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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4.07.18

배우고 익히고 똑똑한 완주살이

'말이 잘 통하길래' 왔다가 덜컥 1,000평 들깨농사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4.07.18 15:15 조회 2,85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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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잘 통하길래' 왔다가 덜컥 1,000평 들깨농사 박춘성-용진숙 씨 부부의 용감한 도전기 경기도 안양시에서 살던 박춘성 (61), 용진숙 (56) 씨 부부가 완주로 오게 된 까닭은 바로 ‘ 말이 통해서 ’ 라는 것 .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던 진숙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짧은 귀농 · 귀촌 교육을 제공하는 지역 몇 군데를 돌아다녔다 . 퇴직 후의 삶을 새롭게 시작할 곳을 고르기 전에 여러 지역을 다양하게 맛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박춘성 용진숙 부부 2
박춘성 용진숙 부부 2

진숙 씨가 결정적으로 완주를 선택한 이유는 말이 통해서인데 , 이 ‘ 말 ’ 에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 우선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이 별로 차이 나지 않아서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 ,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삶의 정서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

“ 교육을 받으러 완주에 도착해서 딱 내린 순간 , 그냥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 비가 내리는데도 여기가 다른 지역보다 느낌이 좋더라고요 .

마침 다른 교육생들이랑도 친해지는 바람에 완전히 마음을 정하고 와버렸어요 .” 완주 살이 4 개월 차 , 부부는 그동안 완주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

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교육 외에도 찾아서 하는 일이 많은데 , 어제 듣고 온 봉동 토종 생강 재배 전통 농법 교육도 그중 하나다 . 춘성 씨는 “ 일이 힘들지만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즐겁다 ” 고 말했다 .

교육생끼리 정보 공유도 활발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서로 알려주기도 한다 . 춘성 씨는 교육생 단톡방에서 알게 된 ‘ 집수리 부캐 교육 ’ 을 신청했고 , 대상자로 선정되어 곧 교육을 이수할 예정이다 . 진숙 씨는 친하게 지내는 교육생 김경미 씨의 손에 이끌려 ‘ 그림 농부 ’ 에 가입했다 .

“ 별안간 갈 데가 있다고 , 수채화 배우러 가자고 절 데리고 가서 결국 사인해 버렸어요 .

손목이 안 좋아서 그림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경미 씨가 하자고 해서 조금씩 해보고 있어요 .” 완주로 오기 전까지 농사 경험이 하나도 없던 두 사람에게 5 월 초 , 갑자기 비봉에 1,000 평짜리 임대 밭이 생겼다 . “ 귀농인의 집 201 호분 어머니 땅이에요 .

이번에는 임대를 아무도 안 줬는데 , ‘ 한번 해보실래요 ?’ 라는 말에 얼떨결에 시작했어요 . 처음에는 두려워서 여러 사람 모아서 농사지으려고 했는데 아무도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 그래서 우리 부부랑 201 호 교육생까지 셋이 하게 됐어요 .

우리랑 마찬가지로 그 사람도 도시에서 마케팅 일 하던 사람이라 농사는 잘 몰라요 .” 웬만한 작물을 심을 시기를 다 놓친 터라 고민하던 부부는 초보가 키우기 좋다는 들깨 , 참깨 , 서리태를 심었다 . 다양한 매체 자료로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농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얻었다 .

들깨 농사를 지어봤다는 귀농귀촌지원센터 사무장의 배우자부터 들깨 종자를 파는 고산시장 할머니들까지 다들 자기 일인 것처럼 잘 알려주었다고 한다 . 진숙 씨가 농업과를 다니며 배운 것에 보고 들은 것까지 종합하여 들깨 농사의 첫발을 떼긴 했는데 , 역시 실전은 달랐다 .

“ 들깨를 심다가 점심 먹으러 갔다 왔는데 , 방금 심은 것이 허리가 다 타서 끊어져 있더라고요 . 한참을 살피고 고민하다가 멀칭 비닐에 닿아서 그렇다는 걸 알았어요 .

구멍 안 뚫린 비닐이 더 싸서 그걸 사용했는데 , 구멍을 너무 좁게 뚫은 데다가 복토도 제대로 안 해주는 바람에 들깨 줄기가 비닐에 닿아서 탄 거죠 . ” 화상 입은 들깨 모종을 빼내고 , 비닐의 좁은 구멍을 넓게 뚫으며 복토를 하고 , 다시 들깨 모종을 심었다 .

두 번씩 심느라 고생한 만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 “ 농사를 막 시작했을 때는 잘 몰랐는데 , 이제 와서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랑 비슷한 작물을 심은 사람이 여럿 있더라고요 , 그 사람들이 심고 기르는 방법이 다 제각각이에요 .

어떤 사람은 이렇게 심고 , 또 어떤 사람은 저렇게 심는 걸 보니 ‘ 저게 저 사람들만의 방법이구나 . 나도 하다 보면 나만의 방법이 생기겠구나 ’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춘성 씨는 노하우가 생길 때까지 겪는 시행착오를 기록하기 위해 영농일기를 쓰고 있다 .

공동텃밭부터 임대밭까지 관리해야 하는 작물이 많다 보니 기억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 10 가지 시행착오를 모두 기억해서 다음에는 똑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메모해 두는 게 습관이 됐다 . 진땀 빼게 했던 들깨 농사에 대해 진숙 씨는 “ 내년에는 절대 망하지 않으리라 ” 고 다짐했다 .

올해 씨앗 뿌린 작물들을 잘 키워 수확까지 해내는 게 목표라는 부부는 “ 가을에 결과물을 보러 한 번 더 오라 ” 고 말했다 . 망하면 어떡하냐는 진숙 씨의 물음에 춘성 씨는 “ 망하면 망한 대로 ,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기삿거리가 되는 거지 ” 라며 웃었다 .

실패를 밑거름 삼아 차근차근 더 나아가는 이들 부부의 풍성한 추수 소식이 기다려진다 .

현장 사진

'말이 잘 통하길래' 왔다가 덜컥 1,000평 들깨농사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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