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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5.07.13

점빵은 그 자리에 있었네

화산 종리삼거리 마지막 점빵 용수상회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5.07.13 13:47 조회 4,4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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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심부름 하던 이들은 이젠 술잔을 돌리네 화산면 종리삼거리의 마지막 점빵, 용수상회 세월의 풍광을 조용히 관조하듯 , 시간이 멈춘 듯한 화산면 종리삼거리 . 이곳에는 딱 하나 , 삼거리의 마지막 점빵이 남아있다 . 용수마을에 있다 해서 이름이 ‘ 용수상회 ’.

장맛비가 지면을 세차게 때리던 어느 금요일 오후 6 시께 , 동네 어르신들이 하나 둘 용수상회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 화산면에 사는 동네 선후배들의 ‘ 모임 ’ 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 농번기를 제외하고는 한 달에 한번 이상은 꼭 이곳에서 만난다는 이들 . “ 여기가 우리 주막집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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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그 주인장 아주매가 얼마나 인심이 좋은지 , 돈도 따로 안 받고 우리가 오면 맛난 거 차려주고 그려 .” 모두 여기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친구들이다 . 어린 시절 용수상회에서 막걸리 심부름을 했었고 , 돈을 모아 군것질을 했었더랬다 .

임석태 (67) 씨의 기억 속 용수상회 역사는 50 여 년 정도 . “ 여그 용수상회가 생긴 지 한 50 년은 넘었을 거여 . 원래 이 근처에 점빵이 3 개 정도 있었는데 한 20~30 년 전에 나머지는 다 없어졌어 . 요새 누가 점빵을 가간 ?” 그러자 주인장 김오순 (59) 씨가 거든다 .

김 씨가 용수상회의 주인장이 된 지 올해로 딱 20 년째다 . “ 참 세월 빨라 . 여길 20 년 전 언제 시작했는지 날짜도 기억해 . 95 년 7 월 10 일 여기 가게를 내가 하기 시작했어 . 나도 잘은 모르는데 여가 옛날부터 있었대 .

100 년 정도는 됐지 않겠어 ?” 20 여 년 전만 해도 종리삼거리는 큰 번화가였다 . 점빵만 3 개 , 약방 , 이발소 , 물레방앗간 , 풀빵집 , 자전거 포 등이 모여 있는 번잡한 삼거리 . 고산면과 경천면 , 화산면 3 개 면의 중심이 되는 중앙삼거리였기 때문이다 .

“ 여그가 위로 가면 대전 , 왼쪽으로 가면 논산 , 아래로 가면 전주로 통하는 길목이여 . 화산면으로 가는 관문이기도 하지 . 그땐 여길 오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 .” 처음부터 이곳이 용수상회라고 불린 것은 아니다 .

그 옛날엔 학고방 , 점빵으로 불렀지만 언젠가부터 ‘ 용수상회 ’ 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 이정립 (61) 씨는 “ 우리 국민학교 다닐 적엔 ‘ 학고방 ’ 이라 불렀지 . 지금이야 번듯하게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있지 원래는 자갈밭이었어 . 이 앞에 커다란 미루나무가 있었거든 .

밑동이 성인 남자 2 명만 했을 거여 . 근데 그것도 길 내면서 없어졌지 ” 라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 점빵에 대한 소소한 기억들 . 얼큰하게 술 한 잔씩이 들어가자 다들 하나 둘씩 아껴놓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 “ 나 국민학교 땐 점빵에 와서 눈깔사탕 하나 사먹는 것이 젤로 좋았어 .

돈 모아서 비과 ( 유과 ) 도 사먹었었는데 .” 10 원 짜리 하나면 족했던 , 돌처럼 단단한 ‘ 독다마 ’ 를 사서 며칠을 까먹었던 기억 , 아버지 심부름으로 점빵에서 막걸리를 사가지고 가면서 얼큰하게 취한 어린 시절도 떠오른다 . “ 나는 요 윗마을에 살았거든 .

납떼기 병 ( 주전자 ) 하나 들고 ‘ 짤랑짤랑 ’ 막걸리 사러 자주 왔었지 . 근데 내가 그거 들고 가면서 반절은 다 먹고 갔었어 . 아버지한테 디지게 혼났지 .” “ 아 , 여기 점방 앞이 ‘ 쌈터 ’ 였어 . ‘ 쌈질 ’ 도 다 여기서 했지 .

사람들이 다 이 삼거리로 모였다니께 .” 한바탕 어린 시절 추억담에 , 이제는 이웃 이야기서 부터 양파값 , 조합장 이야기 등 쉴 틈 없이 말들이 오간다 . “ 여기 오면 친구 , 동생 , 형님을 다 만날 수 있어 . 서로 농사 정보를 공유하고 농산물 가격이며 시장 동향이며 다 여서 이야기를 해 .

세상 돌아가는 걸 알려면 여길 와야 된당게 .” 이제는 ‘ 장 ’ 을 보러 자가용을 끌고 시내나 대형마트로 가는 추세지만 , 그럼에도 용수상회의 쓸모는 단단하다 . “ 우리도 뭣 좀 사려면 마트가지 . 이런 데는 음료수나 급하게 필요한 물건 사러 와 . 그것보담서도 친구들 만날 때 많이 오지 .

그래도 여 얼매나 좋아 . 용수상회가 여기 자리를 지켜주니 . 여기는 없어지지 말고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 .” ‘ 사라지지 말아 달라 ’ 는 오랜 이웃들의 한마디 소망 . 종리삼거리의 마지막 점빵이 질머진 무거운 소명이다 .

현장 사진

화산 종리삼거리 마지막 점빵 용수상회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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