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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17.07.03

남현이의 청년일기-10

미물과의 전쟁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17.07.03 14:31 조회 5,38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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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멍굴 내각 구성 남현이의 청년일기 9 어찌 하찮은 미물들이 인간을 이다지도 못살게 군단 말인가 . 날이 더워지고 너멍굴에 벌레들이 본격적으로 창궐한 지 보름이 지났다 . 미물들의 공격으로 굳은 의지에 금이 가고 있다 . 근육통이나 더위 따위는 간지러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결국 너멍굴 골통령 진씨는 미물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너멍굴 3 대 악을 발표한다 . 너멍굴 3 대 악 중 으뜸은 모기이다 . 이 모기란 족속은 도시에 있을 때도 익히 보아왔다 . 그런데 골짜기의 놈들은 산모기라 불리는 화적단으로 도시의 족속들과는 다르게 산에서 연명하는 자들이다 .

너멍초가
너멍초가

이들은 인간의 재충전 시간인 밤을 노려 귀중한 피를 노략질 한다 . 사실 피를 나누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 문제는 이 모기놈들이 피를 먹고 곱게 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그 놈들은 반드시 몸에 흔적을 남기는데 마치 자신이 점령한 피부를 과시라도 하는 듯하다 .

그 부어오른 피부와 간지러움을 느끼고 있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 벌은 2 대악으로 그 날개 짓으로 사람의 마음을 지극히 심란하게 한다 . 너멍굴 초가를 완성할 무렵 그들은 허락도 없이 집으로 들어왔다 . 아직 흙이 마르지 않은 틈을 노려 그들은 자신의 거처를 너멍초가에 마련하려 하였다 .

뭐 빼앗기는 것이 더불어 사는 것 아니겠는가 . 자연스레 자리를 내어주려 하였는데 이들이 보이는 행태가 점입가경이었다 . 그들은 한 번 자리를 잡자 밤낮으로 날아다니며 골민들의 휴식을 방해하였다 . 골짜기 주민들의 피로가 누적되어가고 있었다 . 마지막 악으로 선정된 것은 지네란 자들이다 .

그들은 생김이 고약하고 소문이 안 좋게 나 있는 자들이다 . 그들은 독을 가지고 밤에 자고 있는 인간을 물어 괴롭게 한다고들 했다 . 이 지네 족들은 지금까지 심대한 위해를 끼친 적은 없었다 . 그러나 풍문만으로도 너멍굴은 그들을 악이라 규정하였다 . 골통령은 처음에 이 자들을 좋게 타이르려 했다 .

벌레 퇴치제라는 레몬즙이나 계피를 몸과 집에 두르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려 한 것이다 . 그러나 화적패 놈들의 천성이 욕심이 많은지라 서로의 영역이고 나발이고 없었다 . 결국 그들의 흉포함이 극에 달아 골통령의 집안을 유린하기에 이르렀다 .

골통령은 진노하여 새로운 지침을 마련하였는데 , 그 작전은 초전박살 작전이라 불리웠다 . 이를 위해 너멍굴은 홈키파라 불리는 용병을 구매하였다 . 그들은 액체형 스프레이와 항시 콘센트에 꽂아두는 향기형이 있었다 . 두 용병을 모셔온 뒤 모기 놈들이 보이는 족족 격멸하였다 .

그러나 그것만으론 한계가 있었다 . 그리하여 너멍굴은 자체적으로 미물을 격멸하는 무기를 개발하기로 하였다 . 너멍굴이 선택한 무기는 연기라는 신형무기이다 . 너멍초가는 주된 연료원으로 목재를 선택하였는데 그로인해 매일 밤 연기가 덤으로 피워 올랐다 .

연기를 온 몸에 쐬고 밤을 보내면 너멍굴 3 대 악은 보이지 않았다 . 혹자는 화적단 놈들이 연기를 따라 날아간다고도 했고 , 또 다른 이는 그들이 무서워하는 불이 냄새로 남아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 효과를 확인한 골통령은 연기의 배치문제를 여름이 오기 전에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

본격 배치는 다음 주 초 인데 , 너멍굴은 연기를 발사할 아궁이 재배치 문제를 마무리 지으면 본격 가동을 약속하였다 . 자연은 본시 위험하다 . 미물이라 여기던 놈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생존경쟁을 벌이는 통에 공생을 꿈꿨다간 상처만 남고 만다 .

인간과 미물들은 어디까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야 하는가 . 아직도 너멍굴은 악한 미물과 공존하는 생활 사이에서 고뇌를 거듭하고 있다 . / 진남현 (2016 년 완주로 귀농한 청년 . 고산에서 여섯 마지기 벼농사를 지으며 글도 쓰고 닥치는대로 일을 하고 있다 .)

현장 사진

미물과의 전쟁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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