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별곡] 6 월 문턱을 넘어서니 , 아니나 다를까 들녘은 온통 이글거린다 . 수은주는 섭씨 30 도를 우습게 넘어버린다 . 바람은 가마솥 뚜껑을 열었을 때의 훈김처럼 후끈거린다 . 모내기를 하기도 전인데 벌써부터 기가 죽는다 .
오늘 열린 이 고장 잔치판 < 풍년기원 단오맞이 한마당 > 에서도 사람들을 빨아들인 건 물이었다 . 장판 위에 물이 흐르도록 해 미끄럼을 타는 놀이시설부터 한낮에 홀연히 나타나 굵은 물줄기를 행사장인 학교 운동장에 뿜어댄 소방차까지 다들 타오르는 열기를 식히기에 바빴다 .
씨름판의 뜨거운 열기로는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초여름의 이상 열파 . 그래도 잔치는 잔치다 . 동네 초등학교의 전통문화 체험행사에 지역축제로 판이 커진 지 올해로 삼년 째 . 아이들은 씨름판의 승부욕에 빠져들었지만 핵심 프로그램은 뭐니 뭐니 해도 ‘ 모내기 체험 ’ 이다 .
올해는 얼마 전 공식체계를 갖춘 우리 < 벼농사두레 > 가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다 . 우리가 길러온 모판을 가져다 , 못줄을 잡고 , 모내기 작업을 이끈 것 . 미리부터 진행계획을 짜고 , 저마다 할 일까지 나눠맡으니 훨씬 효율적이고 실수도 막을 수 있었다 .
일이 닥쳐서야 현장에서 사람을 끌어 모으고 팀워크를 급조하느라 바삐 종종거리던 지금까지와는 상황이 너무 달랐다 . 요즘 벼농사는 거의가 혼자 일이라는 점이 버겁게 다가온다 . 모내기를 앞둔 요즘은 ‘ 논 만들기 ’ 가 한창이다 .
논두렁을 보강하고 , 물길을 내며 , 논갈이 ( 로터리 ) 를 하는 등 모내기를 할 수 있도록 논배미를 꾸미는 일이다 . 그 가운데서도 논둑치기가 고단하기로 첫 손에 꼽힌다 . 사실 트랙터에 장착하는 ‘ 논두렁 조성기 ’ 라는 기계를 쓰면 일손을 크게 줄일 수 다 .
그러나 나는 트랙터도 갖추지도 못했고 , 게다가 올 봄에는 비가 자주 내리는 바람에 기회를 놓쳐 버렸다 . 어쩔 수 없이 예초기를 등에 짊어지고 일일이 논둑 풀을 베어왔던 것이다 . 휘발유 엔진으로 강철 칼날을 고속 회전시켜 풀을 베는 기계다 .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기계진동 때문에 근육에 무리를 주어 시간만 돌려고 나면 저도 모르게 팔뚝이 덜덜 떨린다 . 군데군데 무너져 내리거나 구멍이 뚫린 논두렁도 삽이나 쇠스랑으로 일일이 보강해야 한다 . 논두렁 조성기로 쓰윽 갈고 다지면 그 만인 것을 맨손으로 처치해야 하는 것이다 .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저도 모르게 분이 나고 안 해도 되는 고생에 짐짓 처량해진다 . 땡볕 아래일망정 그런 고달픔이 감성을 자극하는 모양이다 . ‘ 나는 저 논만 보면 피가 끓는다 ’ 고 시귀를 살짝 비틀거나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같은 시를 읊조리게도 하니 말이다 . 웬 청승인가 싶을 게다 .
스스로도 가끔은 멋쩍어지니까 . 그게 사실은 협동작업 ( 두레 ) 과 홀로작업을 견주는 데서 비롯된 효과가 아닐까 싶다 . 볍씨를 담그고 모판에 넣어서 못자리에 앉히기까지의 모농사 초반작업은 < 벼농사두레 > 의 협동작업으로 진행됐다 .
조직된 힘으로 , 더불어 작업을 하면 그것만으로 효율이 높아지고 , 심리적 만족감에 따른 시너지가 뒤따르는 법이다 .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광야에 홀로 던져진 듯 농작업을 감당해야 하니 그 팍팍함이 오죽할까 이 말이다 .
그러니 오늘 단오잔치 모내기 체험을 통해 새삼스레 조직된 힘 , 두레의 위력을 떠올린 것이렷다 . 이제 모내기가 코앞이다 . 체험은 손 모내기로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앙기가 해치운다 . 다만 못자리에서 모판을 떼어 여기거기 흩어져 있는 논배미에 실어 나르는 게 큰일이고 숱한 일손이 필요하다 .
이 또한 두레로 풀릴 것이다 . 그러리라 믿는다 . /차남호(비봉 염암마을에 사는 귀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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