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은 살아있어 , 흐름이 있고 숨을 쉬지 유재완 어르신과 박용범 이사의 구들장 대화 화산면 상호마을 유재완 어르신은 직접 손본 전통 구들에 산다 . 그 구들은 50 살쯤 됐다 . 어르신은 적정기술이나 전환기술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이미 적정기술자였다 .
전통구들에 관심이 많았던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박용범 이사가 마침 어르신의 구들을 찾았다 . 난방문제 해결에 비슷한 고민을 가진 신구세대가 아궁이 앞에 마주 앉아 구들에 대한 지혜를 나눴다 . 박용범 = 옛날 방을 고치셨군요 . 시멘트는 아니죠 ? 유재완 = 다 흙장이여 . 여기가 흙장이었거든 .
이만치만 때면 뜨거워 박 = 요새는 구들 놓을 줄 아시는 분 없으시죠 ? 유 = 거의 없지 . 있대도 옛날 구들장도 안 쓸뿐더러 구들장 돌도 안 나와 . 박용범 이사가 고개를 숙여 유재완 씨네 아궁이를 살펴보았다 . 구멍이 잘 안보였다 . 무척 깊었기 때문이다 . 박 = 아궁이 구멍이 안 보이네요 .
유 = 궁이는 깊을수록 좋아 . 그래야 불이 잘 타고 올라가 . 박 = 방은 얼마나 넓은가요 ? 유 = 방은 쬐끄만해 . 구들장 하나가 요만혀 . 박 = 이맛돌이 요만하단 건가요 ? 이맛돌은 아궁이 입구의 위에 가로 걸쳐 놓은 돌 . 불이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자리여서 두껍고 큰 돌이 다 .
유 = 엄청 커 . 이놈이 깊이 들어갔거든 . 흙이 아주 두껍게 깔렸어 . 피지를 깐 거야 . 기술자가 황토로 발랐는데 트더라고 . 그래서 잘 문질러서 피지를 깔았어 . 흙냄새를 맡기 위해 바르지 말라는 거야 . 한 번만 바르라는 이거야 . 박 = 흙은 얇게 여러 번 바르는 게 좋아요 .
처음에 두껍게 바르면 떨어지니까 얇게 여러 번 바르는 게 좋죠 . 종이는 여러 번 덧바르는 게 좋고요 . 유 = 여기가 이맛돌이야 . 박 = 고래는 어떻게 가나요 ? 고래는 방의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을 뜻한다 . 연기와 불길이 통하여 나가게 되어 있다 .
유 = 저기까지 하나짜리가 갔다가 이렇게 들어가고 저렇게 들어가지 . 박 = 줄고래에 허튼 고래를 섞은 거네요 . 유 = 개자리 ( 음골 ) 를 엄청 넓게 했지 . 개자리는 구들이 있는 방에서 불기를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무르게 하려고 구들 윗목 밑에 고래보다 더 깊이 판 고랑 . 음골이라고도 한다 .
박 = 그래야 불이 잘 들어가는 거죠 ? 유 = 그렇게 해야 바람 불어도 불이 거꾸로 나오질 않아 . (위, 아래) 유재완 어르신과 박용범 이사가 구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 박 = 구들장은 어떻게 쌓았어요 ? 유 = 넓적한 돌을 여기다 놓고 저기다 놓아서 붕 떠있는 거지 .
곰보돌 구들돌은 아무리 불을 때도 갈라지들 안 혀 . 다른 것들은 튀어버리거든 . 윗목에는 얇은 돌을 놓고 아랫목에는 엄청 두꺼운 돌을 놓는 거지 . 그 다음에 흙을 많이 깔고 . 박 = ( 구들을 ) 제대로 잘 놓으셨네요 . 이렇게 작은 방은 어지간히만 놓아도 따숩죠 . 어디서 배우셨어요 ?
