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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7.05.01

배꽃 피는 정농마을

쨍하고 글 쓸 날 돌아온단다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7.05.01 11:04 조회 3,86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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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하고 글 쓸 날 돌아온단다 정농1마을 경로회관 한글교실 “ 형님 , 이거 어째 쓰라고 ?” “ 요거슨 요기다 쓰고 내려가면서 쓰면 돼야 .” 금요일 저녁 7 시가 채 안된 시간 , 정농 1 마을 경로회관에 초록색 가방을 손에 든 학생 10 여명이 삼삼오오 모였다 .

주인공은 평균나이 70 세가 넘은 마을의 할머니들 . 회관에 도착한 학생들은 곧바로 책상에 앉아 이내 집중하기 시작한다 . 오늘은 바로 매주 월 · 화 · 금 저녁 7 시에 시작하는 문해교실이 열리는 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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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킨 것도 아니건만 ‘ 할머니 학생들 ’ 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한글 삼매경에 빠졌다 . 날씨가 풀려 농사일로 새벽부터 바쁘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은 욕심에 학생들은 저녁밥도 거르고 수업에 나온다 .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수업시작 전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열혈학생들 주선자 (74) 할머니도 그 중 하나 . 선자 할머니는 “ 농번기에는 바쁘다보니 해가 질 때까지 일한다 . 집에 가서 할아버지 먹을 밥만 차려주고는 공부하러 부리나케 달려온다 ” 고 말했다 .

생각한대로 손이 안 움직여 주니 답답할 때도 많다 . 자꾸 까먹는데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며 웃음 섞인 투정을 뱉기도 한다 . 이명옥 (76) 할머니는 “ 손이 떨려서 글자를 잘 못쓰겠다 . 요새는 한글뿐 아니라 알파벳도 배우기 시작했다 ” 고 웃었다 .

특히 정농 1 마을 진달래학교는 올해부터 초등학력인증반을 운영하고 있다 . 지난 3 월 입학한 학생들이 내년까지 교육을 이수하면 2 월 졸업식 때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는 것이다 . 어르신들은 “ 우리는 어릴 때 못 배운 사람들이다 . 학교를 다니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

초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사람들인데 한글도 배우고 초등학교 졸업장도 딴다고 하니 좋다 ” 고 말했다 . 이정숙 문해교사는 “ 어머니들 열정이 대단하시다 .

농번기에는 저녁 8 시부터 10 시까지 수업을 하곤 하는데 졸리는 눈꺼풀을 비벼가면서 공부를 하신다 ” 며 “ 정농마을은 거의 이북에서 오신 분들이다 보니 공부할 기회가 없었던 어르신들이시다 . 제가 오히려 어머니들께 배우는 것이 많다 ” 고 말했다 .

현장 사진

쨍하고 글 쓸 날 돌아온단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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