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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2.03.17

봄이 오는 봉동 무관마을

정영호 이장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2.03.17 17:28 조회 2,98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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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툇마루에 나란히 앉은 정영호 이장부부 감자 심고 , 생강 심고 . 다가오는 봄 준비 한창 무탈히 지어서 자식들에게 좋은 놈들 보내야지 어느덧 두꺼운 외투를 걸치지 않아도 될 만큼 봄기운 완연해진 날씨에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마을을 거닌다 .

때마침 정영호 (72) 이장이 마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은행나무에서 따온 열매를 하나씩 으깬다 . 이렇게 손질한 은행은 볶아서 반찬으로 먹을 참이다 . 그의 집 처마에는 고구마 순 , 당귀 , 영지버섯 , 옥수수수염 등이 건조돼 있고 , 뒷마당에 놓인 참나무에선 표고버 섯이 자란다 .

정영호 이장
정영호 이장

모두 그의 손으로 말리고 , 키우는 것들이다 . 올해 농사지을 다양한 씨앗들 그는 무관마을 토박이다 . 할아버지 대부터 이 마을에 터를 잡고 3 대째 살고 있다 . 그의 조부와 아버지는 현재 집 바로 뒤편에 살았고 , 그가 태어나면서 이곳에 주택을 새로 지어 이사 왔다고 한다 .

“ 이 집이 나랑 고스란히 세월을 함께하고 있지 .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집도 많이 낡아 있어 . 자식들은 이제 도시로 가자고 하는데 , 그래도 남아서 고향을 지켜야지 싶더라고 .” 사람들의 웃음소리 , 아이들 뛰노는 소리로 가득했던 마을은 이제는 인기척도 없이 고요해졌다 .

자신마저 떠난다면 마을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녀들의 성화에도 쉽사리 걸음을 뗄 수 없다 . 이것이 그가 올해로 9 년째 마을 이장을 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예부터 유독 논밭이 적었던 마을은 농사지을 땅이 귀했고 농업 용수마저 부족했다 .

농사 수익으로만 자녀들을 키울 수 없었던 영호 어르신은 결국 다른 일을 겸업해야했다 . 당시 광케이블 설치 공사를 했는데 , 매번 높은 곳에 올라야 하기에 안전사고 위험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출장이 잦아 일주일에 다섯 번은 숙소 생활을 해야 했다 .

유일하게 집에 올 수 있던 주말마저도 밀린 농사일을 해내느라 쉴 틈 없이 움직였다 . 그렇게 대전에서 10 년을 , 충남과 전북에서 25 년 보내며 가족들을 부양했다 . “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삼 형제 다 대학까지 가르쳤어 .

아이들 학비도 , 결혼한 후에는 신혼집도 , 자가용도 전부 내 힘으로 벌어 해줬지 . 자식들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는 게 내 목표였으니까 .” 듣기만 해도 고된 생활이었음이 그려지는 지난 세월에도 어르신은 힘들었다는 말 대신 만족스럽다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

현재 그는 나락 , 감자 , 생강 등을 키우며 노후 생활을 보내고 있다 . 며칠 전에는 봄맞이 감자 파종을 했고 , 곧 생강 파종을 앞두고 있다 . 아직은 한가로운 때라 여유를 즐기는 편이다 . “ 요즘에는 별로 일이 없어 .

아침 일찍 일어나서 TV 시청하고 식사하고 , 볼일 보러 읍내 나갔다 오기도 해 . 그러다 보면 어떤 날엔 이렇게 젊은 청년들이랑 이야기할 일도 생기고 ( 웃음 )” 그에게 올 한해의 바람은 무엇인지 묻자 언제나 그랬듯 어김없이 자녀들의 건강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빈다 .

“ 한 해 농사 잘 지어서 자식들에게 맛 좋은 쌀 , 감자 , 생강 보내는 게 바람이지 . 또 , 아이들 건강하고 . 코로나가 좀 없어지면 좋겠네 .”

현장 사진

정영호 이장 사진 1

첨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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