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황금빛 들녘 마지막 열매가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베풀어 주시라 해마다 이 즈음이 되면 저도 모르게 읊조리는 시구다 . 똑 그렇게 , 따사로운 햇살 받아 벼이삭이 실하게 여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그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저 들녘에 일렁이는 황금빛물결은 풍년을 기약하고 있다 . 그러나 한편에서는 ‘ 쌀값 폭락 ’ 을 걱정하는 농민들의 한숨이 깊다 . 정부가 앞장서서 들여온 저가의 수입 밥쌀 때문이다 . 여기에 풍년까지 겹쳤으니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밖에 .
우리는 지금 풍년이 그리 달갑잖은 이상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 입맛이 쓰다 . 그래도 농사의 최종목표는 어쨌거나 ‘ 풍성한 수확 ’ 이고 , 풍작은 농사꾼의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아닐 수 없다 . 이제 보름 남짓 지나면 가을걷이에 들어간다 .
그리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햅쌀밥도 식탁에 오르게 된다 . 수확의 기쁨은 그렇게 , 나눈 만큼 커질 것이다 . 돌이켜보면 올해도 땀방울 깨나 흘렸다 . 시련도 있었고 , 보람도 컸다 . 모내기철 봄 가뭄에 애를 태우기도 했지만 올해 농사는 대체로 순조로웠다 .
벼농사에서 비중이 가장 큰 제초작업의 경우 우렁이가 제몫을 다 해주었고 , 그 동안 쌓인 경험도 도움이 되었다 . 덕분에 한여름 뙤약볕 아래 논 풀과 씨름하지 않아도 되었다 .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 오죽했으면 ‘ 꿈같은 일 ’ 이라 스스로 벅차 했겠나 . 폭우와 태풍을 잠재운 하늘도 도왔다 .
하여 뭉게구름 몇 조각 떠 있는 파란 하늘을 볼 때마다 큰 절이라도 올리고픈 심정이 되는 요즘이다 . 그런 감사의 마음을 담아 , 우리 벼농사모임은 또 가을 잔치판을 벌이기로 했다 . 황금들녘을 거닐면서 가을 속으로 빠져들어 보자는 거다 .
거닐라치면 후드득 튀어 오르는 메뚜기도 잡아보고 , 탐스럽게 익은 홍시감도 따도 , 토실토실한 알밤도 줍자 . 막걸리 한 잔 걸치고 흥겨운 풍물가락에 취해 어깨춤을 들썩이자고 . 사실 현실은 그리 흥겹지가 못하다 .
농촌으로 들어오는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지만 농사를 짓겠다는 ‘ 귀농 ’ 의 비중은 낮다 . 농사를 짓더라도 벼농사 쪽은 별로 인기가 없는 실정이다 . 그래서 벼농사모임에 더 애착이 가는 지도 모르겠다 .
얼마 전에는 원예를 전공했지만 ‘ 식량주권 ’ 을 위해 벼농사에 뛰어들겠다는 의기를 품은 젊은이가 합류하는 반가운 일도 있었다 . 벼농사 여건이 녹록치가 않은 현실에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고 , 실제 경작으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그 뜻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말이다 .
물론 신념과 가치만으로 짓는 농사는 오래 가기 어렵다 . 또한 한 해의 결실이 ‘ 소득 ’ 과 ‘ 돈 ’ 으로만 환산되는 농사도 지속할 수 없다 . 농사짓는 즐거움과 보람이 알맹이다 . 나아가 여럿이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다 .
더도 말고 , 덜도 말고 애쓴 그만큼 허락하는 자연의 섭리가 농사의 참된 가치 , 즐거움과 더불어 어이지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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