유 = 옛날에 놓은 거지 . 한 50 년 됐을 거야 . 오랫동안 쓰지 않은 것을 다시 수리한 거지 . 여길 ( 바닥 ) 파서 고래를 치우고 재를 16 포대나 버렸어 . 바닥을 청소한 뒤 그대로 다시 구들을 해놓은 거지 . 40 년 만에 한 번 긁어 낸 거야 . 이 구들방은 불도 안나 .
흙을 두껍게 해놓아서 그래 . 흙을 야찹게 하면 돌이라 열 받으면 타버리잖아 . 아랫목은 흙을 두껍게 놔야해 . 박 = 외국인들이 한국의 구들은 빵 굽는 오븐 같다고 해요 . 그 이유가 뜨거우면 뒤집고 그래도 자고 나면 굉장히 편하다는 거예요 . 창을 열어놓고 자더라도 기분이 좋다는 거예요 .
유 = 안식구도 안방에 침대를 놓았는데 거기서 안 잘라고 해 . 뜨끈뜨끈하게 지지는 맛에 구들방에서 자려고 하지 . 유 = 본래는 나무 보일러를 놓았었어 . 그런데 보일러 기름 값이 1 년에 돈 백만 원쯤 들어가더라고 . 엄청 아까웠어 . 그래서 나무보일러를 놓았던 거지 .
그런데 나무 보일러도 나무가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고 . 그걸 부수고 아궁이를 새로 놓았어 . 지금 아궁이와 비교해보면 나무보일러 1 년 땔감이면 아궁이는 3 년을 더 땔 수 있어 . 그만큼 나무가 적게 들어간다는 거지 . 박 = 보일러는 방이나 집 전체를 데우잖아요 .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
자는 데만 따뜻하면 되죠 . 옛날에는 방을 그렇게 크게 만들지 않았잖아요 . 그리고 열이 몸에 바로 전달돼야죠 . 공기를 데워가지고는 별 소용이 없어요 . 난로와 몸은 붙어야 해요 . 그래야 열이 효과적으로 전달되니까요 . 뜨거운 방은 찬바람이 들어와야 하고요 . 그래서 살짝 열어놓고 자야 좋죠 .
유 = 3 박 4 일 딸네 다녀왔는데 반팔소매 입고 있을 만큼 아파트 단열이 잘돼 있어 . 그런데 그만큼 공기가 안 좋더라고 . 구들은 춥기는 하지만 벽에서 새 공기가 들어와서 자고나면 개운한 거지 . 박 = 개자리로 넘어갈 때 구멍을 작게 뚫으셨나요 ?
유 = 고래는 반듯하게 놓고 옆으로 개자리를 엄청 깊게 팠지 . 박 = 넘어가는 구멍은 얼마나 크죠 ? 유 = 이거 정비할 때 숯 검댕을 16 포대 파냈지 . 고래가 군데군데 기둥만 있어 . 구들장을 얹히는 거야 . 여기가 개자리인데 엄청 깊어 . 뚝 떨어질 정도지 . 그래야 불이 잘 들어가지 .
흐튼 고래는 줄고래 기본형에다 기둥만 있고 거기에 구들장이 얹힌 것이다 . 바둑판 모양처럼 생긴 게 흐튼 고래다 . 박 = 아궁이 바닥은 깊을수록 좋죠 . 그래야 불을 당기니까요 . 불목이 쏙 빨려서 들어가죠 . 옛날에는 동네에서도 구들을 놓는 사람이 많이 있었나요 ? 유 = 동네사람들이 다 했지 .
시멘트 넣으면 큰 일 나 . 장판도 놓지 못하게 했어 . 화산면 유재완 어르신이 지난 2015년 여름 구들 작업을 하고 있다. 박 = 아궁이가 좋은 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거예요 . 기름보일러는 문을 열어놓지 못해요 . 잘 때도 좋은 공기 마셔야 하는데 구들은 그런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
돌과 흙이 축열해서 온기가 오래 가고요 . 화목보일러는 나무가 아궁이보다 5 배는 더 들어갈 겁니다 . 그런데 밤나무는 가스 나와요 . 잘못하면 위험해요 . 유 = 우린 그걸 몰랐어 . 그래도 새지 않으면 괜찮아 .
