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과 밥정 삼월 모일 날씨 맑음 대보름날이 지나 사람들이 밭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안개가 사라지지 않는 이른 시간부터 이쪽에서 혼자 흙을 나르는가 하면 저쪽에서 가족들이 웃으면서 비닐하우스를 고친다 .
농사를 생업으로 하지 않는 나도 뿌린 씨앗에서 싹이 나고 자라 꽃이 피어 열매가 생기면 즐겁다 . 먹고 나누면 기쁘다 .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이 흐뭇한 마음은 못 살 것이다 . 여울에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펴지는 맑은 아침이다 .
삼월 모일 날씨 흐림 개 두마리가 열심히 짖는다 . 무슨 일이 이냐 싶어 밖을 보았더니 스피카에서 “ 염소 삽니다 .” “ 개 삽니다 .“ 하며 트럭이 우리 집 주변을 돌고 있다 . 오랜만에 들리는 소리다 . 여기로 오면 안 된다고 개들이 항의하고 있나보다 .
삼월 모일 날씨 갬 영화 ‘ 밥정 ( 情 )’ 을 보았다 . 유명한 한국인 셰프가 세상에는 필요 없는 것은 없다며 산을 다니면서 잡초나 나뭇가지 , 사람들이 먹지 않다고 하는 이끼까지 모은다 . 시골 집 부엌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물로 씻고 아궁이에 불을 붙이고 요리를 하고 , 동네 사람들에게 나눈다 .
그의 솜씨와 깊은 정에 감동을 받았다 . 일본인 친구 , 애칭 ‘ 술 박사 ’ 는 술뿐만 아니라 음식에도 지식이 깊어 도시에 살면서 손수 된장을 만들기도 한다 . 한국을 몇 번 여행한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났다 .
“ 한국 사람들은 참 좋은 음식을 먹고 있네 .” 다양한 재료와 다채로운 음료 , 건강한 전통요리법 . 식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나누어 먹는 문화를 표현한 말이다 . 음식은 입으로 들어와 내 몸이 되어 목숨을 이어지는 것인데 쉽게 빨리 만들려고 하는 현대 생활은 무엇인지 잘못한 것 같다 .
끼니를 소홀하지 않고 서로 함께 먹는 밥의 정을 이 영화가 알려 주었다 . 셰프가 솔방울로 국물 낸 칼국수를 만들었다 . 언젠가 나도 도전하고 싶다 . /한국생활 10년차 나카무라 미코는 2020년 5월 한국인 남편과 비봉면에 정착했습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시민교류를 추진하는 단체에서 일을 하며, 비봉에서는 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