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터를 잡았으니 , 맘껏 일을 저질러야 한다 . 만물이 소생하는 봄 .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너멍굴에서 새로운 작당을 모의한다 . 이번 기획은 이전의 수많은 계획들과는 다르게 지속적이며 원대하다 . 왜냐하면 조금하다 떠나고 , 부수고 , 빼앗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자고로 작은 꿈도 말을 뱉어야 이뤄지는 법 . 너멍굴이라는 골짜기를 경륜할 5 가지 기획은 아래와 같다 . 첫째 , 농사를 짓는다 . 이름하여 ‘ 너멍굴 진수성찬 ’. 작년 겨울 , 꽁꽁 언 땅을 뒤로하고 서울의 지인들에게 찾아갔더랬다 .
그리고 내년에 농사지어서 줄터이니 농산물의 가격을 미리 달라고 하였다 . 선조들은 그것을 미리 값을 받는다하여 선대제라 하였다 . 4 일간의 약탈로 거둔 400 여 만 원의 종자돈은 지난 농사의 빚을 탕감하고 , 나라에 취득세를 갖다 바치며 탕진되었다 . 이제 다시 빈손으로 농업을 시작할 때이다 .
너멍굴 농업은 청정지역을 빙자하여 매년 그렇게 지인의 호주머니를 털어갈 영농정책을 수립하였다 . 둘째 , 너멍굴 영화제를 개최한다 . 2016 년 , 연말의 낭만을 술로 달래는 중이었다 . 옆에 있던 과 후배는 독립영화 감독이란 멋진 직함을 소유하고 있었다 .
그러나 만든 영화의 상영이 쉽지 않다했다 . 독립영화제 대상까지 받은 감독의 상황이 이러하구나 . 마침 나의 골짜기엔 가로등하나 없으니 , 영화를 상영하면 어떤지 그에게 물었다 .
그 한마디가 윤지은이란 영화제준비위원장이 선임되고 , 사비 130 만원을 출연하는 초대형 영화제를 만들게 된 시초이니 , 역시 사람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 셋째 , 집을 짓는다 . 자랑스러운 우리의 조국은 약자에게 준엄함과 강자에게 너그러움을 가진 훌륭한 법체계를 소유하였다 .
추웠던 골짜기 집은 무허가였는데 ,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아 네이버 지도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 내 손으로 집을 짓겠다는 허언을 여러 차례 반복해오던 차에 잘되었다 . 농군의 집을 짓겠단 허언을 우리의 엄정한 법이 등 떠밀어주니 결전의 시간이다 .
50 만원의 넉넉한 자본과 건장한 일꾼을 보유한 너멍굴은 농막을 짓기로 결행한다 . 까짓 거 짓고 금세 허물어지면 1 년마다 다시 지으면 그뿐이다 . 넷째 , 도자기를 만든다 . 귀농 초반 막사발미술관은 도예학습의 은혜를 베풀어주었다 . 덕분에 자그마한 재주의 싹이 커가고 있다 .
앞서 말한 원대한 기획들이 산적해있으니 당장 올해 멋진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을지 모른다 . 그러나 언젠가 만들어내 너멍굴 제 2 의 산업역군으로 키워낼 욕망을 키우고 있다 . 다섯째 , 장학회를 만든다 . 배움은 혼탁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희망과도 같은 것 .
가난의 군내를 풍기던 나에게 학교에 다니던 선배님들께서는 넉넉히 술과 고기를 준비해 주었고 , 그 대가로 독서를 요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 그 배움의 마수를 나만 즐기고 말 수는 없지 . 나도 책이라도 한 권 사주며 독서를 강제하는 훌륭한 장학회를 만들어야지 .
그렇게 너멍굴은 매달 5 만원의 주인 없는 돈을 모으고 있다 . 역시 기획은 무모해야 제 맛이다 . 일단 질러놓고 , 말한 것에 7 할만 되면 대성공이다 .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산세 , 강물도 젊은이였던 우리의 선조들이 한 삽씩 퍼서 만들어놓은 게 아니던가 .
말해놓고 못하면 내가 어려서 무모했노라 사과하면 그뿐이다 . / 진남현 (2016 년 완주로 귀농한 청년 . 고산에서 여섯 마지기 벼농사를 지으며 글도 쓰고 닥치는대로 일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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