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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25.04.18

춘풍에 바람개비 날리는 다리골

휘돌아 마을 한 바퀴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25.04.18 10:30 조회 1,93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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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참 좋잖아 휘돌아 마을 한 바퀴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꽃망울이 톡톡 터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 모악산 밑자락 , 높은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구이면 다리골(교동마을)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었다 . 삼천 위로 놓인 나무다리에 바람이 불 때마다 알록달록 바람개비가 빙그르르 돌아간다 .

하늘에에서 내려다본 교동마을
하늘에에서 내려다본 교동마을

마을 한가운데 큰 도로가 생겼지만 81 가구가 여전히 오순도순 정답게 살고 있다 . 날 풀렸으니 밭일 시작해야지 나무다리를 건너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 , 도로 바로 옆에 있는 텃밭에서 신명숙 (71) 씨를 만났다 . 파를 심고 남은 작은 땅인데도 놀리지 않고 돌멩이며 나뭇가지를 골라내고 있었다 .

“ 여기에다가 곧 열무를 심으려고 해요 . 여름에 마을 어르신들에게 드릴 물김치 만들 때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이 각자 열무 2~3 단 정도는 길러 오기로 했거든요 .

양념 재료 살 돈이 빠듯하니까 아낄 수 있는 데에서 아껴야죠 .” 앉은뱅이 의자를 찬 채 호미를 든 손으로는 단단한 흙과 비료를 섞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이물질을 골라내는 손길이 재빠르다 . 명숙 씨로부터 교동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는 금방 텃밭 가는 일을 끝냈다 .

마을회관 바로 옆에 위치한 과수원에서는 서 씨 (75) 어르신이 전지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 “ 사과나무가 60 그루고 복숭아는 30 그루 돼 . 이 나무들도 사람처럼 해마다 손 좀 봐줘야 튼튼하게 열매를 맺지 .” 어르신은 가지치기를 멈추고 밭 한가운데를 바라보며 웃었다 .

“ 저기 밭 한가운데 보이지 ? 뒤쪽이 백구고 앞에 있는 게 장구야 . 백구는 풍산개인데 이제 여덟 살 , 사람 나이로 치면 나보다 어른일지도 몰라 . 낯선 사람만 오면 으르렁거리면서 밭을 잘 지켜 .” 다리 건너 맞은편 텃밭에선 김용호 (65) 씨가 풀을 뽑고 있었다 .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흙 묻은 장갑을 낀 손으로 풀을 쓱쓱 뽑아냈다 . “ 봄이라 그런지 풀도 확확 올라오네요 . 풀 안 뽑으면 작물이 풀에 눌려서 제대로 자랄 수가 없어요 . 오전에는 대파 다듬고 오후엔 풀 뽑는 일 했죠 .

농촌에선 일이 끝이 없어요 .” 그렇게 텃밭을 돌보며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 각자 맡은 일에 집중하며 마을을 위해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이곳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

풀 뽑는 김용호씨 (2)
풀 뽑는 김용호씨 (2)

밥 먹고 꽃피는 마을 산책 점심이 지나면 오전의 서늘한 기운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 완연한 봄인 듯 내리쬐는 햇빛에 꽃이 활짝 핀다 .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담장 위로 핀 꽃나무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 봄철 금방 폈다 질 꽃구경에 빠진 건 마을주민들도 마찬가지다 .

바깥 활동 하기 좋은 날 전자근 (90) 어르신은 오전에 한 번 , 밥 먹고 나서 한 번 산책한다 . 지팡이를 짚고 나무다리를 건너 큰 도로 너머까지 오가는 게 힘들지는 않은지 묻자 , 그는 “ 집에만 가만히 있으면 더 안 좋아진다 . 콧바람도 쐴 겸 운동하는 게 좋다 ” 고 웃었다 .

나무다리를 건너 마을회관 앞에서는 “ 멀리는 못 나가도 쓰레기 버리러 나왔어 . 회관 들어가기 전에 날씨도 좋으니 산책 좀 해야겠다 ” 는 김현순 (90) 어르신을 마주쳤다 . “ 요즘 날씨가 참 좋잖아 . 이렇게 좋은 날은 그냥 집에 있으면 아깝고 나와서 좀 걸어줘야 속이 시원해 .

가끔은 이렇게 밖에 나와서 햇볕도 쬐고 , 바람도 쐬고 , 사람들도 만나고 하는 게 더 건강에 좋더라고 .” 봄볕에 나서면 바람도 상쾌하고 꽃들이 피어나는 풍경이 마음을 밝게 한다 . 이렇게 봄날 마을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볍고 여유롭게 느껴진다 .

몸과 마음 모두 들썩 , 신나는 노래교실 따뜻한 월요일 오후 , 오전에는 각자 다른 이유로 바빴던 마을주민들이 슬슬 마을회관으로 모였다 . 매주 월요일 오후 1 시에 노래교실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

산책하던 김현순(90) 어르신
산책하던 김현순(90) 어르신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 일주일에 한 번 이것 때문에 내가 살어 !” 라고 말하는 송영자 씨에 이미 회관에 모인 사람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 회관 안에 있는 모든 의자를 한곳으로 모아 둥글게 배치하고 , 노래를 배우며 먹을 과일을 준비했다 .

수업 준비를 마친 어르신들은 어떤 노래를 신청할 건지 머리를 맞대고 쪽지에 노래 제목을 적기도 했다 . 이윽고 강사가 도착하자 반가운 인사를 나눈 후 순서대로 신청한 애청곡을 부르기 시작한다 .

의자에서 일어나 눈을 감고 몸을 흔드는 어르신 ,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로 박자를 맞추는 어르신 등 저마다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 다양하다 . 애청곡으로 목 푸는 시간이 끝난 후에는 노래 부느라 마른 목을 축이는 간식시간을 가졌다 .

시원한 보리차와 달콤한 참외를 나눠 먹으며 “ 이 노래가 좋다 ”, “ 그 노래를 참 잘 부른다 ” 고 떠드는 어르신들의 얼굴에 즐거움이 가득하다 . 간식시간이 끝나고 다시금 진지해진 어르신들은 악보를 들고 새로운 노래 , 트롯가수 배금정의 ‘ 사랑이 두 개 ’ 를 배웠다 .

강사를 따라 열심히 가사를 외우고 구성진 가락을 부르는 동안 수업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 수업이 끝나고 강사를 배웅한 어르신들은 남은 과일을 깎아 먹으며 오늘 수업은 어땠는지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 늘 고요하던 교동마을에서 노래교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는 큰 기쁨이다 .

노래교실 1
노래교실 1

현장 사진

휘돌아 마을 한 바퀴 사진 1 휘돌아 마을 한 바퀴 사진 2 휘돌아 마을 한 바퀴 사진 3 휘돌아 마을 한 바퀴 사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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