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으로 통하는 환상의 찰떡호흡 이장과 부녀회장 맡아 마을일 챙겨 “ 완두콩서 왔다고 ? 우리 밭에도 있는데 ” 봄볕 좋은 어느 오후 , 용진읍 설경마을을 찾았다 . 용진의 중심지에서 벗어나 차 소음이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곳이다 . 설경마을 입구에서 몇 발자국 걸으니 마을회관과 넓은 정자가 보인다 .
그 오른쪽 저편 비닐하우스에서 열심히 밭을 가꾸는 부부를 만났다 . 알고 보니 이들은 설경마을의 이장과 부녀회장이자 소문난 일꾼이다 . 홍의선 (63) 이장은 설경마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 아내 박복임 (63) 부녀회장은 고산휴양림 뒤편의 신당마을에서 이곳으로 시집왔다 . 함께 한 지 37 년 .
부부는 일할 때 손발이 척척 맞는다 . 이날 건축자재를 보관할 창고를 만들기 위해 비닐하우스 설치가 한창이었다 . 홍씨는 “ 둘이서 일 하는데 있어서 누가 더 많이 하고 적게 하고 이런 건 없다 . 아내랑 똑같이 일 하는 편이다 .
비닐하우스 설치 같은 특별할 때만 내가 좀 하는 것일 뿐 ” 이라고 말했다 . 묵묵히 일하는 홍씨 옆에 숨은 조력자인 박씨는 필요한 재료가 무엇인지 말 하지 않아도 때 맞춰 갖다 준다 .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말이 따로 필요 없다 .
농사짓고 물건 팔고 거의 모든 걸 둘이서 하다 보니 자연스레 환상의 호흡이 맞춰진 것이다 . 설경마을에 들어서면 늘 밭에서 일하고 있는 이장 부부를 만날 수 있다. 부지런함도 부부는 닮았다. 이들은 7 년 전부터 밭에서 난 수확물을 용진로컬푸드직매장에 팔기 시작했다 .
로컬푸드직매장이 생기기 이전에는 20 분가량 버스를 타고 전주 모래내시장으로 나갔지만 이젠 가지 않아도 된다 . 박씨는 “ 용진로컬푸드가 물건도 잘 팔리고 가까워서 좋다 . 요즘은 하루 일과가 거의 로컬푸드에 맞춰져 있다 . 어디 다른데 놀러가지도 않고 일한다 ” 고 말했다 .
이들은 오전 8 시에 문을 여는 로컬푸드 매장 시간에 맞춰 매일 같이 새벽 여섯시에 일어난다 . 요즘에는 트럭에 열무와 배추를 한가득 싣고 로컬푸드로 향한다고 . 어쩐지 비닐하우스에 열무랑 배추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
또 다른 비닐하우스에 가보니 새싹이 돋아난 당근이 있고 옥수수 모종과 완두콩을 심은 자리가 있다 . 부부의 밭 곳곳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있었다 . 마을소식지 완두콩에 대해 소개하자 박씨는 “ 우리 밭에도 완두콩이 있다 ” 며 호쾌하게 웃었다 .
로컬푸드에 내놓는 품목만 20 여 가지가 될 정도로 많은 작물들을 기른다 . 요즘 같은 때는 작물을 관리하는 때지만 수확하는 여름이 가장 힘들다 . 지난해 여름에는 날도 뜨겁고 일손도 모자라 고추를 수확할 때 힘들었다 . 그녀는 “ 힘들긴 하지만 다들 이렇게 먹고 사는 거 아니겠나 .
그래도 보람 있는 게 더 크다 . 일주일에 한 번씩 로컬푸드에서 돈이 들어오는데 어떤 품목에 얼마 들어오는지 뜬다 . 그 맛에 일 하는 거 ” 라고 말했다 . 꾸준히 로컬푸드와 관계를 맺어온 이들에게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채소들이니 최대한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한다 .
새벽 일찍 나갈 작물들을 전날에 일찍 수확할 수도 있지만 저녁에 작업을 한다고 . 그녀는 “ 내일 가져갈 물건을 늦게 캐는 편이다 . 왜냐면 사람들에게 내놨을 때 싱싱해야지 않냐 ” 고 말했다 . 내 손으로 키운 작물들이 누군가의 밥상 위에 올라가니 더 신경 쓰는 것이다 .
겨울이 지나고 봄날이 찾아옴과 동시에 농부들은 기지개를 폈다 . 홍씨 부부도 마찬가지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 정성들여 길러 낸 곡식들로 지역에서 자리 잡은 이들은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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