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획특집 · 2017.05.01

배꽃 피는 정농마을

바둑 사랑 여성열 할아버지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7.05.01 11:38 조회 3,933 댓글 0
목록으로 돌아가기

바둑 사랑 여성열 할아버지 밭일하다 손님 오면 바둑 두러 가기도 지 난해 봄 ,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전국을 바둑 열풍으로 들끓게 했다 . 누구 못지않게 그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본 한 사람 . 여성열 (75)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이다 .

성열 할아버지의 텔레비전 화면은 항상 바둑채널에 고정되어 있다 . ‘ 박정환 , 이동훈 , 신진서 … .’ 대중에겐 다소 낯선 프로 바둑기사들의 이름도 그의 입에선 술술 나온다 . 성열 할아버지가 텔레비전을 틀어 바둑을 볼 때면 아내 박순례 (73) 할머니는 슬며시 그 자리를 피해 안방으로 향한다 .

IMG 9351
IMG 9351

“ 남편이 밭에 나가 일하다가도 손님이 오면 만사 제쳐두고 집에 가서 바둑을 뒀어 . 그러니 내가 얼마나 지겨워 .” 황해도가 고향인 그는 7 살 때 피난길에 올랐다 . 전남 해남과 전북 군산을 거쳐 이서 정농마을에 정착해 결혼도 하고 4 남매를 번듯하게 키워냈다 .

하지만 어린 시절은 대부분이 그랬듯 몹시 가난했다 . 집안은 형제들로 북적였고 , 밥이 없어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 고픈 배를 부여잡고 산과 들로 나가 열매를 따먹거나 칡뿌리를 캐서 먹는 것이 일상이었던 시절 . 바둑에 눈을 뜬 것도 그때쯤이었다 . “ 군대에서 분대장에게 처음 바둑을 배웠어 .

제대 후에는 마을에서 바둑 좋아하는 형 , 동생들이 모여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지 . 다들 실력이 비슷했는데 서로 배워가며 열정적으로 했어 .” 바둑돌 살 돈도 없던 시절 . 그 시절은 바둑을 어떻게 뒀을까 ? “ 바둑돌 살 돈이 어디가 있어 .

그때 짚신신고 다닐 적인데 검정고무신 , 흰고무신 주워다가 동그랗게 잘라서 바둑돌로 썼지 . 부족하면 부잣집 가서 몰래 가져오기도 하고 . 사료포대에다가 선을 찍찍 그어서 바둑판으로 썼지 .” 바둑을 못두는 객을 배려한 오목 한판승부 바둑에 한창 빠져있던 때 부부는 결혼했다 .

신혼인데도 바둑에 정신이 팔려 일도 안하고 바둑 두러 나가는 남편 때문에 3 년을 고생했다고 말하는 아내 . 성열 할아버지가 곧바로 반박하신다 . “ 말은 바로 해야지 . 일을 왜 안 해 . 내 할 일만 딱 끝나면 나가서 놀았어 .

내가 철이 없긴 없었지 .( 웃음 )” 요즘 성열 어르신은 같이 바둑 둘 사람이 없어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하신다고 . 집을 찾아 온 낯선 객이 그래서인지 더 반갑다 . “ 그나저나 자네는 바둑 좀 둘 줄 아는가 ?

에이 , 바둑도 못 두면서 뭣하러 왔어 .” 사돈에게 선물받은 귀한 바둑돌 성열 할아버지가 바둑을 못 두는 객을 위해 오목 한판 승부를 시작한다 . 아마추어 7 단인 사돈이 선물했다는 , 프로들이 쓰는 고급 바둑돌로 . “ 기원 같은 데는 가본 적이 거의 없어 .

바둑 안 둔지 너무 오래돼서 눈으로는 둘 수 있는데 이제는 못 두겠어 . 자네 다음번엔 바둑 좀 배워서 와 .”

현장 사진

바둑 사랑 여성열 할아버지 사진 1

첨부자료

댓글 0

댓글은 로그인 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