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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2017.01.09

아궁이, 그 따뜻함

집밖으로 나온 아궁이들

마을과 사람, 계절과 공동체의 시간을 깊이 있게 기록하는 완두콩의 기획 기사 모음입니다.

등록 2017.01.09 11:52 조회 3,96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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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장날은 난로에서 인심 난다네 집밖으로 나온 아궁이들 1 월 4 일 , 새해 첫 고산장날이 열렸다 . 시장을 찾은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인다 .

겨우내 건조시킨 잘 말린 곶감을 들고 나온 농부부터 겨울용 털신발과 모자 등의 공산품을 파는 아저씨 , 겨울철 먹거리인 붕어빵과 어묵을 파는 아줌마 , 텃밭에서 키운 작은 푸성귀를 들고 나온 할머니까지 . 사람의 온기가 거리를 채운다 .

SAM 1834
SAM 1834

△ 주인 없는 난로 시장 도로변에 놓인 깡통 난로에 이사람 저사람이 모여 추위를 녹이고 있다. “ 이건 누구의 것도 아녀 . 다 같이 쓰는 거지 .” 도로변 깡통 난로에서 불이 활활 타오른다 .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들 불 앞으로 모여든다 . 누군가는 의자를 가지고 난로 앞에 앉는다 .

누군가는 잠깐 손님이 없는 틈을 타 불에 손을 녹인다 . “ 이 난로 내꺼냐고 ? 아니랑게 . 나는 그냥 불 쬐고 쉬고 있는 거여 .” “ 깡통 끊은 놈에 모닥불 떼는거여 . 이사람 저사람 산에서 나무 좀 주어오고 길가에서도 주워오고 .

날 추운 날은 사람들 다 여기 둘러싸고 있지 .” 여러 물음에도 난로의 주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 녹슬고 그을음이 묻은 낡은 깡통 앞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 내 것이 아니다 ’ 고 대답한다 . 주인이 없는 난로 , 주인이 없는 불 . “ 나는 신발 장사를 해요 .

고산 장날에 온지도 벌써 10 년이네 . 나는 난로가 있었던 적이 없어요 . 그러니까 추우면 이렇게 길 건너 있는 난로 앞까지 왔다갔다해요 . 해마다 상인들 사이에 난로가 있는 곳이 있어요 . 오늘처럼 .”( 최윤식 ·60) 송상우 (63) 씨도 고산장날에서 장사를 한지 10 여년째 .

실은 많은 상인들이 모여드는 일명 ‘ 깡통 난로 ’ 는 그가 가져오는 것이다 . 매해 겨울이면 그는 새로운 깡통을 구입한다 . “ 겨울에 불 쓰고 나면 통도 타서 바꿔줘야 해요 . 내가 여기서 장사한지 10 년 정도 됐으니까 저 깡통도 10 번째는 됐겠네 .

근데 올해 가져온 건 두꺼워서 내년까지 써도 되겠어요 . 내꺼 니꺼가 어딧간요 . 여럿이 난로를 쓰니까 다 같이 써야지 . 오다가다 동네 사람도 오고 우린 다 친구니까 난로도 같이 쓰는 거예요 . 땔감은 저 친구들이 가져와요 .” 니것 내것 따지지 않는 그들의 마음씨 .

이곳에선 불 앞에 선 그들은 모두 공평해진다 . △ 신박하니 쓰임새도 많구나 고산시장에 구멍이 숭숭 뚫린 스뎅 냄비 난로가 등장했다. 언 몸을 녹이는 난로의 역할도 하지만 음식을 조리할 수도 있다. 화력이 센 버너는 새것이 분명한데 구멍이 숭숭 뚫린 이 정체모를 뚜껑 (?) 은 딱 봐도 낡았다 .

이것이 무엇인고 물으니 , 구입한지 한 달 된 버너에 고물상에서 주어온 고철을 엎어놓은 신개념 난로다 . “ 스뎅 냄비라고 해야 하나 , 대야라고 해야 하나 . 요강이라고 해야 할라나 . 하여튼 고물상에서 그냥 주워온 거예요 .

그걸 용접으로 내가 구멍을 뚫은 거지 .” ( 강희구 ·59) 모양도 신박하니 쓰임도 다양하다 . 손이 시려 울 때는 이렇게 고철을 엎어두고 난로로 쓰이지만 어떨 때는 다른 ‘ 멀쩡한 ’ 냄비를 올려 물을 끓이거나 음식을 하기도 한다 . 밤도 구워먹고 라면도 끓여먹는다 .

“ 이 자리서 장사한지 1 년 됐어요 . 겨울 되니까 난로가 없으면 안되겠대요 . 이 버너는 24 만원 줬어요 . 석유로 떼는 건데 따뜻하죠 .” △ 객을 위한 두 대의 연탄 난로 (위)고산터미널 남문약국은 시내버스 대합실 같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객들이 난로를 쬐곤 한다.

(아래) 연탄난로 위 주전자 물이 끓고 있따. 고산터미널에 있는 남문약국은 문을 연지 40 여년 된 고산의 터주대감이다 . 이곳은 늘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 따뜻한 난로 때문이다 . 이곳은 새벽 6 시에 문을 여는 터미널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문을 연다 . 그리고 밤 11 시께 문을 닫는다 .

터미널을 찾는 객들을 위한 배려다 . 그래서 이곳의 난로는 쉬지 않고 돌아간다 . 연통이 천장으로 연결된 작은 난로는 낡았지만 세월의 온기를 입어 따스하다 . “ 장 보려고 비봉서 왔어 . 아침에 버스를 급하게 타느라고 셰터 ( 스웨터 ) 를 안 입고 나왔더니만 시상 춥네 . 그래서 여기 왔잖어 .

여기 약국은 사람이 그렇게 좋아 . 말 할 것도 없어 .” ( 김정숙 ·81) 아직도 오려면 40 분이나 남은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김정숙 할머니는 작은 난로에 두 손을 녹이고 있다 . “ 나는 성당에 왔다가 이제 집에 가려고 뻐스 기다리고 있어요 . 밖은 추웅게 이 안으로 들어왔지요 .

내가 별로 안 아파서 약을 잘 안 사거든요 . 그런데 맨날 차를 여기서 기다리니께 미안할 때가 있당게요 . 우리한테는 약국 안이 버스 대합실이어요 .( 웃음 )” ( 황선자 ·69) 난로 위 주전자 물이 끓는다 . 따뜻한 물이 고픈 객들을 위한 약국의 또다른 배려다 .

이곳을 찾은 객들은 따뜻한 온기와 함께 따스한 마음을 가져간다 . 약국의 주인은 하루 세 번 연탄을 간다 . 그런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다름 아닌사람을 향한 ‘ 정 ’ 때문이다 . “ 저 난로도 한 20 년 됐을 걸요 . 난로 놓는 약국은 여기밖에 없을 거예요 .

가게가 넓으니까 두 대는 있어야죠 . 우리는 난로를 24 시간 피워놔요 . 불 안 꺼치게 하려고 아침 , 점심 , 저녁으로 하루 3 번은 연탄을 갈아야죠 . 안 힘들어요 . 터미널 사람들이 와서 이곳에서 쉬고 차 시간도 기다리니까 그게 좋은거죠 .”

현장 사진

집밖으로 나온 아궁이들 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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