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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9.04.01

오가는 길이 하나 설경마을

마당의 꽃처럼 다정하고 어여뻐라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9.04.01 10:06 조회 3,45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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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의 꽃처럼 다정하고 어여뻐라 57 년간 알콩달콩 마당을 꽃밭으로 만들어 최덕순 할머니는 꽃을 좋아한다 . 언제부터 , 왜 좋아하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 그냥 , 좋다 . 이유 없이 무언가가 좋아질 때도 있는 법이다 . 덕순 할머니는 시장에라도 나가면 밥 사먹을 돈으로 꽃을 산다 .

부부의 집 대문 밖과 마당에는 노란 수선화가 환하다 . 할머니는 사실 수선화 이름도 잘 모른다 .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걸 엿듣는다 . 저 꽃 이름이 뭐드라 . 츄리꽃 , 연추리 ? 꽃 이름은 모르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니까 . 부르는 입말이 이름이 되는 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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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연추리라고 부르던 노란 수선화. “ 나는 빨간 꽃을 좋아해요 . 장미 이런 거 . 꽃 이름도 몰라요 . 보면 좋아서 그냥 심는 거지 . 우리 집은 봄이면 꽃이 피기 시작해서 10 월 서리 내릴 때까지는 계속 피어요 . 철쭉이 피면 넝쿨장미도 피고 벚꽃도 멋지게 피죠 .

여름엔 백합도 피고 .” 마당에 심은 꽃과 나무를 설명해달라는 말에 덕순 할머니가 바빠졌다 . 이것은 나리꽃 , 진달래고 이건 보리수 , 앵두나무야 . 할미꽃도 겁나 . 요놈은 목단이고 , 참빛나무 , 장미도 흑장미가 있고 백장미가 있어 . 살구나무도 있고 … . “ 꽃 싫어하는 사람이 있간요 ?

이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듯 꽃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잖아요 . 게다가 향기까지 나는데 누가 꽃을 싫어해요 .” 권이용 할아버지는 다정하다. 할머니에게 마당의 꽃을 꺾어 선물하곤 한다. 아내만큼은 아니어도 남편도 꽃과 나무를 좋아한다 .

다정한 할아버지는 아내에게 마당의 꽃을 꺾어 선물하기도 한다 . “ 꽃을 사서는 못 줘도 집 마당 꽃을 꺾어서 선물로는 줬었지요 . 성의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 웃음 )” 꽃을 좋아하는 최덕순 할머니. 시장에 가면 밥 먹을 돈으로 꽃을 사온다. 둘이 부부로 산지는 57 년째 .

전주에서 시집온 24 세 덕순씨와 설경마을 토박이 26 세 청년 이용씨가 만나 아이를 낳고 골짜기에서 농사를 짓고 , 이제는 함께 늙어간다 . “ 그때는 마을길이 좁아서 걸어 다녔어요 . 자전차도 못 다녔어요 .

처음에 시집왔을 때는 친정으로 도망가고 싶었는데 낮에는 사람들 눈이 무섭고 밤에는 호랑이가 무서워서 어디 도망을 갈 수 있나요 . 그런데 이제는 여가 좋아요 . 여서 죽을 거예요 .” 주말은 권이용 할아버지 생신이었다. 시골에 내려올 자식들 생각에 덕순 할머니는 부지런히 김치를 담는다.

지금 부부가 사는 집은 할아버지 대부터 살아온 집터다 . 덕순 할머니가 막 시집왔을 때 이집에는 할머니 , 할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버지 , 그리고 7 남매 형제들과 당시 큰아버지 자녀인 4 남매까지 한집에 살았다 . 모두 22 명 . 그야말로 북적북적 .

“ 그 터에 지금 사는 집을 새로 짓고 이곳에서 우리가 살아요 . 지금도 명절 때 손주까지 다 모이면 50~60 명 되는 거 같아요 . 근데 집이 좁으니까 얼굴만 보고 가는 거죠 .” 부부의 나이가 여든을 넘거나 가까워졌지만 이들은 아직 조금이지만 , 농사를 계속하고 있다 .

김장거리도 마련해야 하고 4 남매 자식들 줄 것도 챙겨야한다 . “ 농사도 더 짓고 로컬푸드직매장에도 물건 내보고 싶은데 이제는 몸이 안 따라줘요 . 제대로 걸어 다니기도 힘든 데요 뭘 . 죽을 때 노망 안 들고 중풍 안 걸리면 그게 제일 좋은 거죠 . 우린 자식들만 잘 되길 바라요 .

부모 마음은 다 똑같아요 . 자식만을 바라지 .”

현장 사진

마당의 꽃처럼 다정하고 어여뻐라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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