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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0.03.16

교복입은 시민의 시대

장경덕 교장 기고문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0.03.16 10:42 조회 3,5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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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연령 하향보다 더 중요한 건 민주시민 교육 - 고산고등학교 교장 장경덕 우여곡절 끝에 선거권 연령이 만 18 세로 낮아졌다 . 기다렸다는 듯이 일부 언론이나 정당들은 학교가 정치판이 될 것처럼 호들갑이다 .

성숙한 어른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미성숙한 아이들을 염려하는 것처럼 포장된 주장이 대부분이다 . 「 스칸디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을 선물한다 」 의 저자 황선준 박사는 교육에 부여된 두 가지 임무는 지식과 역량을 제공하는 것과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

교장
교장

그러면서 민주주의 시민 양성을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치는 것과 아이들로 하여금 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

우리들의 학교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해 지식을 가르치는 일에는 최선을 다해왔지만 , 막상 아이들을 ‘ 교복입은 시민 ’ 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시민적 권리를 체득하게 하는 교육에는 매우 소홀하였다 .

OECD 나라들 사이에서 3 년마다 이루어지는 국제 민주주의 소양 테스트인 ICCS(International Civic and Citizenship Education Study) 의 평가 결과를 보면 매우 우울하다 .

한국 학생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하는 지식적 측면에서는 최상위를 차지하지만 민주주의 가치나 행태 또는 참여 부문에서는 최하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 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이 낳은 참담한 결과이다 .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학교에서의 모의투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 왜 우리는 늘 ‘ 되는 ’ 것보다 ‘ 안 되는 ’ 것에 더 익숙해야 하나 ? 언젠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아이들에게 익숙할 수 있는 시장 , 교육감의 공약을 놓고 분석하며 선택해보도록 하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

새가슴이라 사전에 선관위에 문의해보았더니 안 된단다 . 이번 선거뿐 아니라 다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기 때문이란다 . 아마도 후보자 이름도 없고 , 공약도 현실이 아닌 가상의 정책들을 담았다면 가능했을 듯하다 . 그러나 그러한 박제된 교육은 결코 제대로 된 정치 교육이라 할 수 없다 .

선거 때가 되면 실제 존재하는 정당의 이름을 사용하며 공약을 걸고 유권자 ( 학생 ) 들의 선택 ( 모의투표 ) 을 통해 학교 내에서의 정권을 수립하는 훈련을 한다는 스웨덴의 정치 교육이 부럽기만 하다 .

정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훈련 또는 연습을 통해 막상 유권자가 되었을 때 올바른 정치적 판단이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은 왜 안 되는가 ? 선거연령을 만 18 세로 낮춘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 제법 의미를 부여하고도 싶다 .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의 제대로 된 정치 교육이다 . 정치적 판단력이 미숙한 아이들에게 왜 선거권을 주냐고 비난하기에 앞서 , 아이들로 하여금 성숙한 판단력을 갖도록 하는 정치 교육이 우선되도록 해야 한다 .

‘ 정치적 중립 ’ 이라는 미명의 족쇄로 교실에서의 정치 교육을 통제하지 말고 현실 자료를 가지고 수업시간에 학생들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하고 토론을 통해 선택을 하도록 하는 민주시민 교육이 꼭 필요하다 . “ 민주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 라는 말의 의미를 깊게 곱씹어 본다 .

현장 사진

장경덕 교장 기고문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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