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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6.04.05

농촌별곡

고민하는 명호씨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6.04.05 14:05 조회 5,32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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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월이 열렸다 . 아울러 온갖 풀 나무도 여기저기서 활짝 꽃잎을 열고 있다 . 어쩔 수 없는 봄 . 완주에서 맞는 여섯 번째 봄이다 . 지난해까지만 해도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마음 한 구석 불안감이 몰렸더랬다 .

놀고먹던 좋은 시절 ( 농한기 ) 이 끝나가는 아쉬움 , 곧 시작될 농사철을 맞는 부담스러움이 뒤섞인 묘한 감정이겠다 . 그러나 올해는 그야말로 봄이다 . 꽃피는 들녘은 그저 눈부시고 , 아련한 설렘과 스멀스멀 피는 바람에 마음이 달뜨는 건 어인 까닭인지 .

딱히 뭔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지 싶다 . 우리 벼농사모임의 격주 ‘ 농한기 강좌 ’ 도 이제 막판이다 . 어떤 협업체계를 갖출지 정하고 , 농기계 - 농기구 조작실습을 하고 나면 곧장 볍씨를 담그게 된다 .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다 .

벼농사모임은 그새 덩치가 크게 불었다 . 애초 유기농 벼를 짓는 예닐곱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기술을 배워보자는 것이었는데 , 1 년이 흐른 지금은 서른 명을 헤아리게 됐다 . 물론 벼농사를 지어보겠다는 예비농부가 훨씬 많다 . 그 가운데 열 명 남짓이 올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

한 집에 한 배미씩이다 . ‘ 생계형 ’ 은 어림도 없고 자가 식량에 , 가까운 친지들과 나눌 만큼이다 .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노릇이고 , 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 아니겠나 . 벼농사모임의 식구가 늘어난 것은 빠르게 늘고 있는 귀농인구와 관계가 깊지 싶다 .

문제는 그렇게 몰려드는 이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 완주로 이사온 지 이제 3 년이 넘어가는 명호 씨만 해도 그렇다 . 농사지으면서 아내 , 아이와 함께 “ 흙에 살리라 ” 했지만 아직도 직장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다 . 생계수단인지라 일터도 그렇고 급여도 만족스럽지 않다 .

얼마 전부터는 도시 살 때 다니던 직장에서 복직을 제안해와 가뜩이나 고민스럽다 .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게 이다지도 어려운가 . 사실 ‘ 농업인 ’ 으로 생활을 꾸리는 건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 고된 농사일이 엄두가 안 날뿐더러 농업소득을 생각하면 답이 없다 .

“ 뙤약볕 아래 양파밭 매면서 수지타산 속셈을 해봤더니 호미를 내던지고 싶더라 !” 는 얘기 . 오죽했으면 < 시골에서 농사짓지 않고 사는 법 > 이란 책까지 나왔을까 . 지난 가을걷이 이래 아직도 울분이 가시지 않는 농업정책까지 , 이게 다 농사꾼으로 사는 게 얼마나 버거운지 보여준다 .

물론 , 나처럼 농사를 전업으로 하는 길만이 정답이라 보지 않는다 . ‘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좋아하는 일을 추구하는 ’ < 반농반 X 의 삶 >( 시오미 나오키 지음 , 더숲 ) 도 훌륭한 선택지라 할 수 있다 . 다만 쉽지 않은 줄 알면서도 왜 시골살이를 택했던지 떠올려 보자 .

훌훌 털고 가볍게 살자는 것 아니었나 ? 삶에도 부담이고 , 지구생태를 망치는 ‘ 대량생산 - 대량소비 - 대량폐기 ’ 체제에서 벗어나자는 것 아니었나 이 말이다 . 그러니 소비도 줄이고 , 물질적 욕망도 줄이고 , 자연과 더불어 홀가분하게 살아가자는 .

도시에서 살 때의 소비수준과 번잡한 살림을 지속하는 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그럴 바엔 ‘ 뭣 헐라고 ’ 시골 사나 . 이래저래 명호 씨가 ‘ 자연 속 삶 ’ 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

한동안 힘이 들더라도 벼농사 , 밭농사 조금씩 늘려 농사를 익히는 한편으로 ‘ 하고 싶은 일 ’ 을 찾아보자고 . 명호씨 힘내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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