50 년간 매일 불을 때니 구들에 열이 머물고 있어 조금만 때도 따뜻해지는 장점이 있더라고 . 박 = 나무가 적게 들어가는 것도 있지만 화목보일러보다 편해요 . 화목보일러는 불보는 재미가 덜한데 이건 둘러 앉아 불보는 재미가 있어요 . 유 = 열은 바로 쓰는 게 가장 좋아 .
물을 데워서 돌리는 건 한 번 거치기 때문에 효과가 적어 . 이게 구들장의 핵심이지 . 박 = 바로 바닥에 몸을 붙이는 게 효과적이라는 말씀이죠 ? 박= 떤 사람들은 주말에 별장 가서 벽난로에 불을 때는 데 올 때쯤이나 따뜻해져요 . 바보 같죠 . 사실 불은 매일 때야 하잖아요 .
벽난로나 구들에 불을 땔 때 완전히 식은 상태서 열을 올리는 건 어렵죠 . 좀 온기가 있는 걸 때면 나무가 적게 들어가요 . 그런데 옛날 구들을 보니 재미있네요 . 이런 구들 놓는 사람 요즘 거의 없어요 . 집짓는 분들도 고래가 중요하죠 . 방이 넓으면 1 자 고래로 돌아야 합니다 .
옛날 분들은 지혜가 있어요 . 바깥쪽에 고래가 있어야 해요 . 가운데만 고래가 있으면 온도차이 때문에 결로가 생겨요 . 옛날 분들의 지혜가 느껴지네요 . 유= 개자리 , 음고래 거기서 불을 빨아들여서 굴뚝으로 나가는 거지 . 조선시대 땐 임금의 채소를 키우기 위해 구들로 온실을 만들었다 .
구들은 세 가지만 있으면 되는데 먼저 불이 잘 들어야 한다 . 뒤로 안 나오고 . 그 다음엔 방이 따뜻해야 한다 . 끝으로 나무가 적게 들어가야 한다 . 구들은 아무리 불을 때도 바로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늦게 뜨거워지고 오래 간다 . 그래서 전날 저녁에 땐 불이 다음날도 식지 않고 따뜻한 것이다 .
박= 고 인돌이 옛날 구들의 원형이라는 사람도 있어요 . 로마시대에도 구들이 있었대요 . 그건 지금 세워놓아서 벽난로가 된 거죠 . 우리는 바닥이 된 거고요 . 요즘엔 외국인들도 구들이 좋다며 놓는 사람들이 있어요 . 유= 그게 구들이야 . 옛날 어머니가 여기서 101 살까지 사시다 돌아가셨어 .
이 집은 완전 흙집이거든 . 밖에서 보면 어설퍼 . 옛날에는 회포대를 썼지 . 바닥 바르고 들기름 , 콩기름 바닥도 흙으로 바르고 피지만 바르도록 하더라고 . 벽은 황토 흙으로 바르고 창호지 한 꺼풀만 발랐어 . 흙이 보일락 말락 발랐어 . 흙이 숨을 쉬어야 하고 숨 쉬는 것을 내가 마셔야 해 .
그래서 나는 이 구들방하고 저 2 층집하고 바꾸자고 해도 안 바꿔 . 사실은 여기 부수고 집을 지으려고 했는데 안식구 ( 부인 ) 가 죽어도 못 짓게 해 . 이 구들방 지을 때 우리 형제가 짚 썰어놓고 황토 이겨놓고 탄창 통에 넣어서 흙으로 찍어서 말려서 만든 집이여 .
그래서 그런지 애착이 가고 아깝더라고 . 방은 나무를 이만치만 ( 아주 작은 양 ) 때도 뜨거워 . 진짜 피로 풀리는데도 구들이 최고지 . 유재완 어르신 부부가 아궁이 앞에서 불을 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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