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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칼럼 · 2025.05.22

김영혜의 영화산책

이제는 이기는 역사를 쓰고 싶다

지역과 삶, 문화와 일상에 대한 다양한 필자의 생각을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칼럼 공간입니다.

등록 2025.05.22 09:22 조회 2,17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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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기는 역사를 쓰고 싶다 (4)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신록이 눈부신 2025 년 4 월 ,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 독립언론 ‘ 뉴스타파 ’ 가 만든 < 압수수색 : 내란의 시작 > 이라는 영화다 .

뉴스타파 대표 김용진 기자가 감독하고 본인을 비롯한 뉴스타파 기자 봉지욱 , 한상진 기자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 후원회원으로서의 의무감에 보러가기는 했지만 , 기자들이 만든 시사물인만큼 ‘ 당연히 ’ 심각하고 지루하고 무거울 줄 알았다 . 그런데 웬걸 !

김용진 감독, 김용진봉지옥한상진 주연, 2025, 한국
김용진 감독, 김용진봉지옥한상진 주연, 2025, 한국

웬만한 스릴러물 못지않은 속도감과 긴장감 , 거기다가 유머 감각까지 겸비한 아주 재미있는 영화였다 . 뉴스타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 때부터 그가 거짓말을 아주 천연덕스럽게 해내는 인물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그의 여러 가지 범법행위들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최초로 보도하고 , 검찰의 특수활동비 , 특정업무경비 ,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정보공개소송 끝에 받아내 폭로했다 . 대장동 비리의 본질도 추적해 검찰의 편파 수사를 들춰냈다 ( 메가박스 영화 소개 중 인용 ). 이쯤되면 미운털이 단단히 박힐만하다 .

아니나 다를까 ,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이후 뉴스타파의 세 기자들은 윤석열의 앙심에 찬 보복에 시달리게 된다 . 집과 사무실에 대한 불시의 압수수색과 끝없이 이어지는 재판 .....

밀폐된 조사실에서 검사와 단둘이 앉아 몇 시간에 걸쳐 자신의 핸드폰에서 나온 포렌식 결과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 나온 한상진 기자는 비오는 검찰청 앞길에서 주저앉아버린다 . 우산도 펴지 않고 비를 맞으며 그는 한탄한다 . 내가 이렇게 당하다니 , 내가 이렇게 바보같이 당하다니 .....

당시를 회상하며 인터뷰를 하던 그는 마침내 카메라를 앞에 두고 눈물을 보인다 . 단단하고 냉정하고 이성적이기만 할 것같던 그가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자 영화관 안에는 깊고 무거운 정적이 흐른다 . 그 정적이 너무 생생하여 피부로 와닿을 정도이다 .

영화가 예상 외로 (!) 흥행하자 세 기자는 신이 나서 GV 도 많이 다니고 여기저기 인터뷰도 많이 하는데 호된 고난의 시간을 겪었음에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다 .

김용진 감독은 자신의 영화연출가로서의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 것을 자랑하고 , 한상진 기자는 자신의 눈물연기가 ‘ 메소드 액팅 (method acting 배우가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에 완전히 몰입하여 그 인물의 생각과 감정을 자신의 감정으로 느끼고 연기하는 연기기법 )’ 이었다며 너스레를 떨고 , 봉지욱 기자는 김용진 감독이 카메라를 의식하며 멋진 말을 쏟아내는 걸 보면서 닭살 돋았다고 핀잔을 준다 .

무도한 정권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꺾이지 않고 또다른 탐사보도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 정말 단단한 사람들이구나 !”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새어나왔다 . 영화 중간에 김용진 기자가 어느 모임에서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 우리는 늘 지는 싸움에 익숙하다 .

거대한 권력 앞에 싸워봤자 어차피 지겠지 하는 패배감에 익숙하다 . 그러나 이제는 이기는 역사를 쓰고 싶다 !” / 김영혜 는 부산에서 태어나 여기저기 떠돌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전주에 이십 년 넘게 정착해 살았다 . 얼마 전 은퇴해서 완주에 작은 땅을 일구며 살고 있다 .

현장 사진

이제는 이기는 역사를 쓰고 싶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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