어림을 내비친 바 있는데 그게 터무니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
무엇보다 고산권 벼농사두레 덕분이다 . 사실 내가 짓는 벼농사는 이제 벼농사두레를 빼고 생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그 벼농사두레가 요즘 뿜어대는 기운은 그야말로 거칠 게 없어 보인다 . 올해 정기총회는 한 달이 지나도록 그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
아무리 따져 봐도 그럴 까닭이 없는데 , 2/3 가까운 회원이 몰려들었다 . ‘ 멋진회원 ’ 에게 상을 주는 사전행사가 있었는데 내내 박장대소가 끊이지 않았다 .
이 프로그램은 담당임원인 병수 형님 혼자서 준비했는데 , ‘ 미순임파써블상 ’, ‘ 월드보라상 ’ 처럼 수상자 이름을 비튼 상 이름과 그 내력이 폭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 전혀 뜻 밖에 나도 상을 받았다 . ‘ 남호주연상 ’. 열기는 본행사인 총회로도 이어졌다 .
약정된 시간을 지키기 위해 발언을 절제하면서도 참여의지는 뜨거웠다 . 회원의 현장발의로 농지매입운동 ( 트러스트 ) 을 추진하기로 하고 일단 위원회를 꾸려 연구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 회칙개정 순서에서는 집행부가 내놓은 원안을 물리치고 회원이 제안한 수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
두레가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는 조직임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아닐 수 없다 . 그 참여 열기는 뒤풀이로도 이어졌고 , 다들 “ 이렇게 재미있는 총회는 처음 ” 이라고 입을 모았다 . 이런 힘찬 기운이 농사일에 옮겨 붙는 건 당연하다 하겠다 .
‘ 신규경작 설명회 ’ 가 예상을 훨씬 넘어 성황을 이루더니 실제 경작자 ( 정회원 ) 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 물론 다들 직장인인 만큼 나처럼 생계형 농사를 짓겠다는 건 아니다 . 한 두 배미 지어 주곡을 자급하고 농사를 체험하는 것이 목적이다 .
또한 실제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두레의 목적과 가치에 공감해 공동작업과 활동에 함께 하는 준회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 어제 볍씨 담그기 작업에 생기가 넘쳤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
고무 통에 물을 받아 소금을 풀어 비중을 높인 뒤 볍씨 80Kg 을 쏟아 부어 쭉정이를 걷어내는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 . 그럼에도 갖출 건 다 갖춰야 하는 법 . 일이 겹치는 바람에 작업에 함께 하지 못한 창수 씨는 막걸리 몇 통을 보내 미안함을 대신했다 . 요즘은 쑥이 제철이니 안주로 전을 붙였다 .
금세 일이 끝나니 싱겁기도 하고 뭔가 미진한 느낌은 인지상정이다 . 마침 주말장터가 열리는 읍내 미소시장으로 몰려갔다 . 병수 형님은 장인어른이 막걸리 빈병을 재활용해 만든 바람개비를 개당 5 천원에 팔았다 .
판매수입 가운데 3 천원은 벼농사두레에 , 나머지 2 천원은 청소년단체 < 온누리풀씨 > 에 기부하겠다며 . 모두 10 개를 준비했는데 네 개가 현장에서 팔리고 두 개는 예약주문을 받았다 . 비록 완판은 못했지만 그래도 무척 흐뭇한 표정 . 바로 옆 평상에서 술판이 펼쳐진 까닭이다 .
이름 하여 ‘ 고산 아재들의 한잔상담소 ’. ‘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귀농귀촌 , 집짓기 , 육아 , 교육 , 생활 등 ’. 임경수 박사가 운영하는 곳인데 실제 상담이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 . 평상 위에는 막걸리며 맥주 , 때로는 손수 빚은 가양주가 놓여 있다 .
“ 요리는 나의 본능 ” 이라는 임 박사가 나름 참신한 안주를 선보인다 . 다들 눈치 챘을 거다 . 상담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 낮술 몇 잔으로 거나해진 이들의 머리 위로 봄빛이 눈부시다 . /차남호(비봉 염암마을에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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